[기고]6월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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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6월의 꽃

최민호 배재대 석좌교수,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 승인 2016-06-02 13:41
  • 최민호 배재대 석좌교수최민호 배재대 석좌교수
6월에 들어서면서 붉은 장미꽃이 탐스럽게도 여기저기서 만개하고 있다.

고급정원을 장식하는 장미도 있고, 담장 위에서 무더기로 피어나는 넝쿨장미도 있다. 장미의 붉은 색깔은 어쩌면 저리도 고울까. 파란 하늘아래 피어있는 붉은 장미는 참으로 아름답기만 하다. 하지만 6월에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은 붉은 장미만이 아니다.

눈물 아롱아롱/ 가신 님의 붉은 넋/ 이 강산의 꽃이 되어/ 조국을 지키리니...
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초개같이 버리고 지금은 산화한 혼령으로 강토를 지켜주는 호국영령의 넋이야말로 장미보다도 더 붉고, 더 아름다운 영원한 꽃이다.

2002년 6월29일, 서해에서 우리 해군 함정이 북한의 불시의 선제공격으로 우리 고속정 참수리호가 피격을 당하고, 윤영하 소령을 비롯한 6명의 장병이 전사하였다.

▲ 최민호 배재대 석좌교수,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 최민호 배재대 석좌교수,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그 날 서해의 푸른 바다가 이들이 흘린 피로 붉디붉게 물들어 갈 때, 월드컵 4강 진입을 앞둔 우리 국민은 감격에 젖어 있기만 하였다. 함정 안에서도 목이 터져라 월드컵 한국을 응원했다는 연평해전의 장병들. 그리고 2010년 3월26일 우리 해군 천안함이 피격되어 꽃다운 청춘 46명의 장병이 서해바다 아래에서 소리도 없이 산화하였고, 북한의 느닷없는 포격으로 연평도의 2명의 해병대 대원이 희생되었다.

비단 이들 뿐이랴. 625를 비롯해 조국을 위해 희생한 호국영령들이...
생각해 보면, 1년에 하루 현충일 날, 우리는 이들 전몰 장병들을 추모하곤 하지만, 이들이 바친 희생은 조국이 존립하는 마지막 날까지 잊어서는 안되는 숭고한 것이다. 이들 장병들의 살신성인으로 우리 국민은 무사하고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평해전의 영웅 6명의 이름을 기리는 윤영하함, 한상국함, 조천형함, 황도현함, 서후원함, 박동혁함. 조국은 그들의 이름을 영원히 잊지 않고자 한다.

어느 문명국에서도 그들의 조국을 위해 희생한 유공자를 소홀히 대접하거나 잊는 법이란 없다. 2차 대전의 패전국이요, 전범국이라 할 독일과 일본도 조국을 위해 바친 전몰 희생자들은 정치적 의미를 떠나 최고의 명예를 부여하며 그들의 애국심을 기린다.

조국에 희생한 목숨의 값어치는 동일하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알링턴 국립묘지에는 ‘평화, 승리, 용기’를 상징하는 무명용사의 묘를 최고의 존경과 존엄성을 부여해 추념하고 있으며, 장군이든 사병이든 모든 묘역의 면적은 동일하다. 5월 첫 주 월요일인 미국의 메모리얼 데이(현충일)에는 비석마다 일일이 40만개의 성조기가 바쳐져 그들의 애국심을 기리곤 한다.

6월6일, 대한민국의 현충일. 6.25가 끝나고 3년이 지난 1956년 4월19일 우리의 현충일은 제정되었다. 24절기 중 손이 없다는 한식날에 사초와 성묘를 하고, 망종일에는 제사를 모셔왔던 우리 전통적인 풍습에 따라, 1956년의 망종일이었던 6월6일을 현충일로 제정한 후 60년간 서울과 대전 현충원등 9개 국립묘지에 안장된 호국영령수는 약 40만위.

우리는 얼마나 치열한 역사를 살아왔던 것일까?
1865년 남북전쟁 후에 만들어진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된 영령수 40만여위와 1953년 6.25이후 안장된 우리 국립묘지의 영령수 40만위.

알링턴 국립묘지가 미국의 유일한 국립묘지는 아니지만, 한반도 위의 작지만 소중한 조국을 위해 희생한 우리의 애국영혼들은 이렇듯 엄청나게 많다. 나라가 작고 약했기 때문에 우리의 희생영령들은 더 많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앞으로도 우리의 조국을 위한 이러한 희생이 중단될 수는 없을 것이라 믿는다.

조국을 위해 피를 흘리고, 부상을 당하여 상이군경으로, 고엽제 환자로, 보훈대상자로, 그 유가족으로 살고 있는 이 땅의 은인들에게 우리 국민들은 행복의 빚을 지고 있다. 돌아가신 넋들의 희생에 감사하는 만큼, 살아있는 부상자와 유가족들을 그만큼 보살펴 드려야 함은 최소한의 도리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현충원과 국립묘지에 고이 잠들고 계시는 호국영령들이시여. 붉디붉은 보은의 단심(丹心)을 봉헌합니다. 6월의 붉고 아름다운 장미를 받으소서.

/최민호 배재대 석좌교수,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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