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봄철 극장가 '춘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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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봄철 극장가 '춘궁기'

  • 승인 2016-03-17 15:11
  • 신문게재 2016-03-17 12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시네마, 핫클릭!]

묵은 곡식이 다 떨어지고 햇곡식은 아직 익지 않아 식량이 궁핍한 봄철의 춘궁기가 극장에도 찾아온 듯하다. 조정래 감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귀향' 이후 한국영화 시장은 고요하다 못해 울적하다. 작품성을 인정할 만한 영화도 간혹 개봉해 몇 편은 있었으나 이렇다 할 흥행 영화는 '검사외전' 이후 떠오르는 게 없는 상황이다. 1000만 관객을 훌쩍 넘을 법하게 스크린을 독점했지만 몇 주째 코앞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박스오피스 1위는 '귀향'이다. 앞서 지난주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와 순위 경쟁을 펼쳤으나 1위 자리를 재탈환했다. 17일 오전 현재 점유율 20%가 조금 안 되는 수준으로 누적관객수 320만을 넘어섰다. '볼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영화를 본 것 같지만 여전히 극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과 대구시교육청을 비롯해 각종 단체에서는 '귀향' 단체관람 행렬에 동참하는 중이다.

영화가 국내서 호응을 얻으면서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댈러스에서 개봉한 가운데 미국 전역과 캐나다로도 퍼져나갈 전망이다. 오는 25일부터 뉴욕 맨해튼과 시카고, 시애틀 등 8개 지역에서 추가 상영이 예정돼 있다. 개봉일인 지난 11일엔 90% 수준의 엄청난 점유율을 보인 바 있다. 계속해 '기적'을 만드는 중이다.

2위 자리는 지난 10일 개봉한 심은경 주연의 영화 '널 기다리며'가 차지했다. 점유율 16%대로 누적관객수 36만명 수준이다. 영화 '널 기다리며'는 15년 전 아빠를 죽인 남성이 출소하는 날만을 기다린 한 소녀의 7일간 추적을 그리고 있다. 심은경과 윤제문, 김성오의 개성파 연기가 개봉과 동시에 관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3위는 지난달 17일 개봉한 '주토피아'다. 한때 잠시나마 1위 자리에도 오른 '주토피아'는 어른들이 보는 애니메이션 영화로 입소문을 타면서 역주행 현상을 빚기도 했다. 점유율 15%대에 누적관객수 239만을 넘어섰다.

이번주 극장가에는 몇 편의 외화가 등장했다. 눈에 띄는 신작으로는 영화 '인턴'에서 많은 영화팬의 사랑을 얻은 로버트 드 니로가 '오 마이 그랜파'를 통해 전혀 다른 모습으로 찾아왔다. 배우에 대한 기대로 개봉 전부터 들썩였다. 또 다른 영화는 리차드 기어와 다코타 패닝의 주연의 '뷰티풀 프래니'다. 슬픔과 절망에 빠진 남성과 이를 위로하는 여성이 만나 펼쳐지는 애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 성경에는 기록되지 않은 십자가 기적의 새로운 이야기를 그린 기독 서사 대작 '부활'이 많은 크리스찬의 기대속에서 개봉해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전부를 잃은 풍요로운 남자, 리처드 기어 진한 내면연기

●뷰티풀 프래니=영화 '뷰티풀 프래니'의 원제는 'The Benefactor'로 '후원자'라는 뜻이다. 돈과 지위를 누리며 풍요 속에 살던 '프래니'는 5년 전 불의의 사고로 가장 소중한 인생의 동반자를 잃게 된다. 육체적 고통과 죄책감 속의 정신적 혼란 속에 괴로워하는 그는 마음의 문을 닫고 마약성 진통제에만 의존한 채 하루하루를 버텨간다. 그러던 어느 날 친딸처럼 여기던 '올리비아'의 연락을 받고 그의 삶은 새로운 활력으로 가득 차고, 그는 올리비아 부부의 후원자가 되고자 한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프래니'의 비밀이 밝혀지고 상처로 가득한 기억들은 그를 잠식하게 한다. 극단적인 상처에 잠식된 '프래니'가 치유되는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

앤드류 렌지 감독의 영화 '뷰티풀 프래니' 속 인물들이 겪는 고통은 모두 감독의 삶에서 겪었던 상실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막 20대에 접어들 무렵 감독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의 죽음으로 한동안 힘든 시간들을 보냈다. 앤드류 렌지 감독은 “나는 프래니처럼 의지할 곳이 없어져 버렸고, 올리비아처럼 가족과 안정을 갈망했으며 루크처럼 극단적인 감정 속에 끼어있는 사람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촬영은 그의 고향인 필라델피아에서 촬영됐다. 이는 극 중 인물들뿐만 아니라 촬영까지 감독의 개인사와 밀접히 맞닿아있음을 시사한다. 감독과 친밀도가 높은 촬영지에 그의 사적인 경험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극 중 인물이 작품에 안착할 수 있는 힘이 됐다.

