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마추픽추 여행 중인 이예나 씨. (사진 제공 이예나) |
“한복이 불편한 옷이라는 인식을 바꾸고 싶어서 한복 입고 남미 여행을 하기로 했어요. 불편하지 않았어요. 한복 입고 패러글라이딩도 하고 번지점프도 한 걸요.”
한복 입고 4계절의 남아메리카를 여행한 이예나(24ㆍ여)씨가 지난달 귀국 후 대전으로 돌아왔다. 그간 남다른 그의 여행기가 SNS와 일부 매체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9일 오후 동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 씨의 1년2개월간 여행기를 들었다.
이 씨는 지난해 2월 1일 콜롬비아를 시작으로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브라질, 파라과이, 칠레까지 남미 7개국을 여행했다. 이 기간 이 씨와 함께한 것은 한복이다. 저고리 3개와 치마 3개를 짝맞춰 돌려 입었다. 휴대폰을 두 번이나 도둑맞은 이 씨지만 여권과 한복은 꼭 챙겼다.
이 씨가 한복을 입고 여행에 나선 데는 미국인 친구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씨는 지난 2013년 5월 정부의 해외인턴사업에 선발돼 미국 워싱턴D.C 체류 중 ‘왜 한국인은 한복을 입지 않느냐’는 외국인 친구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고민한 이 씨는 그 이유를 ‘한복을 입지 않는 분위기’에서 찾았고 ‘누구나 한복을 편하게 입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미국에서 남미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기 전 이 씨는 한국에 계신 부모님에게 한복을 보내달라고 해 여행 동반자를 맞이했다. 한복과 함께한 것 자체로 이 씨의 여행은 특별하지만 현지인과의 생활을 통해 남미 문화를 체득한 것도 남다른 점이다.
이 씨는 7개 국가 중 콜롬비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첫 번째 여행지인 데다 강렬한 첫인상을 받은 도시다. 이 씨는 “여행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강도를 당했다”며 “여행을 그만둬야 할지를 고민할 정도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 빠른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이어 “카르타헤나 중심공원 벤치에 7시간 동안 앉아 있는데 한 40대 여성이 와서 돈도 주고 집 구하는 것도 도와줬다. 그러다 영어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일자리까지 구했다”며 여정을 설명했다.
에콰도르에서는 여행사에서 여행상품 판매를, 페루에선 온라인 홍보와 소셜미디어 관리를, 브라질과 칠레에서는 수공예품을 만들어 팔았다. 많은 돈은 아니었다. 숙식에는 늘 최소한의 돈을 지불했고 더 많은 체험을 하는 데 집중했다.
지난달 21일 귀국한 이 씨는 “내가 진짜 자유로운 사람이라면 어딜 가서든 자유로워야 한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고 싶었다”며 “취직이 아닌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한국에서 찾고 싶어서 귀국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번 여름에는 2개월간 국내 여행을 할 생각”이라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남미에서 찍은 사진들을 모아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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