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석 충남NIE교사연수회장·예산 삽교고 교사 |
특히 총선에 따라 휴일을 맞은 고등학교 학생들이 유난히 많이 참여하여 성황을 이루었는데, 학생들은 자유발언을 통해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배상 △할머니들의 인권 존중을 주장하면서 그동안 모은 성금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함께 학생을 인솔했던 한 교사는 “역사의 현장에 설 때마다 현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소명의식을 다시 한 번 마음속에 새기게 된다”고 소감을 말했다. 수요 집회에 처음 참가했다는 한 시민은 “왜곡되고 감춰진 역사의 진실을 바로잡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것을 보고 감동의 눈물이 솟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수요 집회에서 우리가 얻은 것이 무엇일까 물어 보았다. 아이들은 ‘연대에 대한 가슴 뛰는 경험’을 가장 먼저 꼽았다. 출발할 때 비가 내려 참가자가 얼마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1천여 명과 함께 한 목소리로 외침으로써 ‘모든 개인은 비록 작은 존재이지만 한데 모여 한 목소리를 내면 역사적 진실을 밝힐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꼽은 아이들도 있었다. 오늘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은 정의와 진실에 대한 갈증 때문이라면서 지금 당장에는 역사적 진실이 가려진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가까운 미래엔 자유발언에서 요구한 내용들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렇게 부쩍 성장해서 돌아왔다. 총선 전에는 사과와 반성을 촉구하던 어른들이 선거가 끝나자 합의 이행을 운운하고 있을 때에도 말이다.
이제 어른들에게 역사적 진실에 대한 진솔한 답을 요구하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들이 되기 위해서 우리의 역사와 현재의 상황을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국제 여론에 밀려 형식적으로 드러낸 사과 아닌 사과를 저들의 진심이라 믿을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역사 앞에 무릎을 꿇을 수 있는 용기를 요구해야 한다.
더구나 20대 총선에서 민의가 어디에 있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면 더욱 그래야 한다. 우리가 그 일을 소홀히 한다면 바로 우리가 ‘역사를 잊은 민족’이 되기 때문이다.
/유영석 충남NIE교사연수회장·예산 삽교고 교사
▲ 사진제공=예산 삽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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