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건양대 총장 |
그리고 누구의 승패를 떠나 전세계적으로 바둑에 대한 스포트라이트가 엄청나게 집중된 것도 사실이다. 이같이 바둑이 역사적으로 신문 방송의 톱기사로 장식되었던 것도 처음인 것같다. 또한 전세계인이 잠시나마 단합된 마음을 가졌던 것도 새로운 현상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세계인들은 알파고의 위력에 경이로움을 보내면서도 그래도 인간을 이기지는 못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인공지능(AI)이란 무엇이고, 어디까지 연구가 되어있나, 각국의 관련 연구개발 투자 등 개발노력 등이 세세하게 전해졌다. 미국은 이미 2013년에 차세대 인공지능기술 준비를 위해 연간 2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으며 유럽연합도 2013년부터 '휴번 브레인 프로젝트'에 연간 10억 유로(한화 약1조3200억원)씩 10년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등 선진국들의 앞선 연구투자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아시아 인접국들의 투자도 발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올해부터 총무성과 경제산업성 등 산하 연구기관 5곳에 10년간 1000억엔(한화 약1조4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중국은 지난해 3월 제12기 전국 정협 제3차대회에서 제기된 '중국대뇌(中國大腦)' 계획이라는 인공지능개발 정책제안을 중대 과학기술 프로젝트 중 하나로 확정하고 적극 준비중에 있다고 했다. 중국 최대 검색업체인 '바이두' 창업자인 리옌훙은 중국 정부의 본격적인 투자에 앞서 약3600억원을 들여 실리콘밸리와 베이징에 AI 연구소를 설립하고 음성인식기술 '딥 스피치'를 개발 중이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아직 지지부진 하다. 미래창조과학부가 2013년부터 지능정보기술연구소를 설립, 국가차원에서의 연구를 착수했으나 예산이 200억~300억원에 불과하다고 하는데 선진국의 10분의 1도 안되는 예산으로 제대로된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우려되는 바가 크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여러가지 생각중에 가장 심각하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 학생들의 미래의 일자리 문제다. 대학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2013년 영국 옥스포드대학이 발표한 보고서 '고용의 미래'라는 자료를 보면 20년 안에 인간의 직업중 47%, 약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있는 첫번째 직업으로 스포츠경기 심판을 꼽았다. 현재 미국의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볼과 스트라이크를 판정하는 인공지능 심판을 개발, 지난해 독립리그에서 테스트 해보았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요리사인데 미국의 IBM이 레스토랑 프랜차이즈인 '보나베띠'와 공동으로 인공지능 세프인 '왓슨'을 개발했는데 스스로 수많은 레시피를 검색하고 조합해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어낼 수 있고 소비자가 음식재료와 취향을 입력하면 다양한 조리법을 알려주는 등 실제 요리사에 손색이 없었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웨이터/ 웨이트리스로 이는 현재도 많은 레스토랑에서 컴퓨터가 주문을 받고 게산을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손님이 컴퓨터에서 음식 주문을 하고 카드로 계산을 한뒤 좌석번호를 입력하면 그 요리를 손님의 좌석으로 가져다 주는 것이다. 네번째는 운전기사를 꼽고 있다. 구글은 지난 2012년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자동차로 100만㎞ 이상을 주행했는데 아무 사고가 없었으며 벤츠와 아우디 등 세계 굴지의 자동차 업체들도 2020년을 목표로 자율주행 자동차 상요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공지능을 갖춘 기계화가 이처럼 빠르게 진행된다면 정말 10년, 20년 후의 젊은이들은 할 일이 없어질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기업주의 입장에서는 365일 무임금에 휴식도 필요없는 노조문제도 없는 로봇과 인공지능을 더 선호할 것은 자명하다. 결국 이 문제는 초·중·고 교육 과목부터 대학과 기업의 선발체계까지, 사실상 국가 전략을 새롭게 디자인해야 하는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알파고가 우리 사회에 던져준 과제는 참으로 크다.
김희수 건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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