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폐지된 천안보훈지청 부활 여론 거세
보훈 서비스를 수요자 가까이서 제공하기 위해 설치된 보훈지청이 전국 도 단위 광역지자체 중 충남만이 유일하게 1곳에 그쳐 정부 보훈정책 서비스의‘충남홀대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따라 사라진 ‘천안보훈지청’의 부활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천안, 아산 등 충남 동부지역 보훈대상자들은 민원 처리를 위해 대전과 홍성까지 먼 길을 떠나는 등 불편이 크기 때문이다.
대전지방보훈청에 따르면 지난 1995년에 부여보훈지청이 폐지된 뒤 지난 1998년 6월까지 충남에는 당시 충남 천안시와 아산시, 공주시, 연기군을 관할하는 천안보훈지청과 나머지 지역을 관할하는 홍성보훈지청이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그해 2월 28일 대통령령 제15698호에 따라 그해 7월 1일부로 천안보훈지청이 폐지됐다. IMF 사태 이후 ‘작지만 경쟁력 있는 정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른 결과였다.
이에따라 천안보훈지청 관할지 가운데 천안·공주·연기는 대전지방보훈청으로, 아산은 홍성보훈지청으로 관할구역이 변경됐다.
문제는 이때부터 생겼다. 가까운 천안보훈지청에서 민원을 보던 이 지역 국가유공자, 참전유공자 등 보훈대상자들이 원정 민원을 떠나게 되면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정부는 천안보훈지청을 없애는 대신 천안 동남구 구성동에 민원봉사실을 설치했다. 하지만 보훈대상자들의 여러 민원을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직원이 대전지방보훈청에서 파견된 총무 담당자 1명, 사회복무요원 1명 등 2명밖에 없어서다.
이렇다보니 업무는 증명서 발급 같은 단순 민원만 가능하다. 보훈 지원금, 유공자 등록 등 주요 업무는 서류를 접수해 대전지방보훈청이나 홍성지청 소관부서로 이관해주는 실정이다.
반면 민원봉사실에 접수된 민원은 2013년 9331건, 2014년 9907건, 2015년 1만109건 등 매년 늘고 있다. 지역 보훈대상자들은 이런 상황에 속이 터진다.
이하복 광복회 천안시지회장은 “1998년 천안보훈지청이 없어진 뒤로 지역의 보훈대상자들이 겪는 불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대부분 고령이다 보니 좋지 않은 몸을 이끌고 대전이나 홍성까지 멀리 이동하는 어려움이 커 천안보훈지청의 부활이 꼭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광역단체들과의 형평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각 도 마다 2개씩 있는 보훈지청이 충남에만 홍성보훈지청(충남서부보훈지청) 하나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충남의 보훈대상자는 3만4397명으로 전북(3만4165명)과 충북(2만7431명)보다 많다. 이런데도 충북에는 충북남부·동부지청이, 전북엔 전북동부·서부지청이 각각 설치돼 운영 중이다. 지역민들 사이에서 ‘충남홀대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을 만나 충남 동부지역을 담당할 보훈지청의 신설을 요구해 천안보훈지청 부활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천안보훈지청 신설 내용을 담은 건의안을 행정자치부에 제출한 상황이다.
양 의원실 관계자는 “천안보훈지청의 부재로 충남 동부지역 보훈대상자들의 불편이 큰데다 유관순 열사의 고향이기도 한 천안에 보훈지청이 없다는 것은 지역 위상 문제와도 관련이 크다”며 “빠른 시일 내 행자부와 보훈지청 신설 관련 면담이 예정된 만큼 천안보훈지청 부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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