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대에 등교하는 학생들이 몰리는데다가, 일부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승용차에 태워 학교 앞에서 내려주는 바람에 교문 앞은 항상 장사진을 이룬다. 행여나 비라도 오는 날이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최근에는 초등학교마다 녹색어머니회를 조직해서 등교지도를 하고, 학교앞은 스쿨존으로 지정해 주정차를 금지시키고 있지만 이러한 제도가 있다는 것조차 무색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07년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는 179명에서 2014년 52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어린이 교통사고 부상자는 큰 감소폭을 보이지 못하고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 김진형 도로교통공단 대전·충남지부 교수 |
어린이들은 키가 작은 관계로 눈높이가 낮기 때문에 공간지각이 제한적이다. 또한 대체로 자아 중심적이기 때문에 교통상황에서의 위험에 빠지기 쉽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 주변에서 자녀 통학을 위한 무분별한 주정차는 어린이 교통사고의 잠재적 위험요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어린이 교통사고 중 3월은 교통사고가 태동하는 시기이다. 특히 초등학생 중에서도 저학년(1~3학년)이 고학년에 비해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이러한 환경과 무관치 않다.
부모마다 방법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자녀를 사랑하는데 누가 더하고 덜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 자녀의 안전과 편리함을 위해서 다른 자녀의 위험과 불편함을 강요해서는 안 될 일이다.
옛 선현들 말씀 중에 자녀를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것은 마치 난폭한 호랑이 새끼를 키우는 격이라고 했다. 요즘 젊은 부모들 사이에서 자녀에 대한 사랑을 절제하지 못하고, 지나친 집착으로 표현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그 결과는 십수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지금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성향을 봐도 명약관화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부모들의 역할을 제언하고자 한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자녀들에게 나가 아닌 우리를 가르치고 타인을 배려하는 법을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정의와 정직을 지속적으로 지도해야 한다. 최근 인간을 표현하는 다양한 용어 중 하나로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가 부각되고 있다. 자신의 이기심을 절제할 줄 알고, 타인과의 공존과 공생, 그리고 배려가 있는 인간상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가 바라는 진정한 가정교육의 본질이다.
이러한 교육실천의 시작은 학교 등굣길에서 시작된다.
내 자녀만을 위해서 승용차로 다른 어린이들을 밀치고, 위험에 빠트리면서 등교를 시키는 행위를 자제 하는 것이다. 가급적 도보로 등교시키고, 꼭 승용차로 등교를 도와줘야 한다면 안전한 곳에 주차하고 학교까지 같이 걸어가는 것이다.
모든 부모는 자녀가 지적, 인격적으로 성장하길 원한다. 세상이 복잡화, 다양화, 다변화 되는 사회에서의 진정한 가정교육은 등굣길 배려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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