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실패이다. 실패는 그 실패를 받아들이는 사람에 의해 성공의 꽃을 피우는 거름이 될 수도 있고 파멸의 악취를 풍기는 거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문득 나의 옛 시절과 현재가 뇌리에 교차한다. 응답하라 1999!! 필리핀 마닐라 쓸쓸한 골목의 15살 소녀.
내 뜻대로 된 것이 거의 없던 그 시절, 마음에 늘 가난, 아픔, 속상하므로 가득했던 시절이었다. 어릴 적 나는 훌륭한 교사가 되고 싶은 부푼 꿈을 품고 사범대학에 진학하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을 돕기 위해 등록금이 적은 마케팅학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공부에 대한 의욕 상실로 학업을 포기했다. 한 번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한 어려움, 그것은 분명 나의 실수에서 시작된 실패였다. 그때 친정어머니께서 “실패는 누구나 하는 거야. 중요한 건 실패를 이겨 내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거야.”라고 말씀하셨지만 어린 내가 깨닫기에는 오랜 세월 동안 실패와 씨름을 해야 했다.
응답하라 2016!! 세종시 전동면 작은 마을 세 아이의 엄마. 한국에 시집을 와서도 이 씨름은 계속되었다. 영어 지도사 자격증의 취득문제도 계속되는 씨름 중의 하나였다. 나는 젊은 날의 실패를 되새기며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다.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는 영어 강사로 활동할 수 있었다. 어릴적 해 보고 싶었던 일을 드디어 한국에서 이룬 것이다. 만약 실패를 두려워하여 시도하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성취되지 않았을 것이고 한국에서의 긴 시간은 아무 의미 없이 허무하게 지나갔을 것이다.
이제 나는 실패를 인생에서 늘 만나는 친구라 여기고 싶다. 실패라는 친구를 통해 나의 부족함을 배우고 싶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가 무모하지 않은 도전이고, 그것이 꼭 필요한 일이고 의미 있는 일이라면 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젊음을 불태워 용감하게 도전할 것이다. 인생은 어차피 한 번이고 지나가면 다시 되돌릴 수가 없기에…
세종=웰라로즈 명예기자(필리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