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은행서 가입, 1인당 가입액은 증권사가 커
하나의 통장에 예·적금과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담아 운용할 수 있어 이른바 ‘만능통장’으로 불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14일로 출시 한 달을 맞는다.
시판 첫 날인 지난달 14일 전국에서 32만3000명이 ISA에 가입했고 불과 10여일 만에 계좌수는 100만건을 돌파했다. 가입금액도 첫날 1000억원에서 5800억원으로 6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달 8일 현재 ISA 누적 가입자 수는 139만여 명, 가입액은 8700억여원으로 집계됐다. 채 한달도 되지 않아 가입계좌 수가 100만건을 넘어서면서 ISA가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금융당국 통계에 따르면 도입 4주차인 지난 4일부터 닷새 간 신규가입자는 16만5000여 명으로 직전인 3월28일에서 4월1일 사이 가입자 30만여 명 대비 반토막 수준이다.
사전예약과 경품경쟁 등으로 출시 초반 가입자가 크게 증가한 반면 첫째주 후반 들어 가입자가 서서히 실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ISA 신규고객 유치를 위해 사활을 건 경쟁을 펼쳤던 금융업계는 가입자 수와 내실에서 희비가 엇갈린다.
126만6000여명(90%)에 이르는 대다수 가입자는 은행에서 ISA를 개설했으나 1인당 평균 가입액은 증권사가 270만원으로 은행(42만원)을 압도했다.
ISA는 고객이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신탁형과 금융사에 상품 운용권을 맡기는 일임형으로 나뉘는데 신탁형 가입액이 8600억원, 일임형은 150억원에 그쳤다.
신탁형은 소액 계좌 개설이 가능하고 개설시점 이후에도 편입상품을 결정할 수 있어 가입이 상대적으로 수월했다는 평가다.
또 예·적금 등 안전상품 선호고객을 중심으로 분산투자 규제가 없는 신탁형을 선호한 결과로 금융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은행도 증권사처럼 일임형 상품을 취급하기 시작하면서 업계 간 경쟁은 2라운드에 돌입할 전망이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일임형 상품 판매를 위해 전문인력을 충원 중이고 증권업계는 지점망 부족이라는 약점을 보완하고자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서비스를 내실화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이 투자자의 정보를 토대로 시장상황에 따라 자산을 관리해주는 자동화서비스다. 또 5월엔 ISA 상품·수익률 비교공시시스템이 선보이고 6월중 ISA 계좌이동제가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ISA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완전판매에 대응하고자 ISA 점검 전담조직을 구성해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ISA 상품·수익률 비교공시시스템 구축과 계좌이동제를 차질 없이 준비해 ISA가 조기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heyyun@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