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란은 없었다. 길게 늘어선 줄 따위도 보이지 않았다.
한 계좌에 예·적금과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각종 금융상품 한데 담아 관리할 수 있고 비과세혜택까지 있다는 '만능통장'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14일 은행 13곳과 증권사 19곳 등 33개 금융기관에서 드디어 출시됐다.
출시 한달여를 앞두고 은행과 증권사들이 ISA 신규고객을 유치하겠다며 고가의 경품을 내거는 등 사활을 건 경쟁을 벌여왔던 터라 ISA 출시 첫날을 맞는 기대감은 남달랐다.
하지만 이날 오전 기자가 찾은 대전 시중은행의 한 지점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차분한 모습이었다.
ISA 출시 첫날의 분위기를 묻자 한 직원은 “월요일인데도 ISA 반응이 시원치 않은 것 같다”며 “오전 중 2~3명의 고객이 찾아와 ISA를 가입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아무래도 출시 초기다보니 고객들도 좀 지켜보자는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며 “저녁에 집계를 해봐야겠지만 은행 전체적으로 봐도 가입건수가 예상보다 많지는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시중은행은 이날 30~40건가량 ISA 신규가입이 있었으나 여러번 사전안내를 했던 기존 고객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주로 3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직장인들이 ISA가입을 했다”며 “아직까지는 ISA에 대한 문의나 상담이 크게 늘었다거나 신규가입으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은행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유모씨는 “적금은 금리가 낮고 부가적인 혜택이 없어 ISA 가입을 해볼까하고 생각중”이라면서도 “가입관련 서류까지 따로 준비해 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이모(24·여)씨는 “언론 등을 통해 ISA에 대해 접하고 나름대로 알아본 결과 목돈마련을 목표로 가입하기로 결정했다”면서 “현 직장에 올해 입사해 아직 근로소득을 증빙할 수 없어 근로지급확인서를 떼왔다”고 했다.
이씨는 의무가입기간 5년에 신탁형으로 가입했다.
이날 황교안 국무총리는 NH농협은행 대전중앙지점을 방문해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이경섭 농협은행장으로부터 금융개혁 추진현황과 ISA 준비 상황을 보고 받고 ISA에 직접 가입했다.
황 총리는 “ISA는 저금리·고령화 시대에 국민 재산증식을 위해 필요한 새로운 금융서비스로 중요한 금융개혁 과제의 하나”라고 강조한 뒤 “ISA 같은 좋은 취지의 서비스도 소비자들이 알지 못하면 소용 없으므로 소비자들에게 상품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조훈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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