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나라사랑과 애국심이라는 개념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대전·세종·충남을 관할하는 대전지방보훈청의 이명현<사진> 청장을 만나 나라사랑 정신과 애국심이 무엇인지, 지역에서 나라와 민족을 위해 공헌한 국가유공자의 정신을 어떻게 계승, 발전시키고 있는지 등을 들어봤다.
이명현 대전지방보훈청장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선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앞으로의 대한민국이 있다”고 강조했다. “선조들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지켜왔고, 발전시켜왔는지 그 과정을 알려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매년 맞는 호국보훈의 달이지만 올해는 북한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이 계속되면서 남북한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느낌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최근 북한은 7차 당대회에서 핵보유국임을 선언하면서 한반도에 갈등과 위험을 지속적으로 조성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여러 번 강조하셨지만 최고의 안보는 국민의 단합된 힘에서 나옵니다. 분열과 갈등을 넘어 국민통합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는 만큼 이번 호국보훈의 달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젊은세대 사이에서 '애국심'과 '나라사랑'이라는 개념이 희미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방법이 있을까요.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지난해 나라사랑 의식지수에 따르면 '전쟁이 났을 경우 나라를 위해 싸우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50대가 83.5%로 가장 높고, 15~19세 청소년이 53.9%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이 대한민국이 압축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무한경쟁에 내몰린 젊은이들의 의식구조와 관련이 깊다고 생각합니다. 입시위주, 성적·스펙 쌓기, 개인주의적 성향 말이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우리 민족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지켜왔고 어떻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하게 됐는지, 자라나는 청소년과 젊은 세대에게 좀 더 많이 알려야겠죠.
그렇게 한다면 우리나라의 소중함을 깨닫고 더 나아가 이를 지키기 위한 애국심과 나라사랑 정신으로 자연스럽게 발전해 나가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이를 위해 보훈처에서는 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서 자연스럽게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대상별 교육을 많이 추진하고 있습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대전지방보훈청에서 계획하고 있는 행사가 있다면 알려주십시오.
▲국가유공자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국민의 호국정신을 함양하고, 하나 된 국민의 힘으로 안보위기 극복에 기여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우선 오는 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는 현충일 추념식장을 찾는 참배객들을 위해 대전역, 서대전역, 복합터미널에 수송버스를 운행할 예정입니다. 또 오는 11일 대전시청 남문광장에서 호국보훈 퍼레이드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호국영웅알리기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합니다. 먼저 대전고등학교 교정에 대전고 출신 6·25 한국전쟁 참전유공자명비를 건립할 예정입니다. 또한 제2연평해전당시 조국의 영해를 끝까지 싸우다 전사하신 고 한상국 상사의 흉상을 모교인 홍성의 광천제일고에서 제막식을 거행할 계획입니다. 이밖에도 프로야구와 연계한 국가유공자 시구행사, 국가유공자를 위한 감사음악회, 모범국가유공자 포상전수 등 다양한 행사를 가지려고 합니다.
-관내에는 총 몇 분의 애국지사가 계시는 지, 또 이 분들에게 제공하는 지원정책들이 궁금합니다.
▲현재 대전과 충남지역에 총 네 분의 애국지사가 생존해 계십니다. 보훈처에서는 애국지사님들의 생활지원을 위해 훈격에 따라 월 206만원에서 663만원까지 보상금과 특별예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보훈병원과 가까운 위탁병원을 통한 의료지원과 장기저리 대부 등을 지원하는 한편, 각종 보훈행사나 생신 등에 정기적으로 위문해 예우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애국지사 손자녀까지 교육·취업 지원을 실시하는 등 부족하지만 그 분들의 공훈에 최대한 보답을 드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가유공자들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우리 보훈대상자의 평균연령은 72세로 이미 고령화 되어 있고 특히 6·25참전유공자의 평균연령은 거의 90세에 육박하고 있는 만큼 고령화에 따른 의료와 요양서비스가 매우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국가보훈처에서는 중앙보훈병원을 포함한 전국 5개 보훈병원을 고령 보훈대상자를 위한 특화된 의료기관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현재 6개인 보훈요양원도 계속 확충해 나갈 계획입니다. 아울러 거동이 불편한 고령 보훈가족을 위해 가정으로 직접 찾아가는 재가복지서비스도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보훈청에서 제대 군인들에 대한 지원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인 소개와 성공 취업사례 등이 궁금합니다.
