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25일 방한으로 ‘충청대망론’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반 총장에 대한 아전인수식 ‘해석’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5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에 참석한지 1년 만에 한국을 찾은 반 총장의 몸값은 여권 내에서 치솟는 반면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깎아내리는 등 바람 차단에 나서는 모양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은 25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 이유는 밝힐 수 없지만, 반 총장의 권력 의지는 아주 강하다”며 “반 총장의 권력 의지가 101%”라고 밝혔다.
19대 국회 전반기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낸 안 의원은 “반 총장이 유엔에서 임기를 마치면 대통령 선거에 당연히 후보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반 총장은 절대로 야당 성향이 아니며, 현재로서는 여권의 가장 강력한 대권 후보”라고 덧붙였다.
충청 출신의 정우택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 총장의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 “개인적으로 반반으로 본다”면서 “출마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결코 안 하고 있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지만 외교관으로 적합한 성품을 갖고 있어서 진흙탕 정치에 발을 들여놓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 총장이 대권 출마를 결심할 경우 “야당에서는 유력주자들이 많이 거론되고 있으니 거기에 영입 케이스로 가는 건 어렵고 새누리당에는 뚜렷한 대권후보가 없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좀 다른 시각을 보였다.
정 부의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금 더 검증을 거쳐봐야 할 것”이라면서 “우리 정치가 난마처럼 얽혀있기 때문에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분은 정치를 좀더 단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측은 반 총장의 관심도가 높아지는 것에 대해 견제구를 날렸다.
차기 대권 가도에 들어선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엔에서 일반적으로 4~5년 정도 지나야 정부직 맡아야 한다는 얘기 있다’는 질문에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로서 자존심이 있으므로 유엔 결의문 정신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사무총장으로서 여러 국가의 비밀 정보를 많이 알게 되는데 특정 국가 공직자가 되면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으니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결의문으로 보이고, 존중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근 자신이 “(반 총장을) 모셔올 수준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우리 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를 양보시키면서까지 모셔올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며 반 총장의 대선후보 추대 불가론을 재강조했다.
이어 “여당은 반 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낸다”는 사회자의 언급에 “아무리 인물이 없어도 다른 곳에서 데려 오려 하는 것은 책임정치 측면에서 볼 때 어색하다”고 비판했다.
서울=오주영기자 ojy8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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