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덕구 유해야생동물 기동포획단원이 멧돼지 야간포획 기간을 알리는 현수막을 걸고 있다. |
사냥개 따라 멧돼지 추적...골짜기로 몰아넣은 뒤 포획
“컹컹, 컹컹컹!”
21일 오후 11시 23분. 사냥개의 사나운 울음이 계족산에 가라앉은 적막을 찢었다. 멧돼지 무리를 찾았다는 신호였다. 대덕구 유해야생동물 기동포획단이 멧돼지 포획에 나섰다. 단원들은 사냥개 위치를 GPS 센서로 확인하며 빠르게 이동했다.
GPS가 가리키는 지점과 점점 가까워졌다. 몇 분 동안 사냥개는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멧돼지 무리와 대치하고 있다는 의미다. “거리 100m, 70m, 40m….” 한 포획단원이 조심스레 말했다. 엽사는 손에 쥔 엽총을 더욱 세게 쥐었다.
다시 정적이 찾아왔지만 이내 깨지고 말았다. 멧돼지들이 산 능선을 따라 도망가기 시작했다. 마른 낙엽이 밟히는, 수풀이 헤쳐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GPS에 찍힌 사냥개의 위치가 멀어졌다. 포획단장이 지시했다. “다음 장소로 이동합시다.”
대덕구 유해야생동물 기동포획단이 계족산 멧돼지 야간포획 작전에 돌입했다. 최근 먹이가 부족해 배를 굶은 멧돼지들이 등산로 초입까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개체수가 늘어 조절이 필요한 점도 포획에 나선 이유 중 하나다.
이날은 포획단의 작전 첫날, 기자도 함께 참여했다. 오후 8시 15분 포획단은 법동소류지 쪽에서부터 산을 오르며 수색에 나섰다. 단원들은 SUV 차량을 시속 10km로 몰며 탐조등을 곳곳에 비췄다. 어둠은 가득했고 적막만 흘렀다.
용화사 부근에 도착하자 날렵한 사냥개 3마리가 차량에서 뛰어내렸다. 사냥개 목에는 GPS 장치가 걸려 있었다. 멧돼지는 후각이 발달하고 날렵해 사람이 쫓을 수가 없다.
“멧돼지는 빠르고 영리하기까지 해 포획 작전은 사냥개가 멧돼지를 찾아 짖고 구석에 몰아넣으면 단원들이 이동해 잡거나 사살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김세형 기동포획단 4조 단장이 설명했다.
계족산을 한 바퀴 돌며 수색하는 동안 사냥개들은 순식간에 산 위로 튀어나갔다가 돌아오기를 5~6번 반복했다. 힘이든 듯 연신 “헥헥”대며 혀를 내밀면서도 냄새를 맡으면 쏜살같이 내달렸다.
오후 10시 40분 임도삼거리 방면으로 향하던 중 사냥개의 울음이 짧게 들려왔다. 차량을 멈추고 모든 단원이 하차했다. GPS에 나타난 사냥개의 경로를 따라 도보로 이동했다.
여기저기 멧돼지가 머무른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4~5마리가 함께 머물렀던 듯 발자국이 곳곳에 찍혀있었다. 멧돼지들은 주변 묘지를 헤집어놓기도 했다.
김 단장은 “4~5마리로 구성된 멧돼지 2무리가 근처에 있는 것 같다”고 속삭였다.
GPS에서 사냥개가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2~3번 반복했다. 첫 울음으로부터 40분이 지난 오후 11시 20분께, 사냥개들이 사납게 짖기 시작했다. GPS에서도 사냥개 3마리가 한 곳으로 모이고 있었다. 멧돼지 무리를 궁지에 몰아넣은 순간이었지만 멧돼지는 재빠르게 탈출했다.
이후 포획단과 사냥개는 새벽 1시까지 수색을 진행했지만 멧돼지는 만날 수 없었다. 사냥개도 더 이상 짖지 않았다.
김 단장은 “수색 첫날인 만큼 포획보다도 동선 파악과 지형 적응을 위한 목적이 컸다”고 말했다.
대덕구 양당석 환경과장은 “가족나들이하기 좋은 시기에 멧돼지 출현으로 인해 주민불안감을 해소하고 농작물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야간포획작전을 벌이고 있다”며 “총소리가 나도 놀라지 말고 가급적 등산로 이외 지역에는 입산을 금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대덕구 유해야생동물 기동포획단은 지난 21일 시작해 다음달 1일까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멧돼지 야간포획 작전을 벌인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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