▲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보훈처가 중점 지원하고 있는 대상은 5년 이상 복무하고 전역한 장교, 부사관 등 중장기 복무 군인입니다. 대부분이 30~40대로 가장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할 시기에 전역을 하였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사회복귀가 가장 필요하고 핵심적인 지원사항입니다.
따라서 국가보훈처에서는 제대군인 일자리 5만개 창출을 정부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핵심정책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전지방보훈청에서도 제대군인 개개인의 능력, 적성, 연령, 연금수급 여부 등을 고려해 맞춤형 직업알선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우선 연금비대상 제대군인에게는 소득에 비중을 둔 우수직종 생계형 일자리를 제공하고, 연금대상 제대군인에게는 사회적 기업 등 보람형 일자리 제공에 중점을 두고 지원하고 있습니다.
-국가유공자나 제대군인 지원 말고도 보훈청에서 지역민들을 위해 수행하고 있는 정책들이 있다면요.
▲기존의 보훈정책이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 그리고 제대군인에 대한 보상과 예우로 한정돼 있었다고 한다면 최근에는 정책수요자를 일반국민 대상으로 폭 넓게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정책으로 '나라사랑교육을 통한 국민 호국정신 함양'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국가보훈처에서는 전문강사단을 구성해 학생과 일반시민,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애국심을 높이고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는 많은 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해 대상별·세대별 특성에 맞는 특화된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대전지방보훈청이 나이 드신 국가유공자를 보살피는 '보훈섬김이' 시책을 펼치고 있다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대전을 비롯한 충청권에서 190여명의 요양보호사를 보훈섬김이로 정해서 이동보훈복지팀 'BOVIS(보비스)'를 구성했습니다. 보비스를 통해 고령의 국가유공자에게 가사, 간병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동보훈복지서비스 '보비스'는 'Benefit of Visiting Service'의 줄임말인데요. 이는 '희생을 사랑으로'라는 뜻으로,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공헌에 더 큰 사랑으로 보답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보훈섬김이를 통해 고령의 국가유공자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청소와 세탁, 식사를 대신 해드리기도 하고 말벗이 돼 재가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노인용품이 필요한 분들에게는 실버카, 기저귀, 안마기, 찜질기, 지팡이 등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는 복권기금을 지원받아 3개 이상 노인성 질환이 있어 거동이 많이 불편하거나 혼자 사는 참전유공자분들의 가정에 보훈 섬김이가 주 3회 방문하고 있습니다.
-청장님께서 갖고 있는 특별한 지방보훈정책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
▲대전·충남지역에는 국난이 있었을 때 누구보다 앞장서서 국가를 지키는 데 목숨을 바친 훌륭한 호국영웅들이 많이 계십니다. 이 분들에 대해 지역민들이 널리 알 수 있도록 홍보 캠페인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자연스럽게 미래세대로 이어질 수 있다면 호국정신을 제고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중도일보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시겠습니까.
▲요즘 화창하게 날씨가 너무나 좋아서 높고 푸른 하늘을 보기만 해도 한없이 마음이 평화로워 집니다. 충청 지역민 여러분께서도 우리가 누리는 오늘의 이 자유와 평화가 국가유공자들의 희생과 공헌에 있음을 잊지말고 그 분들을 추모하고 감사하는 시간을 잠시라도 갖는 의미있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이 되었으면 합니다.
대담=김덕기 취재1부장(부국장)
정리=송익준·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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