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정오 K-water 논산수도센터장 |
실제로 방금 마신 물이 세포와 혈액을 타고 뇌에 전달되기까지는 불과 1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고 하니 마시는 물이 곧 건강과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수도꼭지만 틀면 마음껏 마실 수 있다는 것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만의 특권이다.
수돗물 속에는 우리 몸을 구성하고, 생체 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인 미네랄 즉, 칼륨과 칼슘, 나트륨, 마그네슘 등이 이온상태로 풍부하게 녹아있다. 원수 수질 또한 세계 122개국 중 8위를 차지할 만큼 굉장히 우수한 수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검사항목 163개보다 많은 250개 항목의 수질검사를 거쳐 세계 최고 수준의 수돗물 품질을 자랑한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은 수돗물을 얼마나 마시고 있을까? 2013년 환경부 수돗물 음용률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수돗물 음용률은 5.4%에 불과하다. 영국 70%, 미국 56%, 일본 47%에 달하는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음용률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먹는 물로 천대 받고 있는 수돗물을 대신해 주로 이용되는 음용수는 매장에 진열된 병물이며, 판매량 또한 급증하여 연간 6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커피나 콜라, 주스 등을 제치고 음료시장의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의 성인 하루 권장량은 2리터이다. 즉 한사람이 평생 50t 이상 물을 음용하는 셈이다. 이는 음료를 생산하는 기업에게는 블루오션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건강에 이롭고, 안전하다는 병물 광고의 학습효과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 마치 다른 어떤 물도 풍부한 미네랄이 포함된 이것을 대체할 수 없다는 이미지는 현재 과대해진 생수시장을 만들어 내며, 수돗물보다 수백 배에 달하는 가격에도 한 해에 버려지는 빈병의 무게가 2만 8000t에 이른다.
미네랄워터의 최대 생산국이자 세계 최초로 물을 병에 담아 판매하기 시작했고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를 먼저 겪은 프랑스의 경우는 어떨까? 현재 파리 시민의 90%가 수돗물을 마신다고 답했다. 파리의 수돗물 사랑은 집안뿐 아니라, 건강을 위해 거리에서도 개인 물병을 소지하고 다니며, 도심 곳곳에 설치된 음수대에서 수돗물을 담아 마신다. 시에서는 참신한 디자인의 수돗물용 병을 제작ㆍ배포하고, 신뢰도 확보를 위해 요금고지서에 물의 성분과 수질검사 결과를 상세히 제공한다.
우리가 먹는 수돗물의 재료가 되는 원수는 산과 계곡, 강, 호소 등 지구의 광물을 거쳐 흘러온 자연수로 만들어 진다. 빗물이 땅에 스며들어 흙과 지반이 가지고 있는 광물질 즉 미네랄을 녹여낸 천연의 미네랄워터인 셈이다.
생수값이 석유보다 비싸게 팔리는 시대가 되었다. 언제 어디서든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멀리하고 수백 배 비싼 값을 지불하며 병물로 구입하는 것은 똑똑한 소비라기보다 현대사회의 광고와 마케팅의 승리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흔히 '생수'란 살아있는 물을 뜻한다. 생산 후 수개월이 지나 공급되는 병 물이 생수인지 생산 후 하루 이내에 공급되는 수돗물이 생수인지 소비자는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미 국내 수돗물의 품질과 안정성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았고, 최근 건강성에 있어서도 시중 병물과 차이가 없다고 입증되었다. 24시간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안전하게 공급되는 수돗물 음용을 통해 건강을 챙겨야 할 것이다.
유정오 K-water 논산수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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