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태평전통시장은 푸근한 인심과 사람냄새가 가득하다. 상인과 소비자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모습에 마음마저 포근해진다. 태평시장엔 바다에서 갓 잡은 것 같은 싱싱한 해산물부터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돼지고기. 시장하면 빠질 수 없는 떡볶이 등 먹을거리까지 눈이 휘둥그레진다. 여기에 최근 '태평청년 맛it길'이란 청년 CEO 들의 창업까지 곁들여지면서 시장은 활기가 넘친다. 이에 3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태평시장 곳곳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100원 경매, 저렴한 상품과 이웃돕기 '일석이조'=태평전통시장은 매월 넷째 주 목요일 '100원 경매'를 통해 시장의 대표상품을 내놓는다. 올해로 3년째를 맞는 100원 경매는 태평시장의 각 상인이 자신들의 대표 메뉴 한 가지를 시장상인회에 기탁해 경매가 진행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부터 싱그러운 채소, 과일, 의류까지 100원부터 금액이 올라간다. 경매에 올라간 상품들은 상인들이 판매하는 금액의 절반에 판매된다. 이렇게 모인 수익금 전액은 지역 차상위 계층 등 불우이웃돕기에 쓰인다. 전통시장에서 좀처럼 맛보기 어려운 100원 경매에 참가해 저렴한 물품과 불우이웃돕기까지 덤으로 가능해 양손 가득 들린 상품에 따뜻한 마음마저 덤으로 챙겨갈 기회다.
▲매주 수요일 시장 한가운데 놓인 핫한 '세일'=태평전통시장은 매주 수요일 시장 길 한가운데 평소보다 저렴한 물품들을 진열한다. 소비자가 가장 뜸한 수요일, 세일을 통해 소비자를 불러 모으겠단 5년 전 계획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상가보다 20~30% 싸게 상품을 내놔 주부들에게 인기가 높다.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할인행사가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잦아지게 만들었다. 태평시장에서 만난 주부 김 모(47) 씨는 “대형마트보다 물건이 싱싱하고 저렴해 자주 찾는다”며 “될 수 있으면 수요일에 방문해 할인하는 제품을 싸게 구매하는 편”이라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믿음과 신뢰를 주는 '정정당당저울'=태평전통시장 안의 또 다른 재미는 바로 '정정당당저울'이다. 시장 안에 설치된 2개의 정정당당저울은 소비자가 물품을 구매한 뒤 직접 저울에 달아볼 수 있다. 정량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장사한다는 시장 상인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정당당저울 덕분에 소비자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정정당당거울 때문에 태평시장의 매력에 빠졌다는 주부 최 모(41) 씨는 “다른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저울을 달 수 있는 곳이 없어 무게를 속이지 않을까 걱정됐지만 태평시장은 정정당당저울 때문에 믿음이 간다”며 “다른 시장보다 태평시장을 더 선호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정당당저울 코너엔 콘센트도 설치돼 있어 휴대전화 충전이 급한 소비자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편이다.
▲싱싱함과 싱그러움의 '한판 대결'=시장을 산책하듯 거닐고 있노라면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은 신선한 해산물과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돼지고기가 유혹의 손길을 뻗는다. 여기에 신선한 채소와 과일도 꽃 단장을 하고 주인을 기다린다. 고품질의 상품과 더불어 시장 상인들의 푸근한 인심은 덤이다. 대형마트에선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따뜻함이 시장을 감돈다. “좀 더 줘요”라고 묻는 소비자들의 질문에도 상인들은 웃음꽃을 피우며 투박한 손으로 봉지에 상품을 더 담는다. 이미 이곳 태평전통시장은 상인들과 소비자들이 얼굴만 보면 다 아는 사이로 이웃주민이나 다름없다. 그만큼 상품의 질이 좋아 오랜 기간 믿음으로 보답했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의 백미 '먹을거리'=아이들의 간식으로 사랑받는 떡볶이부터 도넛, 어묵, 족발 등이 즐비해 허기진 배를 채우기 제격이다. 가게 앞 간이 의자에서 먹는 떡볶이 맛은 일품이다. 여기에 시장 상인과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면 그간의 근심과 걱정이 눈 녹듯 사그라진다. 또 지난달 말 오픈한 '태평청년맛it길'도 한 번쯤 가봄 직하다. 수육부터 짬뽕, 참치에 이르기까지 청년들의 패기와 열정으로 탄생한 음식들이 즐비하다. 시장한 쪽 구석에 자리 잡고 있어 찾기가 힘들 법하지만 시장 바닥에 표시된 발자국을 따라가면 이내 도착할 수 있다. 소비자의 연령대를 고려한 다양한 메뉴부터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까지 엄지가 절로 치켜세워진다. 이용수 태평전통시장 상인회장은 “푸근한 정과 인심이 가득한 태평전통시장을 방문한다면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믿고 또 한 번 들릴 수 있는 태평전통시장을 만들고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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