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갑종 백석대 총장 |
“아는 것이 힘이다”는 전제 아래 특정한 전공분야에 대하여 가능한 한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가르치고 배우고 익히는 단순교육에서, 다양한 지식을 융·복합해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산출하거나 응용하는 창조·융합교육으로 바꿔야 한다. 미국의 하버드대학을 위시하여 저명한 외국의 대학들이 학부입학생들로 하여금 전공을 결정하거나 전공과목을 배우기 전에 일정한 기간 동안 인문·교양과목을 이수할 수 있는 '학부대학(University College)'을 설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떤 의미에서 인문·교양교육의 강화는 우리나라 대학에 더 절실하다. 우리나라 대학의 신입생들은 대부분 대학에 진학하기 전 지나치게 대학입시위주의 교육 및 사회 환경 때문에 충분한 인문·교양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중·고등학교에서의 교육이 주입식 혹은 암기위주 교육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덕과 인성을 함양하고 창의력을 키우는 일은 일종의 수사학에 그치고 있을 뿐 실제로는 내신 성적을 높이거나 수능에 더 높은 점수를 얻는데 치중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 우리나라에도 여러 대학들이 인문·교양교육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인문·교양 교육 강화를 위해 학부대학이나 교양교육원, 인문학강좌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교육부에서도 시기적절하게 대학의 인문학강화를 위한 '코어사업(initiative for College of humanities' Research and Education)'을 추진했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국내 대학들에 있어서 인문·교양교육은 이런 저런 이유로 전공과목교육의 부록일 뿐 독자적인 위치나 영역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몇 가지 이유를 든다면 첫째, 많은 교수들이 대학에서 인문·교양교육을 강화하면 강화할수록 그에 따라 전공교육이 부실해지거나 위축당함으로써 전공을 가르치는 교수들의 입지가 축소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둘째, 취업이 우선순위가 되고 있는 현금의 대학현실에서 인문·교양교육 강화는 취업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셋째, 재정의 악화로 많은 대학들이 인문·교양교육을 전담할 전임교수를 채용하지 못하고, 대부분 시간강사들에게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에 열거한 몇 가지 이유들이 대학에서 인문·교양교육을 축소하거나 외면할 충분한 이유는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인문·교양교육의 목적이나 효능에 대한 무지나 오해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문·교양교육의 강화가 진정 전공교육의 축소나 부실화를 가져온다면 왜 하버드, MIT, 프린스턴, 컬럼비아 등 세계적인 대학들이 인문·교양교육을 강화하겠는가? 만일 이 대학들이 인문·교양교육 강화로 인해 전공교육이 부실하다면 어떻게 우수한 인재를 양육하는 명문대학이 될 수 있겠는가? 오히려 교양교육의 강화를 통해 개별전공과목은 물론 전공의 장벽을 뛰어넘어 다양한 과목들을 융·복합해 지식정보기반사회를 선도할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하기 때문이지 않겠는가?
인문·교양교육의 강화는 전공교육의 부실화를 가져오고, 결국 취업에도 역기능을 가져온다는 두 번째 이유도 오해에 기인한 것이다. 사실 오늘날 대학에서 배운 전공과목이 그대로 취업에로 이어지는 경우는 50%도 채 되지 않는다. 더구나 지식의 주기가 짧아졌을 뿐만 아니라, 대학에서의 전공지식과 실제로 산업현장에서의 지식 사이에 적지 않은 괴리가 있다. 많은 기업체나 산업체가 신입사원들을 위한 별도의 교육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인문·교양교육의 강화가 취업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근거 없는 기우(杞憂)일 뿐이다. 오히려 수준 높은 인문·교양교육을 받은 자는 창조·융합 복합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적응 능력이 뛰어나 취업에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 우리 모두 인문·교양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함으로써 대학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지식정보기반사회를 선도하도록 하자.
최갑종 백석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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