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수 서산 부석초 교사 |
가르치는 것이 교직생활의 전부로 알고 있던 내 생활은 그 시점을 계기로 '예술'이라는 키워드가 생겼고 나는 지금 무수히 많은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살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예술꽃 씨앗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부석초등학교는 현재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다.
예술꽃 씨앗학교는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관으로 문화예술 소외지역 소규모 학교에 4년간 꾸준한 예산 지원을 통해 전교생이 문화감수성 및 문화소양을 기를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으로 인해 부석초는 2018년 12월까지 많은 예산을 지원받아 학생들에게 영상 애니메이션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도할 수 있게 되었다.
예술꽃 씨앗학교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서 진행하는 예술교육 관련 프로그램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 교과시간 교사와 예술가와의 협력 수업, 방과후 예술강사 수업, 주말 혹은 방학을 이용한 집중예술캠프 수업 등 범위가 방과후학교 프로그램보다 넓고 다양하다.
장소 또한 학교에 국한하지 않고 지역사회로까지 넓혀 학교문화예술교육이 지역예술 활성화에 기여하게 하는데 중점을 둔다. 이것이 바로 예술꽃 씨앗학교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이다.
학교가 예술꽃 씨앗학교를 시작하게 되면서 수많은 예술가들이 학교를 드나들고 있다. 방송국 PD,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동화작가, 회화작가, 조소작가, 조각가, 설치미술가, 업싸이클 아트 작가 등등 지금껏 학교에서 접하지 못한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학생들, 지역주민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고, 미술작품을 설치하거나 사진을 찍어 전시하는 등 다채로운 작품 활동이 펼쳐지면서 학교에 생기가 돌고 있다.
입소문을 타고 올해 신입생이 늘어 학교가 제법 바글바글 해졌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교장선생님이 서 계시다. 평소 예술교육에 관심이 많던 임혜숙 교장선생님께서는 예술꽃 씨앗학교 사업이 학생들과 지역사회 예술교육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알고 공모부터 선정까지 노력을 아끼지 않으셨다. 함께 관련 자료를 찾으시고, 검토하시고, 공모 자료를 준비하는 교사들을 위해 도시락을 싸고 그 밤에 학교까지 달려와 주신 모습 등등은 교육 선배로, 행정가로, 지원자로 얼마나 든든하고 감사한지.
올해로 94살이 된 부석초등학교. 이곳에는 학교만큼이나 나이 들고 늙은 벚나무 여섯 그루가 있다.
썩고 늙은 고목이 과연 꽃을 피울까 싶은데 올해도 어김없이 꽃대궐을 만들어 내었고 썩어 잘려나간 둥치이지만 그 속으로 새들이 둥지를 틀 수 있도록 넉넉히 품을 내어 준다. 마치 부석초등학교를 대변하는 나무처럼.
학생 수가 점점 줄어드는 농어촌 소규모 학교, 그 속에 뭐 보여줄게 있느냐 싶겠지만 학생들이 바라보는 세상이 넓어 졌고 더불어 꿈이 커지고 행복해하자 학부모들과 지역에서 학교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학교를 주시하는 신문 기사들, 소문들이 커져서 찾아오는 손님들도 부쩍 늘었다.
초등학교에서 예술교육이 얼마나 중요할까? 그 결과를 지금 당장 말 할 수 는 없어 보인다.
다만 이 학생들이 자라서 예술을 만들어내는 창작가가 될 수는 없다 해도 즐겁고 기꺼운 마음으로 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관객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예술꽃 씨앗학교는 성공을 거둔 것이 아닐까.
학생과 지역 주민들 가슴속에 예술꽃 씨앗을 뿌리고 꽃을 피우기 위해 고생하시는 부석초등학교 모든 교육가족에게 감사드린다.
김영수 서산 부석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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