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광유니텍 윈가드 창호가 1.2t가량의 굴착기 무게를 견디고 있다. /성광유니텍 제공 |
그의 표정과 말투에서 자신감이 묻어난다. 살짝 오기가 발동해 두께 1㎜도 되지 않을 것 같은 얇은 방충망 위로 올라섰다.
80㎏에 가까운 체중을 실어 제자리에서 있는 힘을 다해 뛰었다 내리기를 수차례. 안 뚫린다. 망이 움푹 꺼지지도 않았다. 착지 충격이 허리와 발목에 그대로 전달돼 삐끗하기만 했다.
“방충망 밑바닥에 50만원을 깔아놓고 방충망 위에서 뛰든 도구를 쓰든 방충망을 뚫어 돈을 가져가는 이벤트를 한 적 있어요. 참고로 돈을 꺼내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의심하고 확인하는 게 직업인 기자의 고개가 자동으로 끄덕여졌다.
▲ 성광유니텍 대전 본사. |
창호에 범죄예방과 안전 개념을 접목한 스마트 방범안전창 '윈가드(WINGUARD)'를 출시하며 과감한 사업 확장에 나선 기업답게 이른 아침부터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쩡쩡했다.
9000㎡ 부지 한편에 마련된 생산라인에서 만난 윤준호 성광유니텍 대표는 명함을 주고받자마자 윈가드에 대한 자랑부터 늘어놓았다.
“그러니까 윈가드는 단순한 방충망이 아니라 주거침입 범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어린이 추락사고도 방지할 수 있는 신개념 안전창호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때 윈가드의 창호 프레임이 컨베이어 벨트를 올라탔다. 컴퓨터로 미리 입력된 치수에 따라 골격이 잘라지고 사각의 창호 형태가 만들어졌다.
▲ 성광유니텍 금산공장에서 한 직원이 윈가드 제조를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
특수 제작된 스테인리스 망이 1t무게를 견디고 해머나 도끼로도 뚫을 수 없다지만 골격이 망을 제대로 잡아주지 않아 작은 틈새라도 생기면 헛일이다.
텐션기가 사방 20㎜ 가량 빳빳하게 망을 잡아당기고 이번엔 피스로 망과 프레임을 단단히 옭아매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야 밖에선 침입할 수 없고 안에선 추락을 예방하는 이중의 안전성이 확보된다.
또 하나. 창호 밖에서만 보이도록 고안된 윈가드 엠블럼(emblem)을 새기는 작업이 이어진다.
집안에선 로고가 보이지 않으니 시야 가릴 일 없어 좋고 범죄자에겐 침입 시도조차 하지 말라는 무언의 경고를 보내는 셈이다.
▲ 지난 1월 IR52 장영실상을 수상한 성광유니텍 윈가드의 제품설명 흐름도. |
올 1월초 저녁 대전지역 한 아파트 1층에서 창문을 통한 주거침입미수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집안엔 40대 여성이 홀로 자고 있었다.
집주인은 다음날 오전 창문틀에서 손상 흔적을 확인, 경찰에 신고했고 도구로 창틀을 여러 번 젖힌 정황이 경찰 감식으로 발견됐다.
윈가드를 시공하고 사흘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성광유니텍의 자체출동 점검결과 윈가드 창호의 크리센트(잠금장치)는 도구에 의한 파손 흔적이 거의 없었다.
야간주거침입에 이은 인명 또는 재산범죄 발생이 사전 차단된 것이다.
윤 대표는 “윈가드를 시공한 고객들이 윈가드 덕분에 침입 범죄를 막을 수 있었다는 말을 전해들을 때 업체 대표로서 가장 기쁘고 더 혁신적인 제품으로 보답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 윤준호 성광유니텍 대표가 지난 1월 기술인에게 주는 최고의 영예인 'IR52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
윤 대표의 부친이 세운 성광산업은 창호기업으로 자리 잡았으나 지역적 한계와 사업 차별화에 어려움을 겪으며 2008년 폐업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윤 대표는 “창호라는 게 재질이나 내구성 말고 다른 업체와 제품을 차별화하기 쉽지 않은데다 2006년부터 계속된 실적 부진과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까지 엎친 데 덮쳐 사업을 접으려고 했었다”고 회상했다.
그런 그를 일으켜 세운 건 직원이었다.
“휴일이라 공장에 아무도 없을 줄 알고 갔는데 한 직원이 혼자 작업을 하고 있는 거예요. 뭐하냐 물었더니 이 직원이 '회사가 문 닫으면 우리 가족 살길이 막막합니다. 저는 사장님이 다시 일어나실 거라 믿습니다. 저도 포기하지 않을 거고요' 그러는 거 아닙니까. 순간 벽에 머리라도 박고 싶더라고요.”
윤 대표는 그날부터 운동화 끈을 다시 맸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과거 자신이 추진했던 현장경영활동에 이미 나와 있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카이스트에서 열린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출범식에서 윤준호 성광유니텍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성광유니텍의 윈가드는 창조경제 이념을 구현해 전통제조업의 미래를 제시한 모범답안”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하지만 지역 중소기업으로서 연구개발비는 턱없이 부족했고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한 정보통신기술(ICT)에는 문외한이었다. 천차만별인 창문의 설치환경은 규격화와 표준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정말이지 이거 아니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공부하고 직원들과 함께 연구를 했던 것 같아요. 대학이나 연구소에서도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게 1세대 스마트 방범창 '윈가드1'이다. 작년엔 최신 블루투스 4.0을 활용한 센서 개발과 센서알림 후 폐쇄회로(CC)TV 확인, 신고까지 가능한 '윈가드2'가 출시됐다.
윈가드 제품으로 성광유니텍은 2013년 창조경제 대상 국무총리상, 2013~2015년 연속 3년 제품혁신대상 수상에 이어 지난해 으뜸중기제품 선정, 올해엔 산업부문 최고의 상이라는 'IR52 장영실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세계로 뻗어가는 윈가드=성광유니텍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한국표준연구원과 함께 내열성, 내한성, 내수성, 정밀성 등을 강화한 지능형 '윈가드3'를 개발해 세계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 본사와 공장을 둔 대전·충남을 벗어나 서울·경기권역을 공략하고자 올 1월 서울 강남의 한복판인 논현동에 '윈가드 갤러리'를 열었다.
360㎡ 규모의 윈가드 갤러리에 서울영업사무소와 윈가드 전시장, 방문객을 위한 카페테리아 등을 들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중이다.
한 시간 넘게 윈가드의 생산공장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 윤 대표가 갑자기 묻는다. “근데 성광이 무슨 뜻인지 아세요?”
당연히 모른다.
“'빛을 이루자'는 뜻의 성광(成光)입니다. 저는 그 이름 그대로 우리 회사가, 또 제가 사회에 작은 빛이 됐으면 해요. 이제 19년 기업했으니 앞으로 20년쯤 더 열심히 노력하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문승현 기자 hey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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