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그게… 누구입니까?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여론광장] 그게… 누구입니까?

  • 승인 2016-05-10 13:57
  • 신문게재 2016-05-11 23면
  •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구인광고를 보고 지원을 한 사람들을 온라인으로 인터뷰를 하면서 면접관이 지원자들에게 직무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이 일은 단순하지 않고 아주 중요한 역할입니다. 직함은 상황실장(운영국장)이지만 이보다 훨씬 더 엄청난 일입니다. 업무를 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우선 기동성이 있어야 하고 거의 지속적으로 서 있어야 합니다. 대부분 서 있거나 구부리고 일하면서 스스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므로 힘이 많이 필요합니다.”

면접관의 이런 설명에 남녀 지원자들의 얼굴이 너무하다는 표정으로 바뀌면서 몇 시간이나 일하느냐, 쉴 수는 있느냐, 휴가는 있느냐 등을 묻는다. “일주일에 135시간 이상 혹은 무한정 할 수도 있습니다, 매일 매일, 일주일 내내. 짬을 내어 적당히 쉴 수도 없고 휴가도 없습니다. 설날이나 크리스마스 등 명절에는 더 많이 일해야 합니다. 한 순간도 고객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고객과 함께 밤새우기도 합니다.”

비인간적이고 너무 혹독하다며 합법적인 직업이냐고 의문을 품기 시작한 지원자들의 질문은 점심은 먹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하기에 이른다. “물론 점심은 먹을 수 있습니다. 다만 함께 하는 분이 식사를 다하면 먹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뛰어난 협상 기술과 인간관계 기술이 필요합니다. 때로 의학, 재정, 요리법 등에 관한 학위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일인다역을 합니다. 그런데 명랑한 기분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고객을 돕고 함께 하는 유대과정에서 오는 정서적인 교감은 말로 다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직책에 대한 급여는 없습니다.”

모든 업무를 총망라하며 24시간 대기하는 직업인데 급여도 없다하니 미친 짓이라는 지원자들의 어이없어 하는 반응에 면접관은 자신 있게 말한다. “지금도 누군가 이 직책을 수행하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그것도 수십억명이요. 그게 누구입니까? 바로 엄마들입니다.” 아, 이런 이런… 웃음, 또 웃음, 그리고 울먹임… 4분여 동영상은 지원자들의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감사 인사로 끝을 맺고 있다.

어머니날을 맞아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직업' 이라는 제목으로 가짜 구인광고를 내고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유튜브 동영상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직업? 물론 어머니가 직업이라면 누가 하려고 하겠는가, 아니 그 누가 할 수 있겠는가. 자녀에게 향하는 어머니의 근본적인 마음은 이모저모 설명하기에도 죄송하다. 어머니는 우리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박혀있는 뿌리이고, 좌표이며, 위안이다.

하긴 거의 모든 사람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듯한 작은 위험에서부터 앞이 보이지 않는 위기의 순간까지 자기도 모르게 내뱉는 말도 '어머니'일 것이다. 자살을 기도하려다 멈춘 사람들을 인터뷰 했더니 마지막 순간에 어머니 모습이 떠올라 도저히 죽을 수가 없었다는 내용이 공통적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잉태의 순간부터 사는 내내 함께 하는 게 어머니다.

그런데 오월에 기념일이 많아 힘들다고 법석을 떨며 어머니에 대한 생각도 어수선하게 넘어가고 말았다. 어린이날과 겸해서 축하하겠노라며 하루 종일 아이까지 보게 하지는 않았는가, 선물 챙겼으니 다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가. 선물일랑 형편대로 하자. 흡족하지 않았으면 미안한 만큼 마음으로 채우자. 진정으로 어머니를 생각하고 표현해보자. 내게 어머니를 떠오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것만 보면 어머니가 생각나는 것은 무엇일까? 어머니와 함께 기뻤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어머니에게 미안했던 적은 또 언제였을까? 잊지못할 일은? 바라는 것은? 가까이 있으면 얼굴보며, 멀리 있으면 편지로, 전화로 마음을 전하자.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3.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3.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4.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5.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