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덕훈 한남대 총장·경영학박사 |
시속 100㎞ 달리는 기업에 30㎞ 달리는 대학교육으로 취업이 되지 않는다는 말처럼 기업이 앞서나가는 것에 견주면 대학교육은 현실 위주로 가고 교과과정 등 뒤쫓아 가는 것이 사실이다.
이 소식을 들을 때마다 총장으로서 반성한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을 쉽게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제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한 다보스 포럼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 생명과학 등의 기술 발전으로 2020년까지 5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미래 보고서가 공개됐다.
이처럼 인공지능 기술은 로봇, 자율주행차, 드론, 가상현실(VR) 등 미래 산업을 이끌 핵심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제4차 산업혁명이 등장한 이 시기에 대학의 역할은 무엇이며 어떻게 변해야 되는가를 살펴보기로 한다.
우리나라 대학은 1970~80년대 까지는 교육대학(Education University)이 대학의 역할로서 인식되어 대학은 교육하는 곳, 대학교수는 교육자로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최고의 역할로 받아들여져 10년 전의 낡은 노트로 일방적 교육을 했어도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교수는 연구보다는 강의와 강연이 높이 평가되고 인격, 교양이 높이 평가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등장한 연구대학(Research University)은 연구를 통해 지식을 창조하여 국가와 지역사회를 이끄는 지식창출이 대학역할의 중심으로 생각되었고 이는 급격히 등장한 트렌드로 글로벌스탠더드로서 대학교수는 교육자임과 동시에 연구자로서의 인식이 각인되었으며 교수들은 연구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퍼지면서 논문의 표절 등이 사회적문제로 나타나게 되었다. 논문과 연구가 사회적 테마로 등장하였지만 교수들의 연구 성과는 공개, 공유, 비영리적 가치로 인식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세계는 대학은 교육과 연구는 당연한 것이고 새로운 사명이 도입되면서 제2의 대학혁명(Second Academic Revolution)이라 불리는 초학문적(trans-disciplinary) 및 융합적 지식창출을 위해 교수들의 연구 성과는 公開的이 아닌 그리고 영리적이 아닌 것을 초월하여 비밀(특허), 영리가 도입되면서 메인캠퍼스와 리서치 캠퍼스를 분리시켜 이익상반의 경영관리 도입이 불가피한 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제2의 대학혁명이라 불리는 대학의 역할은 세계적 흐름으로 받아들여져 산학협력과 산학관민의 제휴를 통해 기업가대학(Entrepreneurial University) 으로 변천을 꾀하고 있다. 기업가대학은 리서치 캠퍼스를 통해 인류사회가 필요한 과제 해결을 위해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을 탄생시킨다. 이 파괴적 기술의 상업화를 담당하는 곳이 대학 내 벤처 기업(Academic venture)이다. 파괴적 기술의 상업화를 담당하는 벤처기업은 기술 리스크와 사업 리스크의 이중의 창업 리스크에 직면한다. 이중의 창업 리스크는 기술과 사업의 리스크의 복합화에 의해 불확실성(Uncertainty)으로 변질한다. 이 불확실성을 경감시키기 위해 기술과 사람의 집적화를 통해 대학 내 벤처기업을 육성, 발전시켜야 한다.
미국은 대학벤처가 2013년 통계로 4206개, 일본은 대학발 벤처가 2012년 통계로 2197개로 나와 있어 놀랐는데 중국 교육부의 2013년 통계에 따르면 중국에선 552개 대학이 5279개 기업을 운영 중이라고 한다.
대학기업의 연간 총 매출은 2081억 위안(약 37조4000억원), 순이익은 83억 위안(약 1조5000억원)에 달했다. 대학기업이 대학에 가져다주는 재정적 기여 역시 엄청났다. 대학기업의 순이익 중 지분에 따라 대학이 거둬들이는 돈이 베이징대는 연간 4억4000만 위안(약 791억원), 칭화대는 8억4000만 위안(약 1510억원) 가량이었다.
이렇게 중국의 대학기업이 성공한 이유는 TLO(기술이전기관), 인큐베이션 시설, 벤처 캐피털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대학의 지적수준이 생산공장의 역할과 기술이전이 기업의 발전과 대학의 수익성에 연결되는 새로운 산업창출이다. 그러나 한국의 대학발전의 키워드는 구조개혁과 핵심역량 강화다. 글로벌화, 디지털화, 저출산, 고령화의 급격한 사회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한국의 대학들은 쉽지는 않지만 기업가적 대학을 위해 뛰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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