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정모씨(39)는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집안의 장남으로 돈을 많이 벌어 집안을 일으켜 보고 싶었던 정씨는 사업에 뛰어 들었다. 하지만 녹록치 않았다. 어려운 형편에 사업까지 무너지고 나니 정씨는 정신과 마음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환청과 망각증상이 생겼다. 병명은 ‘조현병’이었다.
정씨는 지난 2008년 3월부터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약물치료를 받았다. 착실하게 치료를 받고 각종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사회 복귀를 꿈꿨지만 조현병 환자라는 주홍글씨는 쉽게 그를 사회에 복귀시켜주지 않았다.
하지만 집안을 일으켜야 겠다는 의지로 병을 관리하면서 컴퓨터 자격증 취득에 도전했다. 기초교육부터 배우며 정씨는 엑셀자격증과 포토샵 등 각종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정씨는 현재 대전 중구의 한 주민센터에서 사무보조로 일하며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는 “조현병에 대한 편견이 심한것 같다. 약을 먹고 치료를 잘 받으면 대인관계도 사회생활도 문제없이 잘 해낼 수 있다. 따뜻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 김혜련 정신보건전문 간호사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최근 조현병 환자의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 이후 주간재활센터에 참여하는 회원들의 질문이 가슴 아팠기 때문이다.
“회원들이 교육시간에 질문을 합니다. 조현병 환자가 흉악범이라고 하는데 정말 나도 그럴수 있느냐고, 정말 약을 먹고 관리하면 괜찮아지는 것이냐고 물을 때면 가슴이 아픕니다”
조현병을 앓았거나 치료중인 환자들에게 조현병 환자 전체가 마치 흉악범인 것으로 몰아가는 표현은 좌절을 줄 수 밖에 없다. 김 간호사는 “조현병 환자들은 정신을 붙잡기 위한 자기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사회적 편견은 오랜시간 병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해 온 환자들에게 엄청난 좌절을 준다”고 말했다.
▲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 피의자 김모씨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 주점 화장실에서 범행 장면을 재연하고 나서 밖으로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
최근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을 일으킨 범인이 조현병 환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편견에 따른 환자들의 좌절감이 크다.
24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지역에는 4개의 정신요양 시설이 있으며 668명이 입소해 있고 재활시설과 공동생활시설 등 사회복귀시설 27곳에 405명 등 1000여명의 조현병 환자들이 있다. 이들 관리를 위해 각 구청마다 정신건강 증진센터와 대전시 건강증진센터, 정신의료기관, 사회복지법인 등이 관리를 하고 있다.
이들 정신 요양시설과 재활시설을 이용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조현병이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 관련 병력을 갖고 있다. 지자체는 이들 환자들을 지속적으로 상담하고 약물 복용 등을 관리하며 사회복귀를 위한 지원을 기울이고 있다.
대전 중구의 정신보건 주간재활시설인‘버팀목’은 정신질환 환자들의 재활을 위해 찾는 주간 재활시설이다. 35명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앓았던 이들이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사회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12명은 행정도우미를 비롯한 제빵사 등으로 취직해 활동을 벌이고 있다.
조현병 진단을 받고 원하면 재활시설과 각종 센터 등을 통해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각 센터와 보호기관들은 전문간호사와 사회복지사를 통해 지속적인 상담과 프로그램 참여 독려, 치료 관리 등을 하고 있다.
하지만 조현병 환자의 묻지마 살인 발생이후 시민들의 시각이 곱지 않다.
실제 대전시를 비롯한 지자체에는 시민들의 전화가 걸려와 “조현병 환자들이 길거리를 활보하게 둘 것이냐”는 등의 황당한 항의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노만희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조현병은 공격성과 폭력성이 높은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와는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정신질환자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 때문에 모든 정신질환자가 위험하고, 특히 그 중에서 조현병 환자들은 살인의 잠재적 가능성을 갖고 있는 환자들로 인식될까 봐 우려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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