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강호도 다녀간 얼큰이 칼국수 원조 '공주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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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강호도 다녀간 얼큰이 칼국수 원조 '공주분식'

41년 얼큰이 칼국수의 원조집으로 대흥동 칼국수 거리의 시작 멸치육수와 생면 사용해… 쑥갓 한줌 넣으면 마니아도 인정한 맛

  • 승인 2016-04-13 10:41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2.대흥동 칼국수거리의 시작]
▲얼큰이 칼국수 원조집인 공주분식.
▲얼큰이 칼국수 원조집인 공주분식.

얼큰이 칼국수 공주분식의 등장

대전 대흥동은 문화의 거리다. 젊은세대와 기성세대를 아우르는 원도심의 중심지였다. 이곳에 1958년 대선칼국수가 문을 열었다. 멸치 육수로 국물을 냈고 특별한 해물이나 고명이 없다는 점이 특이하다. 대신 충청도식으로 다진 집고추를 넣어 맛을 조절한다. 쑥갓과 멸치육수의 조화, 그리고 다져진 소고기 고명까지. 잘 익은 김치와 한 젓가락, 꿀꺽.

이에 질세라 1961년 대전역 인근에 신도칼국수가 문을 연다. 이곳도 멸치육수를 기본으로 한 칼국수다. 특별한 점이라면 들깨가루. 넉넉한 들깨가루를 넣으면 육수의 진한맛과 들깨가루의 맛이 어우러지며 익숙한 고향의 맛이 난다. 그리고 신도칼국수의 양념장은 간장양념장이다. 대부분 고춧가루 양념장인 것에 비해 이집만의 특별한 맛을 내기에 충분하다.

대흥동 칼국수거리가 조성 된 것은 사실 1975년 문을 연 공주분식의 등장 때문이었다. 그동안 멸치육수를 기반으로 한 하얀칼국수가 대전의 대표적인 맛이었다. 그러나 공주분식의 등장으로 우리는 얼큰이 칼국수를 알게 됐고 맛보게 됐다. 빨간 얼큰이 칼국수와 고명으로 올라간 푸짐한 쑥갓. 한번 맛보면 종종 생각나는 중독성 강한 맛이랄까. 공주분식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대선칼국수와 신도칼국수까지 대전 칼국수 3인방이 형성됐다. 각기 다른 매력의 맛이기 때문에 각각의 마니아도 확고하다.

▲공주분식 유봉례 사장. 새벽5시부터 멸치 육수를 우려낸다.
▲공주분식 유봉례 사장. 새벽5시부터 멸치 육수를 우려낸다.

칼국수 마니아라면 다 안다는, SBS 백종원 3대천왕 방송 이후에는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는 대전대표 칼국수집 ‘공주분식’을 직접 찾아가 봤다. 원조사장의 얼큰이 칼국수 비법을 모두 전수 받아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유봉례 사장. 점심시간이 지난 3시 무렵에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공주분식의 깊은 맛은 멸치육수와 생면

‘백종원도 극찬한 칼국수’ 특별한 별칭이 붙은 공주분식. 가게는 대흥동에서 문창동으로 넘어왔지만 여전히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집.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얼큰이 칼국수를 만들어 낸 집이기 때문에 칼국수 좀 먹어봤다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물어물어 찾아온다는 대전 맛집계의 큰형님이다. 공주분식의 시작은 무려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흥동 사거리 국민은행 앞에서 시작했고 대흥동 일대를 칼국수 거리로 만든 대전의 역사에서도 의미있는 음식점으로 꼽힌다.

“예전에는 칼국수보다는 밀가루를 이용해 만들었다해서 분식으로 불렀죠. 신도분식, 복수분식, 스마일 분식… 오래된 대전의 칼국수 집들은 여전히 분식이라는 옛 이름을 계속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칼국수를 주 메뉴로 팔지만 간판은 분식으로 붙어있다면 그 집은 꽤 오래된 맛집일 확률이 높아요.”

“우리집은 순수 멸치만을 이용해서 육수를 내요. 손님들이 말하는 우리집 칼국수의 강점도 육수거든요. 좋은 멸치를 써야 국물도 깨끗하게 잘나오니까, 가장 공을 들여요. 육수는 칼국수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맛 포인트거든. 얼큰이 칼국수의 빨간 국물은 원조 사장님이 하셨던 그대로의 양념장 이용해서 끓이고 끓이기를 반복하며 진한 국물을 내요. 새벽 5시부터 육수를 만들고 있어요. 수타면은 아니지만 생면을 사용해요. 40여 년째 한 업체에서 면을 받아서 사용하는데 기계로 여러 번 반복해서 뺀 면이라 쫄깃하면서도 탄탄한 식감이죠. 면을 가장 맛있게 익히려면 7분 이상이 걸려요. 생면이기 때문에 면 안으로 육수가 들어가는 시간이 어느정도 필요하기 때문이죠. 이 면의 식감이 좋아서 온다는 손님들도 있어요. 육수만큼이나 면에 대해서 민감한 마니아들도 많거든요.”

