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미 천안청룡초등학교 수석교사 |
생활면에서는 평화교실을 운영해야지, 학습지도는 모둠학습과 협력학습을 중심으로 하되 교육과정을 내 나름대로 재구성해서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하며 배우게 해야 한다는 철학으로 학생중심수업방법인 ‘거꾸로 학습’이나 ‘짝대화 방법을 적용한 하부르타’를 방법을 적용해 본다든지, 토의토론 기법을 활용하여 학생들의 사고력이나 협력하여 나눈 아이디어를 충분히 기다리고 이끌어내어 민주적인 학급운영을 방안을 나름대로 계획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계획들이 일 년 동안 훌륭하게 실천하게 하기 위해 학교에서는 교사들의 업무 경감을 위한 지원 방안을 공동체 구성원들의 합의하에 마련해야 한다.
요즘 학교는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새로운 법 규정과 기준들이 속속 안착하고 있어 사무 감사나 학부모들의 질문에 문제됨이 없거나 규정에 어긋남이 없게 하기 위해 관리자와 행정직원 뿐만 아니라 모든 교사들은 끊임없이 이러한 낯선 규정들과 고군분투해야 한다. 사회시간에 가르칠 수업교재 연구를 하는 시간보다 자신이 맡은 업무와 관련한 규정들을 이해하고 처리하는 시간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얽매이며 지쳐가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언제부터였을까? 학교현장에서는 컴퓨터가 들어오고 부터라고 한다. 혹자는 행정업무시스템이 시작되고부터라고 한다. 그것이 중요한 건 아니다. 교실에서는 선생님을 향한 어리고 순수한 학생들이 있다. 갈수록 바쁘기만 해지는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맑은 눈과 하나하나 마주치며 읽어낼 시간과 여유가 없다. 어떻게 학생들을 사랑으로 정성껏 배움의 도가니에 빠지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할 시간은 더욱 없어져 가는 현실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화되니 당연한 결과 아니겠냐 할 수 있도 있다.
1990년대 중반 까지만 해도 교실에 오롯이 학생들과 교사만 있었다. 정말 눈을 마주치고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과 하나가 되어가는 느낌은 교사들만이 느끼는 가장 큰 행복이요. 보람이었다. 오늘 00이가 이렇게 발표를 했어. 그 녀석 참 생각이 많이 자랐단 말이야, 발표도 안하던 아이였는데.... 오늘 □□는 무슨 일이 있나? 쉬는 시간이면 조용히 곁에 다다가 마음을 건넸던 일. 60명이 넘는 많은 아이들이었지만 선생님은 하나하나를 다 꿰뚫고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머릿속에 다 담아내고 기억하였다. 학부모와 만나도 한 시간, 두 시간 구구절절 들려줘야 할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니 학부모들은 절로 고개를 숙이며 기쁜 발걸음으로 돌아가니 아이들을 위해 삼박자교육을 하지 않았나 싶다.
아쉬운 것은 요즘 아이들에게 학교를 다니면서 간직하고픈 추억이 있을까? 바쁘게 뛰어다니던 선생님만 기억하진 않을까 쓸 데 없는 걱정을 해본다. 나는 초등학교 때의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들이 참 많다. 작은 중소도시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뜨거운 가을 햇볕 아래 한 달 동안 진행되었던 운동회, 공부 끝나고 학교 건물 밑에 숨겨둔 수 백 개의 동글동글한 공깃돌을 매일 만나는 즐거움, 매주 수요일 마다 운동장에서 배구하는 선생님들을 응원하고 물을 떠다드렸던 기억, 과학실에서 실험보고서 쓰기대회 준비하던 추억, 소풍을 한 시간 남짓 걸어가면서 보던 풍경들 다 그립다. 그 때의 친구들도 이젠 쉰을 넘겨 희끗한 머리들을 가졌을 동무들도….
오늘 나갈 공문 기획과 수정해야 하는 교육과정을 걱정하고, 퇴근 후에도 오늘 누군가의 부모님에게서 항의성 전화를 보내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여린 선생님들을 힘나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2016년 각 시도 교육청에서는 학교 혁신에 대한 패러다임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2004년도에 불었던 혁신은 하드웨어(학교시스템)에 대한 변화였다면 2016년도에 부는 혁신의 핵심은 교실수업의 변화다. 학생중심 수업으로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수업의 주인으로 학생들이 즐겁게 활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공문 수를 줄이고 늘어만 가는 규정들을 줄이거나 간소화하여 교사들을 아이들에게 돌려 줄 방안은 없는 걸까? 교육수장들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일이다. 선생님들이 교실을 지키고 수업에 전념하게 하지 않는다면 미래를 이끌어 나갈 역량이나 인성교육도 기대할 수 없다. 이런 것이 혁신교육이라고 생각한다.
2학년 통합에서 ‘병원놀이’를 이렇게 해보니 우리 반 아이들이 재미있어했어요(1반 선생님). 한 시간 더하자고 조를 정도였어(1반 선생님). 그래? 어떻게 했는데?(2반 선생님) 약봉지와 병원 간판 꾸민 모양을 보여준다.(1반 선생님). 멋진데? 나도 저렇게 삼각형 모양으로 세워야겠다.(2반 선생님). 난 깃발을 만들어 높이 매달았어(3반 선생님). 이런 대화들이 수업연구이고, 수업대화라고 생각한다. 이를 발전시킨 것이 교사학습공동체 아니겠는가? 교실 수업과 학습공동체가 같은 흐름으로 가야한다. 자연스럽게 수업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학년연구실에서 또는 옆 반 교실과의 수업 교류 속에 학습자료와 수업 방법들이 오고가는 ‘공동체’ ‘수업을 이야기 하는 학교’ 그것이 참다운 교사학습공동체 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학교와 선생님은 행복한 수업전문가로서 성장하는 한 해가 되지 않겠는가?
/박은미 천안청룡초등학교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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