'귀여운 여인', '시카고', '쉘 위 댄스' 등의 작품을 통해 시대의 '로맨틱 가이'로 기억되는 리처드 기어가 '뷰티풀 프래니'를 통해 그전과 다른 격정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은다. 60세가 훌쩍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연기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고 함께 작업한 동료들과 스태프 역시 그를 향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코타 패닝은 리차드 기어가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것을 흥미로워 했다. 이 시대의 대표 신사에서 가슴 깊이 아픔을 묻고 살아가는 남자로 변신한 리처드 기어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예수의 부활 그 후 3일… 숨겨진 이야기

●부활=고대 예루살렘. 피로 물든 골고다 언덕에서 로마군의 수장 클라비우스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처형을 명한다. 로마군은 예수의 시신을 돌무덤에 봉인하고 누구의 접근도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3일 뒤 놀랍게도 예수의 시신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예수가 로마로부터 이스라엘을 구하기 위해 메시아로 부활했다는 희망의 소리가 점차 거세진다. 예수의 시신을 찾아야만 모든 것을 덮을 수 있는 클라비우스는 보좌관 루시우스와 함께 사라진 예수의 3일간 행적을 뒤쫓기 시작한다.

영화는 '워터월드'의 케빈 레이놀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콜럼비아 픽쳐스'와 '어펌 필름스'가 공동제작했다. 감독은 그동안 다른 영화가 예수의 죽음을 다루던 방식과는 달리 탐정 스릴러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추적'의 형태로 극을 꾸몄다. 영화의 핵심 미스터리는 예수의 기적적인 탄생과 죽음을 중심으로 메시아의 존재를 부정하고 오직 자신과 전쟁의 신 외에는 그 무엇도 믿지 않는 로마군 수장 클라비우스의 시선을 따라간다. 정치적이거나 종교적인 목적이 아니라 군인으로서 명령에 따라 예수의 시신을 찾아 나서는 클라비우스의 모습은 신앙을 갖고 있는 종교인뿐 아니라 모두가 공감하고 생각할 여지를 남길 것이다.

영화는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19일 미국에서 개봉해 개봉 첫 주부터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3일간 1000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둘 정도였다. 영화는 고대 이스라엘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웅장하고 압도적인 스케일을 담아냈다. 고대 카타콤이 있는 몰타를 중심으로 스페인 등지에서 촬영됐다. 몰타는 케빈 레이놀즈 감독의 전작 '몬테 크리스토 백작'의 촬영장소여서 이해를 높였다. 또 감독은 컴퓨터 그래픽에 의지하지 않고 카메라로 실제 현장을 담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촬영에 임했다. 예수 역할을 한 '클리프 커티스'는 실제로 며칠 동안 십자가에 매달려 촬영을 하기도 했다.


청년같은 할아버지와 노인같은 손자의 여행, 웃음 빵빵~

●오 마이 그랜파=72세 딕은 결혼은 물론 모든 인생을 아빠의 성공 공식에 따르려는 손자 제이슨이 안타깝기만 하다. 제이슨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고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딕은 어느 날 운전면허 정지를 핑계 삼아 자신의 플로리다 여행에 제이슨을 동행시킨다. 여행 중 제이슨은 여자를 밝히는 할아버지 딕의 모습에 아연실색한다. 열정 넘치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여행은 사사건건 문제를 일으키고 결국 제이슨의 결혼식마저 무산될 위기를 맞게 된다. 하지만 이런 엉뚱한 사건들의 연속에는 할아버지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 영화는 노인처럼 안정을 원하는 청년과 청년처럼 궤도에서 벗어나려는 노인의 세계관이 충돌할 때 빚는 긴장에서 웃음을 유발한다.

영화 '오 마이 그랜파'는 거침없는 웃음과 볼거리, 그리고 훈훈한 감동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춘 코미디 영화다.
'오 마이 그랜파'는 매년 발표는 됐지만 아직 영화화되지 않은 시나리오들 중 호평을 받은 작품 리스트를 일컫는 '할리우드 블랙리스트'에 지난 2011년, '이미테이션 게임', '장고: 분노의 추격자'와 함께 오르며 일찌감치 그 완성도를 인정받은 바 있다. 상반된 두 캐릭터가 만드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기존 할아버지 캐릭터를 완전히 뒤집는 로버트 드 니로는 거침없는 입담을 선보인다.

영화는 미국 최고의 해변 데이토나 비치를 배경으로 관객들에게 화끈한 볼거리도 선사한다. 해변의 아름답고 시원한 풍광과 함께 선남선녀의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도 제공한다.

영화 '인턴에서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인 로버트 드 니로와 잭 에프론의 코미디 연기 조합은 능청스럽고 유쾌하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신구 남배우가 펼치는 색다른 연기 조합은 '오 마이 그랜파'를 즐기는 대표적인 관전 포인트다. 주연 배우 외에도 조연에 애덤 팰리처럼 영화와 방송을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는 코미디 전문 배우들의 감초 같은 연기도 숨어있다. 이들의 연기 합과 코미디 감각을 선보이며 각광받고 있는 댄 마저 감독의 연출력이 더해졌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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