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가능했던 결과다. 액션 블록버스터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며 극장가 정상에 올랐다. 개봉 첫날엔 75%의 점유율을 찍어 개봉 일주일만에 150만 관객을 넘어섰다. 대형작이 없었던 극장가에 찾아온 세기의 '히어로물'을 보기 위한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내용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화에 혹평과 호평이 평행선을 달린다. 스토리를 끌고 가는 힘이나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에선 잭 스나이더 감독을 교체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가 하면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만큼 화려한 볼거리와 액션이 몰입을 높였다는 평가도 있다.
이런 가운데 공통된 의견은 '원더우먼'의 매력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후속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원더우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매력을 마구 뽐내 영화팬들의 기대를 모은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만큼 영화의 흥행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박스오피스 2위는 '주토피아'다. 31일 오전 현재 누적관객수 323만을 넘어섰다.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어른들의 애니메이션으로 계속해 각광받고 있다.
3위는 '글로리데이'다. 혈기왕성한 20대 청년 4명이 인생을 조금 더 알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의 기대를 모으는 배우들이 출연했지만 흥행성적은 개봉 주말 반짝했다가 다소 누그러졌다. 누적관객수 13만을 기록하고 있다. 이어 영화 '귀향'이 354만명을 넘어서 4위에, '런던 해즈 폴른'이 71만 관객수를 기록해 5위에 머무른다.
박스오피스 1위인 '배트맨 대 슈퍼맨'의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가운데 순위 변동을 불러 올 수 있을지 기대되는 이번주 개봉작은 '천만 요정' 배우 오달수의 첫 주연작 '대배우'다. 20년째 대학로에 있는 연극인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공감 코미디 영화다. 개봉 전부터 '주연' 오달수 때문에 큰 기대를 모았다.
또 한 편의 영화는 이병헌과 알 파치노, 안소니 홉킨스, 조쉬 더하멜 등이 출연한 '미스컨덕트'다. 할리우드판 '내부자들'이라고도 불린 영화는 할리우드 텃밭에서 배우 이병헌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으로 기대되고 있다.
고등학생들의 충격적인 살인사건을 그린 '커터'도 개봉했다. 감독부터 배우까지 충무로 젊은 피들의 파격적인 이야기가 찾아왔다.
파트라슈 배역 20년… 그에게도 볕들날 올까
●대배우
아동극 '플란다스의 개'의 파트라슈 역할 전문으로 20년째 대학로를 지키는 성필(오달수)은 극단생활을 함께한 설강식(윤제문)이 국민배우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며 언젠가 자신도 '대배우'가 되리라 다짐한다. 하지만 여전히 대사 한 마디 없는 개 역할에서 벗어나기가 어렵고 어느순간부턴 가족들마저 짐처럼 느껴진다. 그런 어느날 전세계가 인정한 대한민국 대표감독 깐느박(이경영)이 신인 배우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접한다. 깐느박 감독의 새 영화 '악마의 피'에서 사제 역할을 맡을 뉴페이스를 찾는다. 성필은 자신의 연기를 만인 앞에 선보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 여기고 일생일대의 메소드 연기를 준비한다.
영화 '대배우'는 '악마를 보았다', '박쥐' 등 흥행작의 조감독부터 밟아온 석민우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출연 작품마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다 해서 붙여진 '천만요정'의 주인공 오달수의 첫 주연작이기도 하다. 배우 오달수는 석 감독의 시나리오를 받고 망설임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 주목받지 못한 세월을 보내던 과거 자신과 흡사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영화엔 또 '참배우' 윤제문, 이경영이 함께한다. 오달수까지 배우 셋의 연기경력을 합치면 70년이다.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 내공이 진정성과 감동을 더한다.
영화는 극중 인물들에게 코믹한 설정을 부여하지만 이면엔 현실적이고 진실한 모습도 그려냈다. 세계적인 영화감독 '깐느박'의 영화 출연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성필의 모습은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영화는 잘 짜여진 한 편의 연극 같은 느낌을 준다. 인위적인 앵글과 편집보다는 배우들이 자유롭게 연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이 역시 성필의 감정을 관객이 더 잘 느낄 수 있게 한다.
