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취임한 박찬종(55·사진)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 그는 1986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입사 이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카이스트,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근무 등 IT와 CT 분야에서 30년간 다양한 경험을 갖춘 전문가다.
전남 장흥이 고향인 박 원장은 경력 30년 중 25년 동안 머무른 대전을 제2의 고향으로 자부했다. 그래서 원장으로 취임할 당시 '왜 타지역 사람을 앉혀 놓았느냐'는 말을 들을 때 가장 서운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IT와 CT가 융합하는 '문화융합 벨트'구축과 함께 게임 페스티벌이나 대전에서 촬영한 영화를 중심으로 대전형 아카데미 시상식 개최 필요성을 제시했다. 특히 영화·드라마 촬영 스튜디오 활성화를 위해 연구개발특구의 기술력과 연계 방안도 밝혔다. 박 원장으로부터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현안사업과 미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원장으로 취임한 소감을 밝혀 달라.
▲원장으로 오면서 감회가 남달랐다.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전문기관이다. 저의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곳으로 생각했다.
21세기 세계경제는 융합혁명의 시대로 급속하게 전환 중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이종기술 간, 산업간 융합을 거쳐 인문과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 기술과 인문학을 접목하는 통섭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잘 아시다시피 창조경제는 현 정부의 국정 화두다. 그리고 창조경제의 핵심기반은 바로 ICT 융합과 혁신이다. 저는 이 창조경제를 가장 구체적으로, 또 가장 우선해 실현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대전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강소 기관. 그것이 바로 우리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그려야 할 미래의 자화상이다.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시민들에겐 아직도 낯선 부분이 있다.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설명해 달라.
▲최근 정부에서 IT산업의 성장가능성과 함께 타산업과의 융복합화를 통한 신산업, 신시장, 신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집중육성하고 있다. 이에 대전시도 IT와 CT산업의 융합을 통해 지역경제를 견인할 기술집약적이고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산업육성을 목표로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으로 재설립됐다.
이는 바로 'IT·CT 중심의 창조형 신산업 육성'이라는 비전을 갖고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올해 중점 추진하는 사업이 궁금하다.
▲문화콘텐츠 기업의 애로사항인 자금지원 문제를 해결하고, 재투자 선순환체계 확보를 통해 지역 문화산업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한 문화산업 펀드를 조성, 운영하고 있다. 모태펀드 150억원, 시비 43억원, 민자 70억원 등 총 263억원 규모로 8년간 운영 중이다. 자본금 10억원 이하, 매출액 10억원 이하, 종업원 10인 이하 중 두 가지를 충족하면 투자가 가능하다. 영화, 드라마, 애니, 게임, 웹툰, 프로젝트 등 업체로부터 투자 제안서를 검토해 투자심의위원회 개최를 통해 투자가 확정되면 지원하고 있다.
대전지역 및 프로젝트에 있어 지역 내 영세 콘텐츠 기업과 프로젝트 발굴 위주로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 진흥원은 2014년 7월부터 스마트벤처창업학교 사업을 유치해 청년 예비창업자가 성장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아울러, 대전지역 IT·SW 분야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 SW산업진흥지원사업을 수행 중이다.
-스마트벤처 창업학교 청년창업자에 대한 성과와 향후 추진계획은.
▲앱과 콘텐츠, SW 융합 등 유망 지식서비스 분야 예비 창업자에 대한 창업지원을 위해 스마트벤처 창업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4년 7월 신규 주관기관으로 선정된 스마트벤처 창업학교는 개발실 2개, 교육실 6개, 회의실 3개, 기술사, 편집실 등 창업지원 인프라를 갖췄다.
주요 창업지원 성과를 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매년 25억원씩 50억원의 예산으로 총 55개팀을 창업 지원했다. 그 결과 56억 9300만원의 매출과 182명의 고용창출 성과를 냈다.
향후 추진계획으로는 창업자들에게 보다 체계적인 멘토링 시스템 지원을 위해 멘토링 전문센터와의 협업을 추진하고, 대덕특구의 첨단디지털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기술사업화 창업분야도 대덕특구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추진할 계획이다.
-2년간 추진한 문화콘텐츠 지원사업은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가.
▲지난 해는 문화와 과학기술 융복합 등 ICT산업 변화 추세에 발빠른 대응을 위해 핵심 성장동력을 재설정한 'ICT 진흥 전담기관 출범' 원년의 해였다.
