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엔디컷(80) 우송대 총장의 이름 앞에는 언제나 국내 대학 유일의 외국인 총장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국제정책기술정책센터 소장으로 일하던 그는 지난 2007년 신설 준비 중이던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의 학장으로 초빙 제안을 받았고 '경험과 지식을 총동원해 뭔가 새로운 후대에 유산을 남겨 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 흔쾌히 응했다. 부친부터 이어온 아시아와의 인연, 일본인 아내, 그리고 그 역시 일본에서의 미군 장교 근무경험이 한국이 마냥 멀게만 느껴지지 않은 이유였다.
2008년 정식 개설된 솔브릿지 경영대학은 그의 모든 열정이 담겨 있는 곳이다. 임기 초부터 교육의 세계화를 위해 우수한 교수진 영입과 외국인 학생 유치에 애를 썼다. 결국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은 설립 6년만에 하버드, 와튼, 컬럼비아 등 전 세계 대학의 5%만이 보유하고 있는 AACSB(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 인증을 받았다. 현재 우송대의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은 교수 35명 중 28명(80%)이 미국 하버드대 등 해외 명문대를 졸업한 외국인이다. 재학생 1020명 중 64%가 미국·일본·중국·케냐 등 30여 개국에서 유학을 왔다. 그는 스스로를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부르지만 이같은 눈부신 성장 뒤에는 솔선수범하는 그의 리더십도 한몫 했다. AACSB 인증에 도전할때도 그는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 학장을 겸임할 때였지만 누군가가 하겠지가 아니라, 함께 뛰고 독려했다.
시종일관 유쾌하고 강한 울림이 있었던 존 엔디컷 우송대 총장을 지난 20일 우송대 총장실에서 만나 그의 교육 철학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취임한지 9년이 지났다. 그간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했던 정책은 무엇인가.
▲임기 초부터 교육의 세계화와 외국인학생 유치에 집중했고 그 노력의 산물이 바로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이다.
모든 학생들이 3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목표로 삼았다. 방학기간 공부의 흐름이 끊어지는걸 막기 위해 방학마다 6주씩 강의해 3년 6개월만에 졸업할 수 있도록 했다.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의 우수한 교수진 영입과 외국인 학생 유치에 어느 정도 성공하고 난 뒤, AACSB(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 인증에 도전했다.
앞으로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 재학생들은 하버드 등 AACSB 인증을 받은 해외 경영대학에 유학할 경우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에서 취득한 학점을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
지난 2월에는 AACSB로부터 올해의 혁신 프로그램상(Innovations that Inspire)을 수상했는데, 이는 AACSB 인증을 받은 세계 각국의 대학교들이 300개가 넘는 프로그램을 제출해 상위 30개 프로그램으로 선정됐기에 의미가 크다.
-우송대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데에는리더십도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 같다. 본인의 리더십은 어떻다고 생각하나.
▲AACSB인증에 도전할 때였다.
준비가 어려웠는데 다른 사람이 하겠지가 아니라 함께 뛰고, 독려하고, 노력했다.
사실 내가 가고 싶지 않은 곳이라면 남들을 보내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동료, 부하가 됐건 하기 힘든 결정이나 하기 힘든 행동을 할때는 모범을 보이려고 했다.
그리고 사실 운도 좋았다. 모든 교수님들이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을 진행할때 동의하고, 지원해줬다. 이 대학을 설립하지 않았더라면 누릴 수 있었던 혜택을 모든 구성원들이 인정하고 필요성에 동의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의 경우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대학가가 위기에 봉착했다. 정부에서 나서 대학의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는데 총장께서 보기에 정부 주도의 구조개혁, 어떻다고 생각하는가.
▲대학 구조개혁은 공급과잉의 시대를 대비한 교육부의 대응이다.
하지만 이것이 시장논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대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에서 고등교육이 가지는 가치와 시장규모를 감안했을 때 갈등, 충돌, 혼동과 혼란을 철저한 계산을 통해 피하는 좋은 방법임은 분명하다.
-최근 대학가의 최대 화두는 구조조정이다. 우송대의 경우 어떤 방향에 중점을 두고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가.
▲AACSB인증, ACSB 올해의 혁신 프로그램상(Innovations that Inspire) 수상 등으로 우송대가 세계화 교육의 선도모델로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고 생각한다.
