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린 나이에 얼굴을 알린 배우가 성인 연기자로 자리 잡기까지는 수많은 난관이 버티고 있다.
얼굴 생김새나 키 같은 외모의 변수도 있고, 어릴 때부터 대중의 관심을 받으면서 '일반인'의 삶을 제대로 경험해볼 기회가 차단돼 '바람'이 들기도 쉽다. 또 어리고 귀여운 이미지를 벗어내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일 또한 예삿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유아인은 성공한 배우다. 2003년 열여섯의 나이로 KBS 2TV '성장드라마 반올림'의 반항기 서린 고등학생 역으로 데뷔한 그는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 어느샌가 자신의 껍데기를 깨고 나왔다.
유아인은 최근 '육룡이 나르샤' 종영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배우의 일이라는 게 어떤 각도로 선입견을 만들고 그걸 깨부수고, 또 선입견을 만들고 깨부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재벌 3세, 비운의 세자, 한류스타, 그리고 SBS TV '육룡이 나르샤'의 이방원까지. 영화와 드라마,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다채로운 연기를 펼친 그다.
![]() |
"제가 '성균관 스캔들'로 여성들에게 어떤 판타지를 만들어놓고는 바로 '론치마이라이프'로 그 판타지를 와장창 깨버렸잖아요.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예측불가능할 만큼 솔직한 화법으로 화제가 됐다) 그래도 대중이 저를 '실장님' 같은 이미지로 고정하지 않고 큰 틀에서 봐주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죠."
그는 과거 SNS를 통해 정치, 사회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가감 없이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도 꾸짖기만 해 '훈장님'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SNS 안 한 지 3년이 넘어가는데 이미지라는 게 참 질겨요"라고 투정부리듯 서운함을 털어낸 그는 "어린 나이의 스타들은 쉽게, 가볍게 소비되니까 없는 무게감을 일부러 만들고 싶었다. 희소성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었다"고 지난날의 행동에 약간의 해석을 붙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흑역사'가 된 SNS 활동은 성장통이었던 셈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1시간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여유롭게 대답을 이어갔다.
![]() |
촬영하면서 뭐가 가장 힘들었느냐는 질문엔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울상을 지으며 기자들에게 '다들 그러시죠?'라며 동의를 구할 만큼 재치 넘쳤지만 때로는 날카로웠다.
그의 평소 정치 소신을 묻는 짓궂은 질문엔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가도 "어른들,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이분법 논리와 선악 구도에서 벗어나서 유연하고 오픈된 시각으로 정치를 바라보고 또 참여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어떤 대학, 직업을 가지는 일만큼이나 어떤 사람이 정치해야 할지 아닐지를 정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지 다 알고 계시잖아요. 그렇게 손가락질하고, 욕하고, 주장하는 만큼 정치에 참여할 기회가 있을 때 해야죠.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첫 번째 일이라고 생각해요."
'육룡이 나르샤'에서 50부에 걸쳐 소년 이방원이 철혈군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려낸 그는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자신과 닮은 캐릭터로 역시나 이방원을 꼽았다. "저 어마어마한 욕망을 가진 사람이거든요"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어쩐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연합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