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필 용운도서관 사서 |
▲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문예출판사, 2006 |
간편한 사랑의 기술 지침을 기대하는 사람은 이 책을 읽고 실망할 것이다. 사랑은 스스로 도달한 성숙도와는 관계없이 아무나 쉽게 탐닉할 수 있는 감상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이 이 책의 의도이기 때문에. 이 책은 가장 능동적으로 자신의 퍼스낼리티 전체를 발달시켜 생산적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 한, 아무리 사랑하려고 해도 반드시 실패하기 마련이며, 이웃을 사랑하는 능력이 없는 한, 또 참된 겸손, 용기, 신념, 훈련이 없는 한, 개인적인 사랑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우쳐주려고 한다. 그러나 사랑하는 것이 어렵다고 해서 그 어려움과 사랑에 도달하는 조건들을 알아보는 일조차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은 이전에 내 책에서 표현된 사상을 되풀이할 수도 있지만, 이전을 넘어선 많은 사상이 제시되어 있고, 옛 사상이라 하더라도 '사랑의 기술'이라는 한 주제에 집중함으로써 새로운 시야를 얻게 한다.
여러 가지 세상 조건들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사랑한다는 것은 아무런 보증 없이 자기 자신을 맡기고 우리의 사랑이 사랑을 받는 사람에게서 사랑을 불러일으키리라는 희망에 몸을 맡기는 것을 뜻한다. 사랑은 신앙의 작용이며 따라서 신앙을 갖지 못한 자는 거의 사랑하지 못한다. 사랑을 실천하는 태도, 즉 '활동'이 필요하다. 이 활동은 '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면적 활동, 즉 자신의 힘을 생산적 이용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사랑은 활동이다. 내가 사랑하고 있다면, 나는 그나 그녀만이 아니라 사랑받는 사람에 대해 끊임없이 적극적 관심을 갖는 상태에 놓여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타인에 대한 사랑 사이에 '분업'은 있을 수 없다. 반대로 타인을 사랑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조건이 된다.
사실 사랑에 대해 말하는 것은 '설교'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궁극적이고 현시적 욕구에 대해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욕구가 은폐되었다는 것은 이런 욕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랑의 본성을 분석하는 것은 오늘날 일반적으로 사랑이 결여되었다는 현상을 밝혀내고 이러한 결여 상태에 책임이 있는 사회적 조건을 비판하는 것이다. 개인의 예외적 현상일 뿐만 아니라 사회현상으로서 사랑의 가능성에 대한 신앙을 갖는 것은 인간의 본성 자체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하는 합리적 신앙이다.
오종필 용운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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