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정 당진 유곡초 교감 |
그러나 내가 발견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바로 '배움에 열중해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글씨를 예쁘게 쓰려고 작은 입을 앙다물고 글씨쓰기에 열중해 있는 모습, 마음에 드는 그림을 그리려고 그렸다 지웠다를 반복하면서도 지치지 않는 모습, 입가에 엷은 웃음을 머금고 책 읽기에 푹 빠져 있는 모습, 뜨거운 여름날에도 무더위쯤은 아랑곳하지 않는 땀방울 맺힌 모습…. 이처럼 내가 발견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교실에서, 또는 운동장에서 만나게 되는 아이들의 일상의 모습이다.
이 발견은 나의 교단생활에 커다란 축복이고 행운이었으며 교사로서 나의 삶을 이끄는 에너지가 되었음에 아이들을 위하고 가르치는 일에 최선을 다할 수가 있었다.
첫 제자들과의 만남은 바닷가에 위치한 당진 석문초등학교 4학년 2반!
아련한 기억 속의 아이들은 정말 맑고 순수했다. 자연을 벗 삼아 자연과 함께 생활할 수 있다는 좋은 점도 있었지만 주변에 서점이나 도서관 같은 문화적인 시설은 물론, 학원 같은 사교육시설도 전혀 없는 곳이어서 아이들에게는 그저 학교가 전부인 곳이었다. 그러니 아이들을 향한 나의 욕심은 그런 채워지지 않는 부분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숙제도 많이 내고 쪽지시험도 많이 보고 강제로 책을 읽히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런 나의 욕심이 아이들을 힘들게 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어 가끔씩 만나는 제자들을 볼 때마다 미안한 생각이 들곤 한다.
수업이 끝나기도 전 버스 시간 되었다고 집에 보내 달라는 아이도 있었고 한 시간 넘게 걸어서 학교에 오다보면 지각을 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런 아이들이 사는 곳이 궁금하여 집에 가지 않는 주말에는 그 곳 지리를 잘 아는 아이들과 함께 집집마다 살피며 돌아다녔다.
영길동, 보덕포, 삼봉, 성산리 등 우리 반 친구들이 사는 곳을 마을별로 방문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선생님과 학부모 모두 부담스러운 일일 수 도 있었지만 그 때는 아이들과 학부모 모두 기다리고 반겨 주었다. 그 순수한 기다림 또한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겠는가.
2014년 3월, 이런저런 아이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추억 속에 품고 2년 전까지 교사로 근무하던 이곳 유곡초등학교 교감으로 다시 오게 되었다. 유곡초등학교는 역사가 깊고 학교 숲이 잘 조성되어 있어 공원처럼 아름다운 학교이다.
이 아름다운 배움터에서 교감으로서의 부푼 꿈을 안고 새로운 출발을 했지만 불어 닥친 변화의 바람은 그리 녹록한 게 아니었다.
주변 지역의 산업화와 개발로 인해 2014년부터 학생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 당초 6학급에서 현재는 16학급으로 늘었고, 앞으로 3년 이내에 30학급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학교 규모가 커짐에 따라 교실 증축, 교문 이전, 울타리 조성 등 해야 할 일과 과제들이 너무도 많았다.
다행히 교사 때 근무한 경험으로 학교 여건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에 교장선생님, 교직원과 힘을 모아 하나씩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
거기에 학교에 대한 관심과 교육활동 참여도가 높은 학부모들의 협조와 교육당국과 지역사회의 응원과 지원이 큰 힘이 되어 주었기에 지금도 여전히 유곡초등학교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어려움을 함께 감당하는 모습, 이 모습 또한 내가 발견한 또 하나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게 될 것이다.
박용정 당진 유곡초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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