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건양대 총장 |
지난주 우리 대학은 개교 25주년을 맞아 학생 체육대회와 한솔대동제 축제를 개최하면서 '명예코드 선포식'이라는 의미 있는 행사를 함께 치렀다. 이날 행사에는 대전·논산 양 캠퍼스의 전교생과 전체 교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학생 대표와 함께 교직원 대표 및 대학 인근 주민 대표들이 단상에 올라 '명예코드' 선언문을 증정하고, 그 약속의 증표로 총장과 총학생회장, 교수대표, 직원대표, 주민대표 등 대학의 구성원 대표 5인이 함께 핸드프린팅을 하는 이벤트도 가졌다.
명예선언과 함께 발표된 행동강령은 먼저 “정직한 노력으로 승부하고, 남의 지식·희생을 부당하게 취하지 않는다” 또 “끊임없이 도전하며, 유해한 중독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킨다” 마지막으로 “자신감 있는 언행과 용모로서 남을 배려하는 긍정적 자세로 생활한다” 등 세 가지로 요약되어 있다. 이러한 명예코드를 바탕으로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대학생활에 임하는 것은 물론, '정직' '도전' '자신감'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 사회에 나가서도 민주시민으로서의 삶을 잘 살아갈 수 있는 기틀을 잡고자 하는 것이다.
정직을 바탕으로 한 도전정신은 우리 대학의 설립 이래 '최고의 명예'로 삼고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덕목이다. 필자는 정직이야말로 그 어떤 도덕적 항목보다 우선순위에 있다고 생각해왔다. 정직하면 부당한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떳떳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으며, 어떠한 일이든 참된 용기를 가지고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 학생들에게, 후손들에게 제일 먼저 정직한 삶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가르쳐야 한다고 본다.
명예코드는 청교도정신으로 무장된 대다수 미국의 대학들에서 나름대로 채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육군사관학교를 비롯한 일부 대학에서 학생들의 기강을 바로세우기 위하여 채택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대학도 이와 같은 명예선언을 계기로 명예강의, 명예활동, 명예행정, 명예시험 등 학사활동이나 학생활동 전반에 걸쳐 대대적으로 '명예코드'를 구현하기 위한 활동들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것은 '코드(code)'라는 말이다. 이 말은 학생들이 스스로 지켜나가는 이른바 '자발성'이 담보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법조항을 가리키는 'law'나 'act'와 같은 말은 '타율성'을 내포하고 있어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그 제재를 위한 '징벌(punishment)'이 뒤따른다는 것을 의미하는 데 반해 '코드'는 자율적으로 지키고 그에 대한 처벌도 '자율적 반성'에 맡기게 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명예코드'의 준수가 자율적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우리가 정부에서 일반인들이 지킬 수 없는 각종 규정들을 만들어놓고 수많은 사람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일을 흔히 봐왔기 때문이다. 만일 '명예코드'도 학생들이 지킬 수 없는 규정들을 잔뜩 만들어놓고 결국 많은 학생들이 규정 위반자가 되어 죄책감에 사로잡혀 학교생활을 하게 한다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만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예코드'와 함께 '품격(品格)'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품격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 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 '사물 따위에서 느껴지는 품위'라는 뜻으로, 기품(氣品), 품성, 교양 등과 비슷한 의미를 갖고 있다. 즉, 상호 신뢰의 바탕 위에서 어떠한 일을 이루어갈 때 그 실현성은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다. '명예코드'라는 작은 움직임을 통해 우리 대학의 품격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우리나라 전체 대학사회의 품격이, 나아가 우리 사회의 품격, 우리 대한민국의 품격이 동반상승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김희수 건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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