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원정규 대전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
'2013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서 전반적인 사회 안전에 대한 여성의 인식은 11.2%만이 안전하다고 응답했다. 다시 말하면 모든 생애에 걸친 여성 다수 88.8%는 사회 안전에 대해 불안감을 크게 느끼고 살아가고 있다. 경찰청 2013년 강력범죄 피해자 통계에 의하면, 피해자 비율 90.2%가 모두 여성피해자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수평적인 네트워크 시대가 되었고, 위미노믹스 시대라고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젠더권력을 기반으로 행해지는 폭력(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 묻지마 살인, 혐오피해 등)의 피해는 여성이 대다수인 현실이다. 그래서 아직은 여성이 사회적 약자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다.
지금 시대는 신자유주의의 자본을 중심으로 물결은 거대하게 일어나고 모든 사회구성원의 삶과 생각 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성별을 가리지 않는 무한경쟁시대가 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남성은 생계부양자로 살기 어려운 조건, 남성성만을 내세워서는 살기 어려운 현실에서 경쟁에서 탈락한 남성들은 '루저'로 인식하는 독특한 루저문화가 형성됐다. 여성은 훨씬 더 오래 전부터 돌봄자의 책임, 주변적인 존재로 인식, 폭력피해의 희생, 비공식노동 등 남성중심 사회에서 여성은 여전히 가족과 일 사이에서 쫓기며 살아오면서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소리-군가산점제 폐지, 정당 비례대표 공천, 여성할당, 생리휴가, 모성보호 등 여성들의 권리, 동등한 기회 등 상식적으로 요구하는 목소리와 행동은 혐오의 타겟으로 김치녀, 된장녀, OO녀 등으로 대상이 되어버렸다. 양극화가 점점 심화되면서 생계부양을 전제로 하는 가부장적 헤게모니인 '남성성'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이 정서와 생활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여성혐오' 행위들이 온라인을 통해 더욱 격렬해지고 있는 속에서 표출된 범죄를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여성혐오는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류의 일원으로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남성보다 열등한 제2의 성으로 인식하는 모든 언어와 행동, 여성을 객체로써 타자화 하는 모든 표현과 행위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지난해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한바에 따르면 남성응답자 중 54.2%가 김치녀, 된장녀, 김여사등 여성혐오 표현에 공감했고, 특히 남자 청소년의 66.7%가 여성혐오 표현에 공감했다. 여자 청소년은 22.2%로 인식하는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또 한국은 지나친 여성 위주 정책으로 남성들이 역차별 받고 있다는 문항에 5점 만점으로 3.79점이 나왔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반대로 성차별적인 사회구조 안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용인하고 정당화시키는 편견과 낙인으로 인해 이번 사건도 성별에 기반한 폭력이라는 점에서 가정폭력, 성폭력·성희롱, 성매매, 데이트폭력, 스토킹과 맥락을 같이함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3포세대, 5포세대 남성들이 불안과 좌절을 느끼면서 여성들에게 적대감을 느끼기 시작하였고, 여성혐오 현상은 시민성과 시민다움이 깨진 것이고 시민성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젠더 불평등에 기인한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는 본질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사적이고 사소한 다툼으로 취급하고, 피해자에게 원죄를 씌운다. '홧김', '성충동' 등으로 인한 우발적 범죄, 이도 안 되면 가해자를 '괴물'로 만든다. 이번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을 '묻지마 범죄'로 보는 것은 기존에 여성폭력 사건을 구성하고 이해하는 방식으로는 살해의 원인을 설명할 수 없다. 현상을 진단하되 본질을 함께 짚고 잘못된 문화를 바꾸는 사회적 담론이 필요하다. 양성평등은 여성특혜도, 남성 역차별도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적 상식이자 인권이다.
임원정규 대전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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