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
면접관의 이런 설명에 남녀 지원자들의 얼굴이 너무하다는 표정으로 바뀌면서 몇 시간이나 일하느냐, 쉴 수는 있느냐, 휴가는 있느냐 등을 묻는다. “일주일에 135시간 이상 혹은 무한정 할 수도 있습니다, 매일 매일, 일주일 내내. 짬을 내어 적당히 쉴 수도 없고 휴가도 없습니다. 설날이나 크리스마스 등 명절에는 더 많이 일해야 합니다. 한 순간도 고객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고객과 함께 밤새우기도 합니다.”
비인간적이고 너무 혹독하다며 합법적인 직업이냐고 의문을 품기 시작한 지원자들의 질문은 점심은 먹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하기에 이른다. “물론 점심은 먹을 수 있습니다. 다만 함께 하는 분이 식사를 다하면 먹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뛰어난 협상 기술과 인간관계 기술이 필요합니다. 때로 의학, 재정, 요리법 등에 관한 학위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일인다역을 합니다. 그런데 명랑한 기분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고객을 돕고 함께 하는 유대과정에서 오는 정서적인 교감은 말로 다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직책에 대한 급여는 없습니다.”
모든 업무를 총망라하며 24시간 대기하는 직업인데 급여도 없다하니 미친 짓이라는 지원자들의 어이없어 하는 반응에 면접관은 자신 있게 말한다. “지금도 누군가 이 직책을 수행하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그것도 수십억명이요. 그게 누구입니까? 바로 엄마들입니다.” 아, 이런 이런… 웃음, 또 웃음, 그리고 울먹임… 4분여 동영상은 지원자들의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감사 인사로 끝을 맺고 있다.
어머니날을 맞아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직업' 이라는 제목으로 가짜 구인광고를 내고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유튜브 동영상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직업? 물론 어머니가 직업이라면 누가 하려고 하겠는가, 아니 그 누가 할 수 있겠는가. 자녀에게 향하는 어머니의 근본적인 마음은 이모저모 설명하기에도 죄송하다. 어머니는 우리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박혀있는 뿌리이고, 좌표이며, 위안이다.
하긴 거의 모든 사람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듯한 작은 위험에서부터 앞이 보이지 않는 위기의 순간까지 자기도 모르게 내뱉는 말도 '어머니'일 것이다. 자살을 기도하려다 멈춘 사람들을 인터뷰 했더니 마지막 순간에 어머니 모습이 떠올라 도저히 죽을 수가 없었다는 내용이 공통적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잉태의 순간부터 사는 내내 함께 하는 게 어머니다.
그런데 오월에 기념일이 많아 힘들다고 법석을 떨며 어머니에 대한 생각도 어수선하게 넘어가고 말았다. 어린이날과 겸해서 축하하겠노라며 하루 종일 아이까지 보게 하지는 않았는가, 선물 챙겼으니 다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가. 선물일랑 형편대로 하자. 흡족하지 않았으면 미안한 만큼 마음으로 채우자. 진정으로 어머니를 생각하고 표현해보자. 내게 어머니를 떠오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것만 보면 어머니가 생각나는 것은 무엇일까? 어머니와 함께 기뻤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어머니에게 미안했던 적은 또 언제였을까? 잊지못할 일은? 바라는 것은? 가까이 있으면 얼굴보며, 멀리 있으면 편지로, 전화로 마음을 전하자.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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