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병필 한국수자원공사 공주수도운영팀장 |
이제 우리 삶에 수돗물이 없다는 것은 상상하기가 힘들다. 수도꼭지만 틀면 말고 깨끗한 수돗물을 편하게 쓸 수 있다.
그러면, 수돗물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 것일까? 강이나 댐에서 취수한 물은 정수장으로 보내지고, 이곳에서 사람들이 안심하고 마시고 사용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처리 공정을 거쳐 수돗물이 만들어진다. 정수처리공정 중 마지막은 불순물을 걸러주는 과정인 여과인데, 일반적으로 모래여과방식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매우 전통적인 방식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아지면서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막 여과라는 선진 정수처리를 도입하는 추세다.
그럼 과연 막 여과란 무엇이며, 얼마나 안전할까? 막(Membrane)여과 방식은 대부분 섬유필터를 통해 물을 통과시켜 미세물질을 걸러내는 방식이다. 막여과는 모래여과를 사용하는 전통적 방식에 비해 훨씬 더 미세한 여과가 가능하기 때문에 급격한 수질 변화에도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고, 일반세균, 대장균 및 복통, 설사 등을 유발 할 수 있는 수인성 전염병의 원인인 크립토스포리디움까지도 모두 제거 할 수 있다.
과거 미국 밀워키에서는 크립토스포리디움 때문에 약 40만명의 환자가 발생한 적이 있다. 이후로 미국에서는 막여과 정수처리 시설이 크게 증가했으며, 일본 또한 1995년부터 막여과 시설을 도입하여 현재 600개 이상의 막여과 정수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막여과 역사는 선진국에 비해 길지않으며, 대부분 소규모의 수도시설에만 사용해 왔다.
막 여과공정의 또 다른 장점은 일반정수장에 비해 정수장 면적을 적게 차지한다는 것이다. 전통적 정수처리 과정에서 필요한 여러 시설이 막 모듈(module)안에 하나로 통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처리 고정중에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침전지를 생략할 수 있어 건설예산 절감 및 공공부지의 최소화로 효율적 토지 활용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자동화가 용이하고 약품처리 공정이 줄어들어 운영관리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2009년 K-water(한국수자원공사)가 건설하여 운영중인 공주정수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대규모(3만t/일) 막여과 정수장이다.
이를 통해 K-water는 공주시민들에게 건강한 수돗물을 사시사철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로 매년 녹조 발생 및 하천 생태계가 변화하면서 국민들의 수질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고 있지만, 공주 시민들은 막여과 방식의 공주정수장 덕분에 마음 놓고 수돗물을 마시고 사용할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 수돗물은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깨끗하고 안전하지만 각종 이유로 국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높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연간 2조원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하니 정부와 물 관련 기관들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다.
물론, 막여과 정수처리의 범용성 확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와 실증이 필요하겠지만, 모든 국민들이 마음놓고 수돗물을 마실 수 있는, 소위 '국민 물 복지'의 실현을 위해서는 막여과 정수처리도 하나의 좋은 대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라병필 한국수자원공사 공주수도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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