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의회는 31일 의회 3층 본회의장에서 제37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고, 20일간 회기를 마무리 했다. 세종시의회 제공 |
산하기관 예산 전액 삭감되면서 사업 진행 여부 불투명
일각에선 절차상 문제 아닌, 시 공무원들의 ‘길들이기’ 시각도
광역행정체계를 갖추기 위한 세종시의 현안사업 예산을 세종시의회가 대폭 삭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절차상 하자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동안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길들이기’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세종시의회는 31일 제37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고, 추경예산 요구액 3117억 중 세입예산 1억7600만원, 세출예산 44억1500만원을 삭감한 1조487억원을 최종 의결했다.
문제가 되는 예산은 대전세종연구원 설립 및 운영 출연비(15억원)과 세종시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비(5억원), 문화재단 사무실 리모델링비(5000만원), 여성가족과의 청소년문화카드지원비(2억 6000만원) 등 총 23억1000만원이다.
대전세종연구원은 대전과 세종이 상생협력 차원에서 현안과제 등을 함께 연구하기 위해 공동으로 설립하기로 하고 지난 3월 합의문까지 발표한 사업이다. 이를 위해 두 지자체는 오는 7월 개원을 목표로 조례 제ㆍ개정, 정관변경, 공동연구원 임원 선임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출연금 15억원을 낼 수 없게 된 것이다.
물론, 공동연구원을 설립한 후 추후 출연금을 내도록 대전시가 관용(?)을 베풀면 크게 문제 될 건 없지만, 어쨌든 ‘특별자치시’의 신뢰성은 타격을 입게 됐다.
오는 10월까지 설립한다고 이춘희 시장이 직접 발표한 세종문화재단은 내년까지 미뤄질 위기에 처했다. 설립을 위한 기본적인 예산이 한 푼도 없기 때문이다.
두 사업 모두 예산 신청 전에 조례 제정 등 입법 관련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태환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공무원들이 의회에 제출하는 서류에 대해 시기와 절차 등을 명확히 지켜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일이 반복되는 건, 조례 제정 절차가 아무리 빨라도 2개월 이상 걸리다 보니, 시급하거나 중요한 현안사업의 경우 일일이 절차를 지키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조례제정과 예산편성 절차가 동시에 진행된 전례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대전세종연구원과 세종문화재단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추진해온 현안으로 여러 차례 의회와 협의하면서 의회 역시 사업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삭감 조치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이와 관련, 윤형권 의원은 본회의 긴급현안 질문에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세종시의 특수 상황을 감안한다면 집행부의 분발이 절실히 요구된다”며 “하지만, 시정은 이춘희 시장 홀로 단기필마로 이끌고, 부시장 등 간부들은 안일한 근무자세를 보이고 있어 조직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 관계자는 “조례제정과 예산편성 절차에 맞게 하자는 의회의 결정에 동의하고 그동안 소통이 부족한 것도 인정한다”며 “다만, 중요한 현안에 대해선 수시로 협의해왔는데, 이런 일이 생겨 자칫 집행부와 의회의 힘겨루기로 비춰질까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세종=박병주 기자 can7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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