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는 대전시민이 가장 좋아하는 대전의 대표적인 맛이다. |
대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뭘까. 1993년 꿈돌이와 한빛탑? 양반의 도시? 과학도시? 교통의 중심지? 그리고 성심당? 대표적인 이미지로는 과학과 교통의 중심지지만 국민들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칼국수가 아닐까.
대전역 앞 가락국수는 이름만 들어도 향수를 자극하고 대흥동 칼국수 거리와 지역마다 특색 있는 칼국수 한그릇은 전국민을 대전으로 모여들게 하는 대표적인 대전의 맛이다. 이에 작년부터 대전 중구문화원 주관으로 대전칼국수축제가 열리고 있다. 올해도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서대전시민공원에서 개최된다.
사실 칼국수의 원조를 논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전국에서 원조 간판을 달지 않은 곳이 없을 만큼 논쟁거리가 다분하다. 이번 ‘대전 칼국수 시리즈’에서는 원조의 판가름보다는 대전 칼국수가 사랑받는 이유와 특색 있는 점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시리즈는 세 번에 걸쳐 진행된다. ①대전 칼국수의 역사 ②대흥동 칼국수거리의 시작 ③칼국수축제와 대전.
서민의 든든한 한끼로 사랑 받아왔고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별미로 꼽히는 칼국수. 대전과 칼국수의 끈끈한 맛 역사를 살펴보자.
밀가루 유통의 최적지, 칼국수의 시작
대한민국 국민은 참 잘 먹는다. 국밥부터 치킨, 칼국수, 삼겹살 모든 음식이 이렇게 잘 팔려도 되나 싶을 만큼 호황을 누리던 시절이 있었다. 또 유행이 지났다 하더라도 꾸준히 잘 팔리는 국민 음식이라 불러도 되겠다.이중 칼국수는 대전과 인연이 깊은 음식이다. 칼국수 하나로 거리의 명칭이 바뀌었고 칼국수 한 그릇으로 타 지역민이 일부러 찾아오는 관광명소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맛은 물론 있지만 놀라우리만큼 특별한 음식도 아닌 칼국수. 왜 대전에서 흥하게 된 걸까.
▲얼큰한 국물맛과 쭈꾸미를 함께 먹는 공주칼국수. |
칼국수와 대전의 인연은 6.25 직후다. 미국의 구호식량으로 밀가루가 대거 유입됐다. 월급 대신 밀가루를 지급하기도 했고 이동성이 좋다는 이유로 대전역 철도를 활용해 제분공장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대전은 이로 인해 밀가루 유통 거점지역으로 성장했고 밀가루를 활용한 음식들이 자연스레 생겼다. 또 1960년대 정부 분식장려운동과도 맞물리면서 대전의 칼국수 역사는 비로소 시작됐다. 이제는 대전의 향토음식이라 불러도 될 만큼 역사가 깊어진 것.
원도심의 중심지였던 중구는 꽤 오랜 시간 직장인들의 메카였다. 중구에 많은 칼국수 집이 밀집되어 있는 것도 이와 상관관계가 있다. 짧은 점심시간 값싸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식사로 칼국수가 적합했다. 또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으며 두부두루치기, 수육, 부침개, 족발, 만두, 김밥 등등 어떤 메뉴와도 조화롭다.
▲1945년 대전역 인근의 모습. |
면의 쫄깃함과 담백하고 얼큰한 국물, 들깨가루의 고소함, 쑥갓의 알싸함이 어울러져 남녀노소 세대를 불문하고 모두의 입맛에 최적화된 음식이 바로 칼국수다.
대전시민의 칼국수예찬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실 타지역에 비해 특색 있는 음식이 없었었던 대전이기에 향토음식의 필요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대전시나 지역구청에서 칼국수를 홍보하거나 정책적으로 시도하지는 않았다.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났고, 어린시절부터 칼국수를 즐겨 먹던 세대들이 자라면서 자녀들에게로 입맛 대물림을 했고 어느 동네를 가든 칼국수집이 없는 곳이 없을 만큼 부흥기를 거쳐 오게 된 것이다. 어찌 보면 대전의 칼국수는 6.25와 1960년대 분식장려운동이 시발점이 됐고 무난한 입맛을 지닌 대전시민과 궁합이 좋았던 탓에 부흥기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 칼국수는 평범하지만 자주 즐겨먹는 친근한 음식이 됐다.
칼국수는 지역마다도 차이가 조금 있다. 강원도는 장칼국수, 전라도는 팥 칼국수, 서해안은 해물칼국수, 경북과 대전은 멸치육수 칼국수가 유명하다. 대전은 멸치육수에 조금 변화를 준 얼큰이 칼국수가 대표적이다. 오래된 전통의 맛을 지켜오는 집이 있다면 색다른 변화로 개성만점 칼국수를 시도하는 집들도 늘고 있다는데….
다음 ②편에서는 대흥동 칼국수거리의 시작에 대해서 다뤄본다. /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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