대흥동칼국수 골목은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사라졌다. 일대에 큰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운영을 하는 곳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번듯한 아파트와 대형상가 사이로 이제는 2~3곳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을 뿐.

▲얼큰이칼국수 특유의 빨간국물. 면은 기계로 여러번 뽑아낸 생면을 사용한다.
▲얼큰이칼국수 특유의 빨간국물. 면은 기계로 여러번 뽑아낸 생면을 사용한다.

“처음 문을 열 때는 대략 250원으로 시작했다 해요. 5년 전만 해도 3700원이었고, 이제는 5000원이죠. 칼국수 값은 시대 흐름상 불가피하게 올랐지만 얼큰이 칼국수의 맛 만큼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한그릇만 따로 별도로 끓이는 게 아니라 큰 들통에서 대량의 육수를 반복해서 끓이면서 본연의 맛을 잃지 않는 조리법을 사용하고 있거든요.”

SBS 백종원의 3대천왕 출연은 공주분식에는 특별한 기회였다. 원조의 맛을 지키는 식당이지만 대흥동에서 문창동으로 넘어오기 전에 3년 정도의 휴지기가 있었다. 그리고 오토바이거리 뒤쪽으로 가게를 다시 열었는데, 그때 대흥동 가게와 문창동 가게가 같은 곳이라는 사실을 새삼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또 비슷한 상호의 가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공주분식의 이름이 잊혔지고 말았다.

그러나 방송이후 공주분식의 위상은 전성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떠올랐다. 백종원이 오래전 먹어봤다며 극찬한 칼국수를 “예전에 먹어봤어”, “아직도 가게가 있구나” 라며 추억을 발품삼아 찾아오는 손님들이 대거 늘었단다. 또 신세대 맛집 유저들이 찾아 올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칼국수 비주얼로 하루도 쉴 틈 없는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쉬는 날이면 종종 다른 가게에 가서 칼국수를 먹어보기도 해요. 다른집 맛을 알아야 시대적인 흐름도 이해하고 꾸준히 노력해야만 우리 맛도 지킬 수 있다고 보거든요. 백종원씨가 저기 문 앞에 앉았었죠. 백종원씨 뿐이겠어요. 영화배우 송강호씨 한화이글스 김성근 감독 등 다양한 인사들이 방문했어요. 우리집 이정도면 대전 대표 칼국수 집 맞죠?”

칼국수집을 찾아가보면 칼국수 단품만 팔고 있는 식당은 드물다. 두부두루치기, 족발, 수육, 만두, 수육, 김밥, 쭈꾸미 등 칼국수의 짝꿍이 반드시 존재한다. 입맛에 따라 두루치기 양념에 면을 비벼먹기도 하고 수육 한점 먹고 칼국수 한 젓가락 먹으며 궁합을 맞추기도 한다.

그렇다면 칼국수는 어쩌다 이렇게 많은 짝꿍들을 갖게 된 걸까. 단순히 매출을 위한 전략일까? 아니면 밋밋한 칼국수 맛을 한층 높이기 위한 고도의 마케팅일까.

귀동냥으로 들은 풍월에 의하면 사실 그 옛날 단품인 칼국수 한그릇을 팔아서 장사하기란 어려운 시절이었다고 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밀가루 값과 재료값은 올라가고 하루에 팔리는 칼국수 물량은 일정하고. 해서 수육과 김밥 등 이제는 흔히 알고 있는 칼국수의 짝꿍이 생겨나게 된 것. 덕분에 가게들은 매출이 올라가고 손님들은 칼국수와 맛좋은 서브메뉴를 먹게 된 것이다. 이런 효과를 일석이조라 해야 할까.

잘 만든 칼국수 한 그릇으로도 분명 매력이 있지만 고기나 해산물 등과 함께 먹었을 때 궁합도 잘 맞고 면의 풍미도 살아난다. 모든 음식과 잘 어울린다는 것은 그만큼 칼국수가 무던하면서도 완벽한 음식이라는 의미는 아닐까.

▲대전시내 칼국수 지도. 제공=중구문화원
▲대전시내 칼국수 지도. 제공=중구문화원

공주분식처럼 오랜 세월 대전의 맛을 지켜온 칼국수집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칼국수 아니고도 맛있는 음식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허름하고 단출한 칼국수집, 주인 할매가 뜨거운 김 모락모락 나는 칼국수 한그릇 밀어주던 기억만큼은 잊힐 수 없을 게다.

“대전하면, 칼국수로 전국에서 알아주잖아요. 다양한 콘텐츠로 많이 알려지면 좋겠어요. 칼국수 한그릇을 위해 대전으로 찾아오는 정성이 고마워서 더욱 맛있게 만들어야죠.”

다음 ③칼국수축제와 대전에서는 앞으로 대전칼국수축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알아본다. /이해미 기자

대전 칼국수 지도, 클릭해보세요~제공=중구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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