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방사선 표준 연구 모습 |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표준연)은 길이, 시간, 질량 등의 국가측정표준을 확립하고 새로운 측정기술을 개발하고자 1975년 설립된 대한민국 국가측정표준 대표기관이다. 표준연은 1989년 국제측정연합(IMEKO)에 가입하는 등 1980년대 세계와의 활발한 교류를 시작했다.
1992년에는 국내 유일의 비자성 실험동을 건립하고 1993년에는 고온초전도 양자간섭장치(SQUID)를 개발하는 등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고자 노력을 기울였다.
표준연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도 21세기형 측정표준을 주도하고 세계 1등의 표준기관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고 있다. 측정표준을 정하는 것,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인류의 행복한 삶의 기초이자 미래 첨단사회 경쟁력 확보의 핵심이 된다.
표준연은 올해로 설립 41주년을 맞는다. 표준연의 지난 41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미래 100년을 전망한다.
▲세계 최초 열전 현미경=표준연 양자측정센터가 세계 최초로 열전 현미경 개발에 성공했다. 해상도 수 ㎚ 수준의 나노현미경과 비교해 열전 현미경은 0.1㎚ 크기 이하의 해상도를 보여 이전에는 관찰이 어려웠던 원자 크기의 변형과 상온양자구속효과를 생생한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현미경은 원자 근처의 전자가 지닌 열을 측정해 원자와 전자 분포도를 보여주는 나노 현미경으로 온도차이 때문에 전기가 발생하는 열전현상을 이용한다.
현미경을 통해 반도체, LCD 산업에서 제품이 가진 원자수준의 결함 및 변형 등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결과는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에 게재됐다.
▲광격자 시계=차세대 표준시계로 주목받는 '이터븀(Yb) 원자 광격자 시계'를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해 냈다. 이터븀은 광격자 시계 개발에 활용되는 원자 중 하나다.
광시계의 일종인 광격자 시계는 레이저 빛을 이용해 원자를 포획하고 냉각시켜 격자 모양에 가둔 뒤 원자의 진동수를 측정한다. 기본적으로 시계는 사용되는 원자가 1초 동안 움직이는 횟수(고유진동수)가 커질수록 정확해진다.
광격자 시계에서 사용되는 이터븀(Yb) 원자의 고유진동수는 약 518THz(테라헤르츠)로 현재 표준시계에서 사용되는 세슘원자보다 5만 6000배 이상 높다. 표준연이 개발한 이터븀 원자 광격자 시계는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발된 것이다. 이 시계는 1억년에 1초의 오차를 지닌다.
▲공기밀도 재정의 연구기술=표준연은 공기 중 아르곤의 농도와 분자량을 다시 정의했다. 전 세계 과학 교과서를 다시 쓰게 할 만한 성과였다.
표준연 김진석 박사팀은 공기의 일부 성분인 아르곤의 농도를 측정한 결과 공기가 기존에 알려진 것에 비해 0.01% 정도 더 무겁다는 점을 확인했다. 지금까지 공기 중 아르곤의 농도는 1969년 미국 표준기관(NIST)이 제시한 0.917%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진석 박사팀이 정밀 가스질량분석기로 측정해 아르곤 농도가 정확히 0.9332%라는 점을 새로 밝혀냈고, 이 연구로 물체의 무게를 좀 더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고도 산업화 시대에 걸맞은 표준연의 정확한 전력 측정 연구=고도 산업화 시대의 에너지소비는 주로 전력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효율적 전력 생산, 분배 및 소비를 위해서는 더 정확한 전력 측정방법의 개발이 필요하다. 선진국들은 전기관련 물리량 측정의 정확도를 얻고자 양자현상에 기반을 둔 측정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표준연도 10여년 전부터 양자역학적 정확도를 가지는 전기표준기를 개발해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양자 전력표준기 개발과 파형측정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발되는 양자전력표준기는 차세대 국가표준확립과 국가적 에너지 효율화 사업인 스마트그리드의 핵심 기반표준 확립에 이바지할 전망이다. 현재 표준연에서 양자전력표준기술은 전기자기센터 김문석 박사 연구팀이 진행 중이다.
▲의료분야에서도 활약상이 기대되는 표준연=병원에 따라 CT 진단은 촬영 부위에 따라 9~13배 피폭량의 차이가 있다. 이에 CT 촬영 때문에 생기는 환자의 방사선 피폭량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구축될 필요가 있다. PET와 CT는 종양진단과 예후 관찰에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진단 방법으로서 진단 방사선피폭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PET-CT 이미지 측정단위는 H-unit(Hounsfield Unit), 즉, CT에서 방사선투과성을 나타내는 수치다.
그러나 이 단위에 대한 측정표준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표준연 방사선표준센터는 올해부터 국가 측정표준 확충 목적으로 PET-CT 방사선 및 양성자선 측정표준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표준연은 CT 이미지 단위에 대한 표준을 확립하고 CRM(인증표준물질)을 개발해 진단 장비를 사용하는 병원이나 장비를 제작하는 업체로 보급할 계획이다.
이로써 진단 장치가 정확한 이미지를 생산하는지 비교·확인을 통해 교정을 진행할 수 있다. 표준연은 올해 말 CT H-unit 측정표준을 확립하고 내년까지 CT H-unit CRM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 연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비용대비 진단효율을 개선하고 나아가 이미지 정량에 기초한 진단기법 개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이미지 교정에 이용되는 다양한 팬텀을 평가할 수 있는 기술기반을 구축해 고품질 의료영상 팬텀 시장을 새롭게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소망 기자 soman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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