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 학교행사가 있던 날. 바쁘게 서둘렀다. 설거지 끝내고 민낯으로 갈 수가 없기에 손질 좀 했다. 거울을 보며 립스틱 바르는 흉내도 냈다. 시간이 촉박했다. 오늘 따라 거리로 나온 차들이 많았다. 딸내미 학교로 들어가려면 U턴을 해서 들어가야 했다.
그러나 U턴하는 곳까지 가려면 좌회전 신호가 짧기에 한 차례 더 받아야 될 것 같았다. 이곳에선 거의 모든 차량들이 불법 U턴을 하고 있었다. 시간에 쫓긴 나도 급한 마음에 불법 U턴을 해버렸다. 그런데 그게 문제였다.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것. 걸려들고 말았다. 맞은편에서 오고 있던 경찰기동대 차량에. 왜 하필 나만 붙잡지? 억울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지시대로 차를 갓길에 댔다. 사이렌까지 울려가며 달려온 경찰차가 차 옆으로 다가오더니 창문을 내리라는 손짓을 하였다.
딱히 변명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가슴이 콩딱콩딱 뛰는 것을 억누르느라 휴~ 큰 숨 한 번 내쉬며 창문을 내렸다.
"이것 보세요. 경찰차가 오고 있는데 왜 보고도 무시하고 불법 U턴을 하시는 겁니까? 경찰이 우습게 보입니까?" 화난 목소리였다.
그러나 거수경례를 붙이며 다가오는 그가 오히려 밉지가 않았다.
"아이고 그럴 리가 있나요. 봤으면 당연히 안했죠. 전 겁이 많아서 경찰아저씨 엄청 무서워 하거든요. 그런 제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어요. 너무 급해서 그만 ..미처 못 봤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미안해하며 생글생글 미소로 잘못을 빌었다. 굳었던 경찰의 얼굴이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십시오. 주의 하십시오" 그리고 경찰도 나도 미소를 지으며 헤어졌다.
원래 경찰기동대는 직무수행 외에 범칙금 스티커를 떼지 못하게 되어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딱지를 떼려는 목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같이 U턴 했던 분들 중 한 남자분은 뻔뻔하게 U턴하기 불편하게 해놓고 어쩌라는 거냐는 둥 핑계를 대다가 결국 경찰 기동대와 실랑이를 벌이느라고 곧장 풀려나지 못했다.
▲ 김소영 시인 |
가끔 우리는 공인인 연예인들이나 정치인들이 음주운전이나 도박, 논문표절, 비자금 문제로 매스컴을 타는 것을 볼 수 있다.
얼마 전 국정 교과서 전도사 발언으로 유명세를 얻었던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인 전모의원이 논문표절이 문제가 되어 SNS가 떠들썩한 것을 보았다. 그러나 문제가 됐던 것은 논문표절 보다도 그후 그녀의 태도에 있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렇게 말한 사람들의 탓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그는 공교육 문제와 교육 정책들을 다루는 전문가로서 40대의 쓸만한 인재로 촉망받던 사람이었기에 지지하는 자들이 많았다. 그런 그이기 때문에 더 큰 실망감에 빠진 국민들은 그의 사퇴를 원하고 정치판에서 아예 떠나기를 바라고 있었다.
만약에 자기의 잘못에 대하여 용서를 구했다면 오히려 더 큰 인정을 받았을 것이다.
그녀의 이 같은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역사교육 정상화에 아까운 인재를 잃게 된 것 같아 안타까웠다.
사람들은 살다보면 누구나 잘못을 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죄를 짓는 것보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뉘우치지 않는 것이 더 큰 잘못이라는 것을 안다.
오늘의 불법 U턴. 그것은 ‘나’를 ‘나’답게 하는 인생 U턴의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돌아오는 길. 경찰관의 거수경례가 멋스럽게 클로즈업 되고 있었다.
/김소영(태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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