올해는 대전만의 특색과 지역 ICT산업 역량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사업발굴이 가능하도록 그간의 관행들을 탈피하고 내실 강화에 집중하며 각종 국비 지원사업 유치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또한, 대전시 4대 핵심사업 중 하나인 청년 취창업의 선도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실질적인 'ICT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책기획 기능을 강화해 나가겠다. 문화콘텐츠 지원사업은 융복합형 문화콘텐츠산업 육성을 통한 시장선점이라는 목표를 갖고 지난 2년간 지역 문화콘텐츠기업 대상으로 자체 개발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기술력이 뛰어나며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을 발굴,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먼저 국비사업 유치 추진으로 2014년에 스마트벤처 창업학교 등 5개 사업에 23억원, 지난해에는 지역 스토리 랩 등 6개 사업에 24억원의 국비를 유치했다. 올해의 경우 이미 글로벌 게임센터 20억원의 국비를 따냈다.
-진흥원이 보유한 대전영화촬영 스튜디오에서 많은 영화가 촬영됐는 데 소개해 달라.
▲2005년 개관 이후 지금까지 영화 '쌍화점', '7번방의선물', '쎄시봉' 등을 비롯해 약 100여 편의 작품이 촬영됐다. 대전영화촬영 스튜디오는 1140㎡ 규모의 A스튜디오와 664㎡ 규모의 B스튜디오로 구성돼 있다. 국내 스튜디오 중 완벽한 방음과 최고의 층고 높이(18.9m)를 자랑하며, 촬영에 필요한 운영시설과 편의시설 등이 잘 구비된 최상의 실내 스튜디오라고 할 수 있다.
현재는 내년 'HD 드라마타운'의 건립을 대비해 대전촬영스튜디오의 차별화 방안과 상생·시너지 창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진흥원에는 어떤 업체들이 입주해 있나.
▲현재 진흥원의 입주 기업은 관내 ICT기업 11개, 관외기업 2개와 진흥원과의 사업적 협약을 통한 5개 입주기업, 카페 및 식당 등 편의시설 입주기업 2개를 포함해 총 20개 기업이 입주함으로써 지역 ICT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대표 기업으로는 국방·의료·소방훈련 분야의 증강현실, 가상현실 기반 실감형 콘텐츠 전문기업인 에이알비전과 입체음향 솔루션 전문업체인 이머시스가 있다.
-최근 대전에서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되고 있다. 촬영했거나 촬영 중인 영화, 드라마에 대해 소개해 달라.
▲현재 SBS 60부작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라는 김수현 작가의 작품이 옛 충남도청 관사촌을 배경으로 촬영되고 있다. 전체 60부작 중 약 50부작 분량을 대전에서 촬영할 예정이다.
SBS '미세스캅2'의 1화 카체이싱 장면도 대전에서 촬영해 방영 이후 이슈가 됐으며, 조여정, 김민준 주연의 KBS 드라마 '베이비시터'도 옛 충남도청사 일대에서 촬영됐다.
지난 16일까지 배우 김수현 주연의 '리얼'이라는 작품이 대전영화촬영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했으며, 다음 달 18일부터 현빈, 유해진 주연의 영화 '공조'가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 세트시공이 시작될 예정이다.
대전 아쿠아스튜디오에서는 정유정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류승룡, 장동건 주연의 영화 '7년의 밤' 수중촬영이 5월께 촬영 예정이다. 현재는 대청댐과 대청호 주변에서 촬영하고 있다.
-지난해 영화제작자들이 영화촬영 뒤 받는 사후지원금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 그후 어떻게 해결됐나.
▲영화·드라마 촬영제작지원 사업의 사후지원금 문제를 제기한 3개의 제작사와는 현재 법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영화·드라마 촬영제작지원사업 시행때 문제가 됐던 '전년도 촬영분에 대한 지원금의 이관지급' 문제는 지난 해부터 지방재정법상 이관지급 불가 원칙을 기준으로 사업규칙과 공고내용을 모두 수정했다. 모호한 문구로 혼선이 있었던 지원사업 절차에 대해서도 누구나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수정해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개선, 시행하고 있다.
-끝으로 대전시민과 직원들에게 한 말씀 한다면.
▲대전시민들은 대덕연구단지를 다른 동네라고 본다. 진흥원은 얼마든지 시민들이 드나들 수 있고 창업학교도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우리 고객은 시민과 대학생, 기업이다. 여기서 큰 고객은 기업체다. 기업체 사장과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모든 기업들과의 소통을 철저히 하겠다. 직원들에게는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제너럴리스트'가 아니라 '스페셜리스트'로서의 소명을 다 해주기를 바란다.
▲박찬종 원장은=홍익대 전산학과 졸업, KAIST 공학 석·박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가상현실연구팀장, 동신대 디지털컨텐츠연구센터장,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본부장, 한밭대 산학협력단 교수
대담=김덕기 취재1부장(부국장)
정리=박태구·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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