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의 필톡] 의원님들! 들어갈 때 맘 나올때 맘 다르겄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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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난순의 필톡] 의원님들! 들어갈 때 맘 나올때 맘 다르겄쥬?

  • 승인 2016-04-21 09:34
  • 우난순 교열팀장우난순 교열팀장
▲사진=연합뉴스DB
▲사진=연합뉴스DB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의원님들, 이게 뭔지 아시죠? 네, ‘국회의원 선서’입니다. 저 역시 ‘국회의원 선서’를 가만히 읊조려 보았습니다. 참으로 비장감이 드는군요. 하물며 의원님들은 국회의원이 됐다는 실감과 가슴에 손을 얹고 나라를 위해 분골쇄신 하겠다는 열정이 솟아나겠지요. 적어도 처음엔요. 국회의원 배지가 보통 배지입니까. 앞으로 4년간 누구도 넘보지 못할 영광과 권력을 누릴 테니까 말입니다.

의원님들은 한 표라도 얻기 위해 몇날 며칠을 잠도 제대로 못자고 강행군을 펼쳐 금배지를 획득한 감사함으로 주민들에게 큰 절을 올렸습니다. 1%p 차로 엎치락 뒤치락 하며 신승한 의원님 같은 경우는 하느님이 보우하사 그 감격을 무엇에 비할까요. 천하를 얻은 기분이겠지요.

의원님들도 아시겠지만 인간 사이에는 권력관계가 성립합니다. 부모와 자식, 회사의 상하관계, 남과 여 등 모든 조직은 수직적인 권력구도가 형성되는 건 어쩔 수 없지요. 그 놈의 권력이란 게 뭘까요. 글쎄요. 저희같은 소시민은 권력의 맛을 보지 못해서요. 그 맛이 얼마나 달콤한 지 짐작만 할 뿐인걸요. 권력은 마약과 같은 중독성이 있어 권력의지가 강한 사람은 도파민이 많이 분비된다는, 절대권력의 속성에 대한 생물학적인 해석도 나옵니다. 그래서 권력의 언저리에서 어슬렁거린 사람들은 더 높고 강한 권력을 얻기 위해 꿀단지에 빠진 파리처럼 허우적거리나 봅니다. 만인이 우러르고 굽신거리는데 그 희열감이 얼마나 클까요.

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돼 청와대에 입성한 후 TV에 비친 그의 얼굴을 보며 권력이란 게 저토록 좋은 걸까 생각했습니다. 마치 꽃봉오리가 만개하듯 물오른 아가씨처럼 얼굴이 뿌얘지며 나날이 화색이 돌았으니까요. 그런데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죠. 임기 말 IMF가 터지면서 나라 경제가 파탄날 지경에 처해지며 퇴임 땐 얼굴이 흙빛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저도 그렇고 사람들은 권력에 비판적이지만 사실 누구나 갖고 싶은 것이 권력입니다. 그래서 4년마다 이 전쟁같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는 거고요. 야망으로 똘똘 뭉친 남자들(여자 국회의원은 극소수이므로)이 최고의 권력자가 되기 위해 한 발을 내딛는 과정이지요. 정치인의 최종 목적은 대통령 아닌가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도 세계 최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소설가이면서 전 국회의원인 김홍신씨도 몇 년 전 아침방송에서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국회의원 해보니까 그 특혜가 무궁무진합디다. 나도 깜짝 놀랐어요. 대한민국 국회의원 참 할 만 해요.”

일단 국회의원은 행정부의 장관급 대우를 받는 거 알고 계시죠? 세비가 연 1억4000만원 가까이 되고 보좌진도 7명에 이들의 급여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합니다. 재외공관 영접, 공항 귀빈실 및 귀빈 전용주차장도 이용할 수 있고 항공기, 선박, 철도는 최상급을 이용하고 의원회관의 대형아파트급 사무실도 제공되죠.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특권은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입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특권을 가진 특권층입니다. 오죽하면 국회의원 특권이 200개나 된다는 과장섞인 말이 나올까요.

제가 작년에 로또 5만원에 당첨됐었는데요. 저는 5만원도 마치 1등에 된 것처럼 흥분되고 떨리는 감정을 한 동안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여러분에겐 5만원이란 돈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서민들에겐 그깟 돈이 아니랍니다. 이번에도 의원님들 스펙이 대단하시더군요. 서울대 출신이 81명에다 재산도 평균 40억원입니다. 물론 빚 있는 분도 계시지만요. 과연 온갖 특권 위에 군림하는 의원님들이 서민들의 깊게 파인 주름살의 의미를 알 수 있을까요.

출세의 자리를 꿰찬 의원님들이 인사청탁, 뇌물수뢰, 성접대에 흥청대는(다 그런 건 아니고) 사이 서민들은 ‘헬조선’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대기업 위주의 성장 전략으로 일자리 부족이 만연해 청년들은 취업난에 시달리고 자영업은 과포화상태에서 빈사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빈부의 양극화가 심화돼 불공정 사회가 되고 말았지요. 그런데 정치권은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대 국회의원 선거는 끝났습니다. 공천파동, 야권 분열이 극에 달해 분노한 국민들이 매서움을 보여줬지만 전 솔직히 이번에도 큰 기대 안합니다. 제발 제 예상이 빗나가길 바랄 뿐입니다. 선거 끝나자마자 정신 못차리는 새누리당을 보니 뻔하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정치는 위선의 예술’이라고 합니다. 정치인에게 자질 운운하는 건 웃기는 얘기일까요?

우난순 교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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