우송대는 오래전부터 자체적으로 특성화를 추진해 오고 있었기에 어느 정도의 구조조정도 함께 진행됐다.
우송대의 특성화는 단순히 전문화라는 의미를 넘어 학생들이 전문성을 지니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이 세계화 교육의 성공모델임이 입증되었기에 조리, 호텔, 철도, 의료서비스경영, 비즈니스, 미디어영상 전공을 특성화분야로 확장시켜 전공분야 해외취업이 가능한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솔 인터내셔널 스쿨(Sol International School)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은 물론 다른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송대의 방향이다.
-조지아공대에서 생활하다 한국의 우송대로 초빙제의를 받았을때 선뜻 고향을 버리고 오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아버지께서 지난 1946부터 1947년까지 일본 게이오 대학 캠퍼스에 주둔하면서 미국에 대해 강연을 하셨다.
아시아에 대한 관심은 아버지로부터 왔다고 말할 수 있다.
우송대로부터 제의가 들어왔을때 제 경험과 지식을 총동원해서 뭔가 새로운 유산을 후대에 남겨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
지금은 아시아를 포함해서 30개국, 10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솔브릿지에 모여있고 다음 세대에 또다른 융합과 상생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녀들의 교육은 어떠했나.
▲딸은 국가장학생중 한명으로 모범생중 모범생이다.
하지만 아들은 대학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레이싱카 엔진을 만들겠다며 동부에서 이름난 장인의 도제로 들어갔다.
결국 여자친구가 대학가라는 말에 대학에 가더라. 10대 아이들과의 협상은 정말 힘들다(하하하).
-최근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 수저론이 유행이었다. 3포, 7포 세대로 대변되는 청년층 문제에 대한 해법이 있다면.
▲한국에만 국한되는 현상은 아니다.
일자리가 넘쳐나는 시장인 인도, 중국, 동남아시아에서조차 젊은이들은 열기를 더해가는 경쟁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논리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국회의원 총선에서 한국과 미국 양측 모두 젊은이들의 어려움이 표출됐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거부인 트럼프의 대척점에 서있는 샌더스가 주장하는 구조적 불균형 타파가 지지를 받고 있다.
구조적 불균형이란 일반직원의 평균연봉과 이사진의 평균연봉 차를 말하는 것으로 현재 미국에서는 이 불균형이 도를 넘었다고 대중들이 생각하고 있다.
-동북아 문제 전문가로서 한반도는 갈등과 긴장상태를 계속하고 있다. 앞으로의 정국 정세를 어떻게 보는가.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도 비핵화가 최선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렵겠지만 일부분을 포기함으로써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키가 되고 융합의 세대가 될 것으로 믿는다.
북한이 핵무장화한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데 6자회담 협상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가장 중요시 여기는 삶의 가치와 철학이 있다면 말해 달라.
▲'내가 무엇을 배웠는가?' 라는 주제로 신입생들에게 매년 강연하고 있다.
80년을 살아오면서 세운 8계명은 '네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하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국어를 공부하라, 소프트 스킬을 단련하라,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하라, 여행하라,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라, 윤리적 코드를 가져라, 그리고 가족을 우선시하라'다.
이 목표에 부합된다고 판단되면 망설이지 않고 결정을 내리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말해달라.
▲우송대가 손꼽히는 특성화 대학으로 아시아에서 자리매김하는게 목표다.
이미 중국에서는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한국대학중 중국에서 잘 알려진 대학을 꼽으라면 우송대도 꼽힌다. 한국을 넘어 해외 캠퍼스 조성도 계획중이다.
개인적으로는 몇 권의 책을 쓰고 싶다. 현재 자서전을 쓰고 있는데 1941년까지 썼다. 갈길이 멀다.
▲존 엔디컷 총장은
1936년 미국 오하이오주 출생. 1958년 오하이오주립대 졸업. 1973년 하버드대, 터프츠대 공동 운영 과정 프레처스쿨 외교학 석사 및 국제학 박사 취득. 1989~2007년 조지아공대 국제전략기술정책센터 소장 겸 샘넌 국제대학원 교수. 1996년 미·일 간 극동아시아 비핵화지대위원회 위원장. 2005·2009년 노벨 평화상 후보.
대담=한성일 취재4부장(부국장)
정리=오희룡 기자·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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