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미옥 청양 장평중 교사 |
내가 늘 주문처럼 읊조리는 “매일 매일의 인생이 오늘처럼 행복하기를…”이란 문구가 하루하루 현실로 나타나는 행복한 나날이다.
소규모 시골학교, 장평중학교의 행복한 일상 엿보기, 나의 교단 일기 중 2편을 골라 본다.
2015년 11월 11일, 빼빼로 데이.
아침 독서 시간, 학생부에서 전교생에게 나누어준 빼빼로를 받아들고 행복한 웃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후엔 옆 장평초등학교 예술제 찬조출연으로 전교생이 무대에 올라, 작년과 올해의 도 대회 현악합주 수상 곡을 연주하니 초등학교 학생들도 참석한 학부모님들도 모두 감탄하며 큰 박수를 쳐주신다. 그리고는 전교생이 손수 만든 예쁜 '학교자랑 그림엽서'를 함께 넣은 빼빼로를 나누어주며 후배들과의 정을 나눈다.
바이올린, 첼로를 한 대씩 어깨에 멋스럽게 메고, 노오란 은행잎이 떨어진 길을 걸어 학교로 돌아오는 발걸음에, 걸으며 신나라 종알대는 정담들에, 행복이 뚝뚝 묻어난다. 이렇게 매일 매일이, 순간순간이 행복해서 학생들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한 게 우리 장평중학교의 가장 큰 자랑거리가 아닐까요?
학교에 도착해서는 갖은 채소와 갓 버무린 겉절이에 구수한 된장찌개까지 곁들여진 삼겹살 파티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서로 구워주고 먹여주며 또 한 번 웃음꽃, 행복꽃이 활짝 핀 11월 11일, 사랑과 행복이 넘친 빼빼로 데이가 저물어간다.
2016년 4월 8일, 사랑스런 우리 반 아이들과의 두 번째 나들이.
오늘은 야간 프로그램이 없는 금요일. 방과 후 청양읍내로 출발했다.
실은 여름방학에 있을 필리핀 어학연수를 위한 여권 사진을 찍으러 나선 길입니다. 아름다운 벚꽃길이 황홀히 펼쳐진다.
“얘들아! 벚꽃이 너무 예뻐 그냥 갈 수 없겠다. 우리 내려서 사진 찍고 가자” 했더니, 연주는 “샘! 울 엄마랑 똑 같아, 똑 같아” 하면서도 신이 났다.
규찬인 좀 쑥스러운 듯하지만 그래도 여자 친구들에게 잘 맞춰준다.
장곡사까지 가며가며 차를 멈추고 추억을 남깁니다. 사진관에 들러 여권 사진을 찍고 롯데리아에서 햄버거 세트 메뉴를 골라 하하 호호 맛나게 먹는다.
돌아오는 길엔 집까지 데려다 줄 겸, 깜짝 가정방문이다.
지은이네 동네에 들어서니 폐교된 화산초 운동장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나무 거목이 눈길, 발길을 사로잡는다.
그냥 갈 수 없어 눈부신 벚꽃나무 아래서 감탄하며 한참을 놀았다.
지은이네 집 마당에서 고양이 '하나'를 안고 또 한 장의 사진을 찍은 다음, 규찬이네 집을 들르고 마지막 연주까지 내려주고 돌아오는 늦은 퇴근 길, 즐거워하던 아이들 생각에 마음이 참 좋다.
삼십 여년 가까이 교단에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매번 느끼는 것은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이 참교육이고,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가 좋은 학교라는 생각이다.
지난 3월 우리 반 세 명의 아이들과 영화 '동주'를 관람하고 돌아오던 차 안에서 “요즘도 아빠 술 많이 드시니?”라고 무심코 물은 나의 질문에 눈물을 펑펑 쏟으며 한 아이가 하던 말이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다.
“선생님 저는 학교에나 와야 웃습니다. 집에서는 웃을 일이 없어요.”
이 아이와 같은 아이들이 맘껏 웃을 수 있는 행복한 장평중학교가 소규모 학교 통폐합으로 2018년 폐교를 앞두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폐교하는 그날까지 우리 장평중학교 모든 학생들이 “매일 매일의 인생이 행복한 오늘처럼”이 되길 소망하며, 다음 나들이를 기대해 보는 사월의 끝자락,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저문다.
석미옥 청양 장평중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