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 정보 오류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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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공자 정보 오류투성이?

몇몇 유공자 사망일자 달라 혼동, 미상으로 표기 된 유공자도 13407명 자료 올라와 있어, 보훈처 공훈록 대폭 수정 필요해

  • 승인 2016-03-23 15:27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얼마 전 독립유공자에 관련된 자료를 찾기 위해 보훈처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두세 번의 검색으로 쉽게 자료를 찾았다. 방대한 자료를 어떻게 업로드 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보훈처가 아닌 타 사이트에서 찾은 자료와 인물의 인적정보가 달랐다. 무려 유공자의 사망날짜. 물론 보훈처의 자료가 맞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러나 잘못된 확신이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찾아보니 보훈처의 자료가 오류였던 것.

▲김지섭 의사의 사망일자가 보훈처와 네이버 자료가 다름을 볼 수 있다.
▲김지섭 의사의 사망일자가 보훈처와 네이버 자료가 다름을 볼 수 있다.

의열단 소속 김지섭 의사의 순국 날짜가 우선 달랐다. 보훈처 공훈록 첫머리에는 1928년 2월2일로 표기 되어 있다. 그러나 본문에는 2월20일. 취재기자가 직접 찾아본 결과 2월20일이 맞았다. 본문에는 정확하게 표기 되어 있었으나 작업 입력 과정에서 탈자가 난 듯 보였다.

두 번째는 대한애국부인회 소속이었던 최금봉 여사의 사망일자. 최 여사는 언제 사망했는지 알 수 없다는 ‘미상’으로 표기 되어 있었다. 물론 미상일 수 있다. 모든 독립운동가의 기록이 완벽하게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취재기자가 예전 신문자료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1983년 11월 8일 자 동아일보에서 숙환 별세한 최금봉 여사의 자료를 찾았다는 점이다. 사실 이 부고기사를 찾게 된 과정은 우연이었다.

부고기사는 한자가 병기되어 있었는데 여기에는 매지 혹은 금봉이라 불렀음을 명시해둬 금봉과 매지가 같은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최매지로 검색해보니 최금봉과 같은 생애가 기록되어 있었고 동일인물임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오히려 그녀가 한국인 최초 여자 치과의사였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고 독자들에게 미처 알지 못했던 최금봉의 삶을 전달 할 수 있었다.
 
기자가 찾은 우연이 단지 우연이었을까? 공훈록을 작성했을 필진은 이 사실을 정말 몰랐던 것인가.
 
보훈처 공훈심사과에 확인해보니 공훈록은 유공자가 포상을 받은 뒤 일정기간이 지났을 때 외부 필진을 통해서 작성한단다. 베일에 쌓인 유공자의 자료를 직접 찾고 자료를 취합해 가장 객관적이면서도 사실적인 기록을 담아서 작성된다. 이 과정에서 오류나 부득이한 실수가 담겼고 오랫동안 수정되지 못한 채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

현재 국가보훈처 공훈록에 업로드 되어 있는 유공자는 총 1만3407명이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임에는 확실하다.
그러나 이미 보훈처 자료에 대한 신뢰도는 하락한 상황. 방대하게 축적된 자료를 일일이 검토하기란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국가 부속기관의 늑장행정은 아닐까하는 의구심도 생겨났다.

▲최금봉 여사의 사망일자는 미상으로 되어있으나 1983년 11월3일자 동아일보에는 숙환 별세로 보도됐다.
▲최금봉 여사의 사망일자는 미상으로 되어있으나 1983년 11월3일자 동아일보에는 숙환 별세로 보도됐다.


보훈처 담당부서로 전화를 걸었다. 왜 자료에 오류가 많은지, 수정작업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지 물어봤다.
 
공훈심사과 김미영씨는 “독립유공자 자료는 포상되고 나서 어느 정도 기간을 거쳐 공훈록으로 제작한다. 현재 보훈처에 올려진 자료는 공훈록 내용을 텍스트로 올려둔 것이다. 오래된 자료다보니 오류가 적지 않음은 인지하고 있고 있다. 워낙 많은 인물이 있다 보니 한계가 있어 빠른 수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청이나 유가족에서 업적과 관련해 수정을 요구하는 연락도 잦다. 이런 경우 모두 반영하고 있으며 한국중앙연구원과도 자료 교류를 통해 오류를 최소화하는 작업을 진행중에 있다"고 밝혔다.

실무과에서 정보 오류 부분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어 사실 다행스러웠다. 김지섭 의사와 최금봉 여사의 자료수정을 부탁했다. 내부 검토를 거치고 결재를 거쳐 자료가 수정되기까지는 대략 보름 정도의 시일이 소요된다고 했다.

국가기관의 자료는 신뢰성이 기본이다. 정보공개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기본적인 업무이자 나라의 일을 기록한다는 역사성도 수반한다. 공공기관이 가지는 파급력을 생각해 볼 때 국민에게 전달해주는 자료는 실로 완벽해야 한다.

이름이 많이 알려진 유공자는 많은 관심을 받지만 낯선 인물들은 정보에 오류가 있어도 몇십년동안 수정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잠들어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유공자로 지정된 1만3407명 이외에도 우리가 모르는 빛난 업적을 지닌 분들이 분명 존재한다. 역사를 올바르게 배울 수 있도록 공공기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공훈록은 국회도서관에서 원문으로 확인 할 수 있다. /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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