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광주를 소재로 한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 책사진=창작과 비평사 |
소설가 한강이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채식주의자는 2007년 발표된 소설로 스스로 나무가 되어 간다고 믿으며 채식주의자가 되어가는 주인공 영혜를 다룬 이야기다.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장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훔치며 소설가 한강은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의 수상자가 되었다.
한강의 수상소식이 전해지자 문학계는 들썩이고 있다. 수상작인 채식주의자는 벌써 2만부 이상이 팔렸고 한강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기사들도 쏟아지고 있다.
내일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다. 일찍이 소설가 한강도 5월의 광주에 주목했다. 2014년 출간된 ‘소년이 온다’는 광주민주운동을 직접 체험한 주인공들이 등장하는데,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동호와 도청에서 상무관에서 시신 관리를 하는 형과 누나들의 이야기다.
연행된 진수는 모나미볼펜과 성기 고문을 받은 후 출소해 자살했고, 518이후 데모로 대학생활을 보내다 출판사에 취직했지만 검열 문제로 또다시 경찰서에 서게 된 은숙. 노조활동을 하다 경찰에 연행된 선주까지. 고문과 검열, 데모와 트라우마가 점철된 광주의 청춘들이 등장한다. 고통과 치욕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광주에 한강은 자신의 서사를 통해 국가의 무자비함을, 잔인한 인간의 악행과 본질을 들춰낸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한강이 쓴 광주 이야기라면 읽는 쪽에서도 마음이 준비가 필요하고, 각오한 사람조차 휘청이게 만드는 소설”이라고 추천평을 남겼다.
광주를 소재로 한 소설은 많았다. 또 나올 수 있을까 싶을만큼 언제나 문학적 소재로 꼽히던 ‘광주’는 한강의 글로 다시금 태어났다. 철저한 고증과 한강 특유의 섬세한 문장들이 너무나 묵직하고 날카로워서 괴롭다. 쓰는 사람도 악몽이었을 처절한 광주의 5월. 읽는 사람들에게도 물론 고통이 되리라. ‘소년이 온다’는 가슴으로 바라보는 광주다. 518기념일이 하루 남은 오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수 없는 내일. 소설 ‘소년이 온다’를 큰소리로 읽고 싶다. /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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