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택 연세소아과병원장 |
사람은 신체적으로 25세부터 조금씩 하향 곡선을 그린다고 한다. 살면서 생기는 지혜는 나이를 먹을수록 더 원숙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신체적 곡선과 지적 곡선이 만나는, 판단력이 가장 좋은 시기는 언제일까?
신체적 능력과 순발력이 우수한 젊은이와 노인의 경험과 연륜 사이인 50세 전후의 나이에 가장 좋은 판단력을 가진다고 심리학자들은 얘기해왔다. 그런데 의학이 발달하고 건강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발전하면서 그 나이를 10년쯤 뒤로 물러야 한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옛날에는 환갑이면 오래 살았다며 잔치를 했고, 나이 마흔만 넘어도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았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작고하신 부친 말씀에 의하면 '농사 일이 힘들어서 일에서 벗어나기 위해 손자 생기면 애써 노인 행세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지금 나라를 움직이는 사람들 중 이미 일흔을 넘긴 분들이 많다. 체력도 젊은이 못지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조금씩 늙어간다. 문제는 자신의 늙어감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불행한 일을 당한 할머니도 조금씩 체력이 약해져 갔겠지만 어제와 오늘의 차이는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미미하다. 그것이 한 달 되고 1년 지나면 그 차이가 현저해진다.
조금 더 젊은 시절에는 비바람이 불더라도 이겨낼 체력이 있었겠지만 어느새 체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기에 불행한 일을 당하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누구나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고, 내일도 그럴 것이라고 믿지만 세상은 한순간에 변한다. 조선업과 해운업으로 우리가 먹고 산다는 얘기를 하던 때가 있었다. 대우해양조선은 전설과도 같은 회사였고, 현대중공업,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의 회사들도 엄청난 국부를 축적해준 효자들이었지만 지금은 나라의 애물단지 같은 대접을 받고 있다.
며칠 전에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을 움직이는 인물 중 한 분이었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 분 말씀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얘기는 '미국은 철저하게 자본주의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좋은 시절에 구조조정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어려워진 다음에 구조조정을 하는 경향이 있어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었다.
기업도, 사람도 나이를 먹는다. 잘 관리하면 체력을 키우고 지속적으로 건강할 수 있지만 하루하루 변화없는 삶 속에서 무심히 지나다 보면 자신의 체력이 떨어지고 심지어 고갈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있다. 그리고 체력이 약해진 사람에게 갑자기 비바람이 불어치면 견디지 못한다.
안타까운 할머니의 죽음을 보면서 꾸준히 자신의 체력을 측정하고 오늘 일을 내일도 해야 하는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더라도 '내가 하는 일'의 의미와 이유를 확인하고 언제 비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치더라도 대비할 능력을 배양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기업이든, 사람이든 젊게 사는 방법은 스스로의 체력과 세상에서의 위치를 파악하고 세상의 변화에 순응하고 따라갈 수 있는 지혜를 갖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젊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지혜를 간구(懇救)한다.
김호택 연세소아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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