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 문화 영향… “속성 예방교육 무의미”
인식 개선 및 인성 강화 프로그램 확대 필요
상아탑이 군대문화 잔존과 빗나간 음주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대전지역 A대학이 MT에서 신입생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구호를 말하도록 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북의 원광대가 교수들까지 나서 신입생들에게 막걸리를 뿌리는 환영회를 개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앞서 서울의 한 대학에서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25금(禁) 몸으로 말해요’ 게임을 진행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경북의 한 대학 OT에서도 여학생에게 ‘싼 티 나는 얼굴’이라는 막말을 퍼붓고 침 뱉은 술을 마시게 해 결국 총장까지 나서 사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렇게 신학기마다 사건 사고가 되풀이되는 것은 대학가에 남아있는 군대 문화와 함께 ‘나도 당했으니 너희도 당해야 한다’는 빗나간 보상심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성폭력 예방 교육이나 인권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신입생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도 한 이유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부 가해자의 경우 과거 용서받을 수 있었던 행동이나 말이 현재는 비판의 대상이 되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처벌을 당하면 억울하다고 생각한다”며 “단지 ‘우리 문화’라는 인식으로 객관적인 판단을 하지 못해 이러한 일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길 한밭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개인의 주량을 배려하지 않은 채 소주와 맥주 등을 혼합해 술을 강제로 마시게 하는 일명 ‘사발식’도 고질적인 문제”라며 “먹고 마시는 오티가 아닌, 교수와 학생간 봉사활동을 하거나 대화의 장을 여는 등 의미있게 보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학들이 학과 행사가 열리기 전 속성으로 진행하는 ‘성폭력 예방 교육’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권순 한서대 아동청소년학과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올바른 성 인식을 길러주는 게 중요하다”며 “대학에서도 성의 가치에 대해 교육하고 인성 강화 프로그램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수 건양대 RC센터장은 “선후배간 자연스러운 대화만이 서열문화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소연 기자 daisy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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