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선희 보령 낙동초 교장 |
필자는 바로 이곳 낙동초등학교에서 세 번째 봄을 맞이했다.
점식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천연잔디운동장에서 함성을 지르며 머리카락이 휘날리도록 마음껏 뛰어 놀고 겨울을 견딘 의연한 소나무들이 우뚝우뚝 서 있는 솔숲에는 부드러운 햇빛과 봄바람이 지나가고 있다.
유치원교실 옆 작은 연못엔 새끼 잉어들이 떼를 지어 다니며 아이들을 불러 모으고 수련과 노랑어리연도 짱짱한 뿌리로 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다.
머지않아 아이들이 씨앗을 심고 가꿀 작은 텃밭도 벌써부터 생명력으로 꿈틀댄다. 원래는 두 나무인데 밑동이 한 나무처럼 꼭 붙어서 서로 다른 꽃을 피워 올리는 텃밭 옆 사랑나무도 금방 꽃망울을 터뜨릴 기세다.
천연잔디운동장과 솔숲, 작은 연못, 텃밭과 사랑나무는 제각기 우리 학교의 희망 이야기를 담고 있는 낙동 5경이다. 아이들은 이 낙동 5경을 친구 삼아 놀고 체험하며 바른 인성을 가꿔가고 있다.
우리 학교는 한 때 폐교의 위기에 놓인 적이 있었지만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그 위기를 헤쳐 왔다.
이는 총동문회의 아름다운 동행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통학차량 지원, 전교생에게 장학통장플러스100이라는 총동문회장학금 지원, 입학생 전원에게 바이올린 선물 등 동문들은 멈춤 없는 모교사랑을 실천해 왔다. 감사하게도 그 덕분에 작년부터 교육청으로부터 통학차량 임차비를 지원받게 되었다.
우리 학교에 입학하여 6년을 지내는 동안 부지런히 배우고 익혀 받은 장학금을 안 쓰고 모으면 100만원은 거뜬히 모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이름 붙여진 장학통장플러스100의 저축통장 운영은 아이들이 중학교에 입학할 때 여간 큰 보탬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은 6년간 바이올린과 피아노, 오카리나 등 1인 3악기 연주 기능을 익히고 초등학교를 졸업하게 된다. 시골 학교 아이들로서는 쉽게 기를 수 없는 큰 재능이다. 지난 해 봄에는 우리 학교 텃밭에 이 지역에 사시는 동문들이 손수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주셨다. 아이들은 선배들의 사랑이 담긴 이 비닐하우스 안에서 식물 재배와 도예 체험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폭설이 내리는 겨울이면 아이들의 등하굣길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이 등교하기 전에 우렁각시처럼 학교진입로의 눈을 치워주시는 선배 동문 이장님의 따뜻한 선행이 추운 겨울을 녹여주는 미담이 되고 있다. 또한 10년을 한결 같이 통학차량운전 자원봉사를 해주시고 우리 아이들에게 사진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신 학구 내 목사님은 아이들의 교육활동과 하굣길 풍경, 기쁨, 슬픔을 담은 300여 장의 사진 기증과 함께 사진전도 열어 주셨다.
때로는 한 장의 사진이 수백 수천의 활자보다 더 많은 내용과 깊은 진실을 전한다고 하는데 이 300장의 사진들이야말로 이를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4월이 되면 면사무소에서 팬지, 메리골드 등 봄꽃을 지원해줄 것이다.
교직원들이 힘을 모아 학교 앞 도로 갓길 주변과 학교 울타리 둘레에 이 봄꽃을 심고 가꾸면 우리 학교 교정은 봄꽃들로 생기가 돌고 환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사랑과 희망 이야기가 가득한 우리 학교도 학생 수 감소라는 풀기 어려운 난제를 계속 안고 있다.
하지만 농촌의 작은 학교에서 꿈과 희망을 가꿔가는 아이들이 있고 열정을 쏟는 선생님들과 이에 동참해주시는 학부모님들이 계시기에 다시 한 번 공존을 외칠 힘을 얻는다.
대한민국에 이런 작은 학교들이 구석구석 공존함으로써 지역사회가 건강해지고 우리나라가 건강해지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가 건강해지길 소망한다.
박선희 보령 낙동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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