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주인 없는 극장가는 차트 순위 변동을 반복하고 있다. '배트맨 대 슈퍼맨'이 1위를 차지했던 지난주 순위에서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뒷심을 발휘하며 순위 역주행 현상을 보이던 '주토피아'가 정상을 탈환했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7일 오전 기준 누적관객수 364만을 기록하고 예매점유율 24%대다. 지난 2월 17일 개봉해 10주가 지났지만 대작이 없는 극장가에 입소문을 타고 1위와 2위를 반복하며 자리를 지켰다. 영화 '주토피아'는 동물들의 세계 주토피아에서 발생한 연쇄 실종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로 스릴러물에서 볼 수 있는 흥미진진한 전개가 관객을 모으고 있다.
박스오피스 2위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다. 개봉 첫날 점유율 75%대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내 곤두박질을 면치 못하고 있다. 스토리 구성이 엉성하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면서도 역사상 가장 뛰어난 두 영웅의 '유명세' 덕에 순위 상위권을 유지한다. 예매점유율은 1위 '주토피아'와 큰 차이가 없는 24%대 초반이다.
지난주 개봉한 오달수의 첫 주연작 '대배우'는 초반 대중의 관심을 받았지만 박스오피스 1위 자리에는 오르지 못했다.
현재 박스오피스에 걸린 '한국영화' 중에선 1위지만 어딘가 찝찝하다. 1위와 2위 영화가 극장가 점유율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3위 '대배우'가 10% 남짓한 예매율 보이며 누적관객수 14만명을 기록했다. 4위는 이병헌의 할리우드 출연작 '미스컨덕트'다. 누적관객수 12만명이다. 5위는 그리스도의 이야기 '부활', 6위는 '극장판 프랭키와 친구들: 생명의 나무'다.
이번주 개봉작 중엔 스릴러 장르의 국내영화와 외화가 각각 주목받고 있다. 한국영화는 강예원 이상윤 주연의 '날, 보러와요'다. 사회고발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살인의 추억', '도가니' 등과 같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져 관심을 끌고 있다. 배우들의 열연도 입소문을 타면서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외국 영화는 '클로버필드 10번지'다. 제작자의 전작인 '플로버필드' 개봉 후 북미에서 많은 영화팬의 사랑을 받은 가운데 '클로버필드' 프로그램의 또 다른 작품 '클로버필드 10번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개봉 첫날 '클로버필드 10번지'의 예매가 앞서며 극장가를 흔들지 주목된다.
개봉 20주년을 맞아 재개봉한 영화도 눈에 띈다. '비포' 시리즈의 첫 탄 '비포 선라이즈'다. 당시 영화를 봤던 팬들과 처음 영화를 접한 관객에게 다르게 다가갈 것이다. 봄기운이 맴도는 요즘 사랑하는 연인과 봐도 좋겠다.
어느날 갑자기 정신병원에 갇힌 그녀 '충격적 실화'
●날 보러 와요
타의에 의한 정신병원 강제 입원을 허용하는 '정신보건법 제24조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권 유린의 법적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대낮 도시 한복판서 강수아(강예원)는 이유도 모른 채 정신병원에 강제이송돼 감금된다. 강제 약물투여와 무자비한 폭력에 시달리던 수아는 이곳에서의 끔찍한 일들을 세세하기 기록한다. 그로부터 일 년 뒤 시사프로그램 '추적24'시 나남수(이상윤)PD에게 하나의 수첩이 배달된다. 나PD는 믿기 힘든 사건들이 기록된 수첩 속 진실을 밝히고자 강수아를 찾아가지만 그녀는 현재 살인사건 용의자로 수감돼 있다.
취재를 거듭할수록 드러나는 충격적인 사실들. 과연 이중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일까?
김주혁ㆍ문근영 주연의 '사랑따윈 필요 없어'로 데뷔한 이철하 감독의 영화다. 배우 강예원과 이상윤이 출연한다. 통통 튀는 강예원은 굵직한 작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작품에 출연 후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라고 할 만큼 열정을 부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중의 관심 밖에 있는 정신질환자의 인권침해에 대한 이야기를 차용해 친족범죄, 폐쇄병동에서 자행되는 사건을 스릴러로 재구성했다. 두 사건의 유일한 단서인 여자와 진실을 알려는 남자가 마주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눈을 뗄 수 없게 할 것이다.
세상과 격리된 의문의 벙커 … 그 무엇도 믿지말라
●클로버필드 10번지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 미셸(메리 엘리자베스 원스티드)은 알 수 없는 공간에서 깨어난다. 혼란스러워 하는 그녀에게 하워드(존 굿맨)는 자신이 그녀를 구했다고 한다. 그러고는 지구가 오염돼 이곳만이 유일한 안전지대고 절대로 문 밖을 나가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에밋(존 갤러거 주니어)은 하워드를 구원자로 여기며 의심 없이 자발적으로 공간에 머문다. 집 밖에서 일어나는 일은 무엇이고 정말 세상은 살 수 없는 곳이 됐을까?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공간에서 미스터리한 사건이 펼쳐진다.
할리우드 감독 겸 제작자 J.J.에이브럼스가 '클로버필드' 프로젝트 두 번째 작품으로 찾아왔다. 감독은 댄 트라첸버그가 맡았다. 전작을 본 영화 팬들은 후속작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J.J.에이브럼스는 전작과는 전혀 다른 전개와 캐릭터,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후속작이 아닌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할리우드 '호러퀸' 메리 엘리자베스 원스티드와 명품 배우 존 굿맨, 미드 스타 존 갤러거 주니어까지 존재감을 발휘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감독은 영화에서 바깥세상과 분리되는 공간이자 생존자가 만나는 이 '의문의 벙커'를 연출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또 긴장감을 연출하기 위해 카메라 움직임과 각도에 변화를 주어 흔들림과 생동감을 부여했다.
만난지 하루… 만년같은 사랑
●비포 선라이즈
'비포'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 '비포 선라이즈'가 1996년 3월 이후 재개봉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연출하고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 안드레아 에커트가 출연한다. 영화는 현실성을 강조하기 영화적 시간과 현실의 시간을 조응시킨다. 열차에서 만난 남녀가 다시 헤어지는 순간의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그린다. 영화 속 인물들은 엄청난 대사를 소화한다. 과거의 기억과 사랑에 대한 생각, 가치관, 죽음에 대한 철학적 사고 등 둘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의 대사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비포 선라이즈' 이후 2004년엔 '비포 선셋'이 2013년엔 '비포 미드나잇'이 개봉했다. 같은 배우가 같은 배역을 맡았다. 가장 최근 개봉한 '비포 미드나잇'으로부터 18년 전 인물들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받아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들이다. 개봉 20년이 지나 다시 관객과 만나는 영화는 또 어떤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할지 기대를 모은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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