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이야기] 하늘도 마음도 청명(淸明)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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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이야기] 하늘도 마음도 청명(淸明)하여라

다섯 번째 봄의 절기로 하늘 맑아지는 시기 손 없는 날 성묘 가거나 이장, 비석 세우기도

  • 승인 2016-04-04 06:50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과 연분홍 벚꽃은 환상의 짝꿍이다.
겨울이 온통 흰색과 회색빛이라면 봄은 초록과 파랑과 노랑과 분홍… 형형색색, 변화무쌍한 변신의 귀재다. 무채색에서 유채색으로 봄은 색으로 우리에게 각인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4월4일은 24절기 가운데 봄의 절기인 ‘청명’이다. 하늘이 차츰 맑아지는 시기로 논밭에서는 흙을 고르는 가래질을 시작한다. 어촌에서는 어획량이 증가해 본격적인 생업을 시작하는 시기다. 대지는 색색의 옷을 입고 하늘은 파랗게 푸르게 점점 높아져만 가는 말 그대로 청명한 계절인 것이다.

청명과 한식은 하루 차이거나 같은 날인 경우가 많다. 올해 한식은 4월5일로 청명이 앞선다. 옛 고서에는 청명보다는 한식에 대한 기록이 더 많다. 이유는 아마도 하루 차이거나 같은 날인 경우가 많아서 뚜렷한 구분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청명이 되면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받쳤고 임금은 불을 문무백관과 고을 수령에 나눠줬다. 이를 사화(賜火)라 불렀다. 한식날이 되면 수령들이 백성에게 불을 내려줬다. 백성들은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받기까지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었다는 것이 유래가 되어 한식이라 불렀다.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매한가지라는 속담처럼 청명과 한식은 아주 밀접한 사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날씨로 한해의 농사 점쳐

명색이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봄인데, 뭔들 못 키워낼까.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단다. 생명력 왕성한 봄의 의미를 잘 보여주는 속담이다. 4월5일 식목일과 청명이 하루차이 인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청명은 나무 심기 참 좋은 계절이다.

본격적으로 봄밭갈이를 시작했기 때문에 청명에는 날씨와 관련된 미신이 많다. 날씨가 맑으면 풍년이고 바람이 불면 흉작이 된다 믿었다. 어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경남 사천에서는 반대의 의미를 믿었다. 날이 흐려야 풍년이고 맑으면 오히려 흉작이 든다 믿었다. 깊은 이유야 어찌됐든 청명의 날씨는 1년 농사의 운명과 연결되는 중요한 날로 여겨왔다.

청명이 되면 조상들은 성묘를 가거나 이장을 했다. 이날은 지상의 신들이 하늘로 올라가는 날이기 때문에 택일을 하지 않고도 산소를 돌볼 수 있었다. 또 손 없는 날로 묘자리를 고치고 비석을 세우는 등 어떤 일을 해도 괜찮은 길한 날이라 믿었다.

중국에서는 수천 년 전부터 청명이 되면 냉이를 먹었다. 냉이는 봄철 쑥과 함께 채집하기 쉽고 맛이 좋았고, 혈압과 위경련, 장염을 치료하는 성분이 많다고 한다. 시경에도 냉이에 관련된 내용이 있는 것을 보면 아주 오래전부터 봄철 냉이를 즐겨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청명이 되면 쑥 버무리, 진달래 화전 등을 먹었다.

춘분이 지나 어느새 청명이다. 5개 절기가 지나니 비로소 봄이 왔다. 겨우내 조용하던 세상이 온통 ‘봄’을 부르짖는다. 봄의 부름을 받고 깨어난 것들을 떠올려보자. 개구리, 새싹, 냇가, 수많은 꽃들. 그리고 파란 하늘.

청명인 오늘(4일) 옛조상들이 했던 것처럼 풍년 혹은 흉년, 각기 나름의 점을 쳐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수확의 시기가 다가오면 청명의 하늘을 떠올리며 각기 품었던 마음들을 되새겨보자. 맑고 청명한 하루 보내시기를. /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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