또 한 가지 영화에 감칠맛을 더하는 것은 화려한 카메오 라인업이다. 최근 드라마 '육룡이나르샤'에서 정도전 역할을 소화한 김명민이 배우 생활 최초로 카메오로 등장한다. 또 주연보다 멋있는 유지태와 아역배우 출신의 김새론, 최근 영화 '동주'로 또 하나의 발걸음을 새긴 이준익 감독 등의 모습을 보는 것도 큰 재미다.
해외판 '내부자들' 이병헌 할리우드 입지 과시
●미스컨덕트
재력과 명성 뒤에 엄청난 비밀을 감춘 재벌기업 회장 데닝(안소니 홉킨스), 그를 상대로 위험한 소송에 도박을 건 변호사 벤(조쉬 더하멜), 복수를 위해 전쟁을 시작한 대형 로펌의 CEO 애브람스(알 파치노) 그리고 의뢰를 받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단서를 추적하는 히트맨(이병헌). 돈과 복수, 명예를 둘러싸고 '가진 자'들의 거래가 시작된다. 재벌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의 제보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자 소송을 둘러싼 네 남자의 거래 뒤에 숨겨졌던 진실이 서서히 드러난다.
'미스컨덕트'는 전작 '리펜턴스', '크리미널 마인드 워싱턴 D.C' 등의 시나리오를 쓴 시모사와 신타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감독은 전작에서도 스릴러와 공포, 범죄 장르를 작업했다. 이번 '미스컨덕트'는 그중 범죄 스릴러로 개봉 전 한국판 '내부자들'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감독은 이병헌의 전작 '악마를 보았다'의 광팬으로 알려져 있다. 할리우드 대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주연급으로 캐스팅돼 전혀 빠지지 않는 연기력을 자랑한다. 할리우드 시장에서 점차 입지를 넓혀간다는 평을 받으며 이번 영화에서는 좀 더 많아진 그의 분량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스토리의 탄탄함은 아쉬운 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치밀하게 쌓은 이야기가 다소 허무하게 끝나는 꼴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지만 빈약한 스토리는 다소 아쉽다.
충무로 라이징 스타들, 섬뜩한 연기 변신
●커터
낯선 환경과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전학생 윤재(김시후)는 주변을 배회한다. 그런 윤재에게 밝은 표정을 한 은영(문가영)이 친절을 베풀며 다가온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어딘지 모르게 차가운 분위기를 가진 소년 세준(최태준)을 향해있다. 세준은 전학온 윤재의 적응을 도와주고 둘은 가까워진다. 어느날 돈이 필요하다는 윤재의 얘기에 세준은 위험한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술 취한 여성을 노리는 은밀한 제안이다. 죄책감만 버리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위험한 생각에 윤재와 세준은 결국 해서는 안되는 끔찍한 일에 가담하게 된다. 설상가상 그 모습을 은영에게 들켜버린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숨기기 위해 더욱 끔찍한 사건을 저지른다.
정희성 감독의 첫 작품이다. 충무로가 주목하는 신예 여성감독으로 10대 남자 청소년의 감정을 섬세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주연 최태준과 김시후, 문가영은 충무로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는다. 최태준은 차가운 분위기를 지닌 고등학생 세준 역을 맡아 연기변신을 시도했다. 영화는 고등학생이 위험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는 과정과 이후 끔찍한 사건이 벌이지는 순간을 심도있게 그린다. 성범죄 괴담을 소재로 해 잘생긴 외모의 남성이 여성에게 합석을 제안한 후 여성의 정신을 잃게 만들어 성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을 담는다.
충격적인 사건을 영화는 단순히 자극적으로 표현하는 게 아닌 그 사이 인물의 갈등과 고뇌를 그리려 애썼다. 2014년 '한공주', 2015년 '소셜포비아' 등 우리 사회 충격적인 모습을 그려낸 또 한편의 영화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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