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덕훈 한남대 총장 |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대학들은 대학 본래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대학 수 증가' · '대학 입학 자원 감소' 등 외부 요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정지원제한 대학' · '5단계 대학구조조정평가' 등과 같은 지뢰들을 피하느라 기진맥진해 있다. 산업혁명 이후 기술 중심의 산업구조가 디지털 혁명에 의해 새로운 산업구조로 개편되고 있지만, 새로운 연구와 교육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고 국책사업 수주에 온 대학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이 본래 지니고 있던 '인격도야'라든지 '사회와 상생'하는 법에 대한 고민들은 이미 잊은 지 오래다. 대학들은 오로지 '취업'과 '재정'이라는 두 가지 숙제를 풀기 위해 허둥대고 있다. 이러한 대학 현상은 우리나라 대학들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 많은 대학들이 이러한 위기를 겪었거나 현재에도 겪고 있다. 이들 대학 중에는 그러한 위기를 극복한 대학이 있는가 하면 극복하지 못하고 소멸의 길을 걷는 대학이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한 대학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대학' 이라는 것이다. 지역과 함께 발전하면서 대학의 브랜드를 높이고, 높아진 대학의 브랜드로 우수한 인적 자원의 외부 지역 유출을 막고, 우수한 인적 자원을 활용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대학은 또 다른 발전의 기회를 잡았지만 그렇지 못한 대학은 대학 축소와 폐쇄라는 길을 걸었고, 걷고 있다.
대학과 그 대학이 속한 지역사회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고 대학은 지역사회로부터 공공성을 요구받으며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 및 지역사회의 발전에 관한 사회적 책임이 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지방자치가 발달한 시대에는 지역사회의 발전에 지역대학의 절실한 기여가 필요하며 마찬가지로 지역대학의 발전에도 지역사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따라서 지역사회와 지역대학의 관계를 재정립하여 지역사회와 지역대학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지역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또한 대학은 그 대학에 재학하고 있는 대학생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사회와 국가의 발전에 사회적 존재 의의가 있으므로 교육 · 연구 · 사회봉사라는 3대 기능은 대학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이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은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이냐 하는 관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에게 사는 기쁨과 지적 충족감을 주고 아울러 지역에 사는 긍지를 심어 주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다.
글로벌 시대에는 정부·지자체(교육지자체 포함)·기업· 대학이 단결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몰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리고 그 단결의 중심에는 지식의 거점이자 창조성의 원류인 대학이 자리해야 하고 그 지역의 대학들은 서로 협력해야 한다. 그래서 그 지역의 대학들이 중심이 되어 각 대학과 학생들이 지역사회와 지역기업에 공헌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국민과 함께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의 변화와 혁신은 있는 것을 줄이거나 없애고, 지금과는 다른 운영을 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변화와 혁신을 위해 내부를 현미경처럼 낱낱이 분석하고 파헤친다고 이루어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대학의 기본적인 역할과 기능을 염두에 두고 눈을 들어 바깥을 바라보았을 때 진정한 변화와 혁신을 이룰 수 있다.
이덕훈 한남대 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