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거점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국가 기초과학 전담 연구소로라는 명분으로 기초과학연구원(이하 IBS)은 설립됐다.
국내에서 기초과학 연구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IBS는 세계적인 연구소로 도약하고자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IBS는 올해 설립 5주년을 맞았다. 짧은 역사임에도 IBS가 배출한 연구 성과들은 과히 세계적 수준이다.
작년 말 IBS 연구결과의 피인용횟수(times cited)는 세계 상위 1% 논문 비중에서 5.9%를 기록했다. 국내 서울대, 일본 이화학 연구소, 미국 하버드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보다 높다. 이는 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된 IBS의 연구지원 시스템이 빛을 발한 결과다. 최적의 연구 환경을 지닌 IBS는 지난 5년 역사보다 앞으로의 100년이 더욱 기대되는 종합연구기관으로 앞으로 선도적으로 세계 기초과학의 발전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 김두철 기초과학연구원장 |
▲세포 운명의 비밀을 밝힌 IBS=IBS RNA 연구단 연구진이 마이크로 RNA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드로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밝혔다. 마이크로RNA(miRNA)는 21~23개의 염기로 구성된 작은 RNA로 전령RNA의 번역 및 단백질 발현을 조절해 세포의 운명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이 연구는 마이크로 RNA의 탄생과정을 정확하게 밝혀내 암이나 유전질환 등의 치료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아졌다. 이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분야 세계 최고 권위지인 셀(Cell)지에 게재됐다.
▲분자가 탄생하는 순간을 포착한 IBS=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에서는 세계 최초로 원자끼리 만나 분자를 이루는 화학 결합의 순간을 실시간으로 관측했다. 화학결합은 1조분의 1초의 찰나에 이뤄진다. 연구진은 펨토초(1천조분의 1초) 엑스선 회절법으로 원자의 구조 변화를 포착했다.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은 레이저 기술과 엑스선 회절법 기술을 결합해 빠른 분자의 움직임이나 화학 결합이 형성되는 순간을 관측하기에 편리하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Nature)지에 게재됐다. 이 연구에 활용된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은 단백질의 생성과 구조 변화를 밝혀 질병 치료와 신약 개발에 필요한 기초 정보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꿈의 소재 발견=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은 세계 최고 효율의 상온 열전 소재를 개발했다. 열전 소재는 일상생활이나 산업 현장에서 쉽게 버려지는 열을 전기로 바꿔 재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소재다. 미래 친환경 에너지 분야의 핵심 기술로 분류된다. 연구진은 기존 물리학과 재료학 분야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전기전도도와 열전도도의 상충관계를 극복해 꿈의 소재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Science)지에 게재됐다.
▲유전병 원천 차단 가능한 유전자 가위=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은 작년 문제가 되는 유전자 돌연변이 부위인 유전자 염기서열을 손쉽게 잘라내 원상 복귀시킬 수 있는 유전자 가위를 개발했다. 혈우병과 같은 유전질환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가능성이 확보된 것이다. 이에 불치병으로 알려진 여러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들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구진은 “유전자 가위의 정확성을 높여 유전병 치료 연구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미지의 뇌 연구 개척=IBS는 뇌질환 및 정신질환 치료 실마리 찾아가고 있다. 실제 인간의 뇌는 아직 미지의 연구 분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는 최근 2차 뇌연구 촉진 기본계획(2013~2017)을 통해 뇌 지도를 그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도 이에 참여 중이다. 인간이 왜 생각하는지, 활동하는지를 뇌의 이미지를 통해 알아낼 수 있을 전망이다.
그 밖에도 IBS 인지및사회성 연구단은 실험동물의 뇌에 빛을 쬐어 칼슘채널을 열면 기억력을 2배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IBS 시냅스뇌질환 연구단은 자폐증 등의 정신질환에서 보이는 사회성 결여는 특정 신경전달 수용체 기능의 과도한 증가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도 밝혀낸 바 있다.
▲웨어러블 헬스케어 시대=IBS 나노입자 연구단 연구진은 올해 생체정보를 측정하고 저장할 수 있는 웨어러블 소자를 개발했다. 몸에 부착한 웨어러블 기기가 몸 상태를 자동으로 점검한다. 현재 안경이나 시계 형태의 기기 수준에 머물러 있는 웨어러블 기술이 앞으로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연구진은 지난달 땀으로 혈당을 측정하고 손쉽게 혈당조절 약물을 피부로 투여할 수 있는 그래핀 전자피부(당뇨 패치)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최소망 기자 soman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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