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습관적으로 소셜 미디어를 확인한다.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순서대로 정독을 하며 지난 밤 내가 놓친 소식들을 급하게 훑어본다. 소식 없던 초등학교 친구가 해외여행 하면서 찍어 올린 사진이 제일 먼저 뜬다. 얼마 전 남자친구가 생겼다며 자랑하던 동기 커플의 사진도 눈에 들어온다. 먹는 걸 유달리 좋아하는 친구가 ‘좋아요’를 눌러서 도배해놓은 맛있는 음식 사진도 감상한다. 누군가인지 모를 사람을 저격해 늘 심기 불편한 글을 올리는 선배는 지난밤에도 잊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뉴스피드를 쭉 쭉 내리자 생전 처음 보는 아이돌의 안무 영상이 수두룩하다. 소위 소셜 미디어 스타라 불리는 예쁜 여자들의 사진도 5초에 한 번꼴로 보인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한다며 추천을 빙자한 홍보 글도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다들 잘 지내고 다들 바쁘게 사는 것 같다. 나만 한가하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친구에게 연락한다. “그래 너 얼굴 좀 보자!”라며 반가운 대답이 온다. 하지만 곧 선약이 있다는 답장이 따라온다. 이번 주말도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잠들기 전 또 다시 소셜 미디어에 접속한다. 판매 예정이던 상품이 업데이트 되었다는 알림글이 제일 먼저 뜬다. 그 길로 홈페이지에 들어갔지만 품절이라는 상태가 나를 반긴다. 좀 더 일찍 인스타그램을 확인했어야 한다는 자책감과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겠다는 마음이 동시에 든다. 언제 재입고 될 지 모르는 상품이라 아쉬움이 크기만 하다. 해시태그를 보니 구매에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 속이 쓰리다. 친구 역시 속이 쓰리다며 만취한 사진을 올렸다. 재밌게 놀고 왔나보다. 페이스북을 들어가 보니 저격수 선배는 오늘밤도 기분이 안 좋은지 누군가를 공격하는 글을 잔뜩 올렸다. 해외여행 중인 친구는 베르사유 궁전 앞에서 인생 사진이라고 불러도 좋을 작품을 건져왔다. 100일을 축하해 달라며 오그라드는 사진을 올린 동기 커플의 글도 빠지지 않는다. 괜히 추운 것 같아 전기장판을 켰다. 다 늘어난 트레이닝복을 입고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남들의 잘 사는 소식을 듣고만 있는 내 모습이 싫어진다.
문득 내가 왜 남의 소식 때문에 이렇게 기분이 오락가락 해야 하나 의아하다. 굳이 알아야 할 필요도 없는 남들의 이야기에 목 멜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다시 소셜 미디어를 켠다. 그리고 과감하게 계정 삭제를 누른다. 후회할 지도 모르겠다. 알림이 울리지 않는 휴대폰이 낯설다. 하지만 오늘밤은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
김유진 미디어 아카데미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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