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가 나면 가해자와 피해자의 과실비율에 관계없이 자동차 보험료를 일괄적으로 할증하던 불합리한 관행이 사라진다.
금융감독원은 18일 ‘제2차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개혁’ 과제의 하나로 자동차보험 합리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2015년 12월말 현재 자동차보험 가입자는 1953만9000명으로 2011년 1700만명에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민 둘 중 한명이 가입한 대표적인 보험상품인 만큼 관련민원도 2011년 6633건에서 작년말 두배 수준인 1만1916건으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민원이 사고 당사자의 과실비율을 감안하지 않고 보험료를 동일하게 할증한다는 것인데 형평성 문제가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예를 들어 정상적으로 차량을 운행하다 난폭운전자의 큰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현행 규정은 양쪽 모두 사고건수 등에 따라 무사고인 경우보다 20∼30% 보험료가 할증되는 구조다.
다만 대물배상 및 자기차량손해 등 물적사고는 지급된 보험금 규모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할증하므로 과실비율이 간접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금감원은 선량한 피해자가 난폭운전자와 같은 부담을 떠안는 것은 안전운전의식을 유도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이를 과실비율에 따라 할증보험료를 차등부과하는 것으로 개선키로 했다.
과실비율이 높은 운전자에게는 그만큼 높게 할증률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인적손해보험금도 현실화한다.
현행 표준약관상 사망위자료는 최대 4500만원, 1급장애 위자료는 사망위자료의 70% 수준이어서 현재 소득수준 향상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사망위자료와 관련한 법원 판례는 8000만∼1억원에 이르고 있다.
금감원은 제도 개선으로 보험료가 과도하게 인상되는 것을 막고자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쳐 보험금 지급수준을 결정키로 했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형사합의금 지급시기도 손보기로 했다.
자동차보험 및 운전자보험에서는 형사합의금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법률비용지원 특약상품’을 판매 중이지만 현행 특약은 교통사고 야기 후 발생하는 형사합의의무를 이행한 뒤에야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결국 특약에 가입하고도 합의금 마련을 위해 고리의 대출을 받거나 합의금을 주지 못해 구속 등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가 속출하게 된다.
금감원은 사고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형사합의금을 지급하기 전이라도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해 보험회사가 피해자에게 직접 형사합의금(보험금)을 지급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금감원은 자동차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는 ‘가입경력 인정제도’가 보험회사의 안내 미흡 등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해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자녀를 많이 둔 보험소비자가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가칭 ‘다둥이 특약’ 상품개발도 장려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업계와 전담조직을 만들어 올해 중 세부과제별로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hey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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