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반상 대결로 바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14일 오후 서울 성동구 이세돌 바둑연구소에서 학생들이 대국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AlphaGo resigns(알파고가 포기한다).”
지난 13일 오후 5시 44분.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가 패배를 인정했다.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내리 3연패에 몰려있던 인간 대표 이세돌 9단이 값진 승리를 거둔 순간이었다. 대국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세기의 대국'에 지역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이번 대국뿐만 아니라 바둑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지역 내 바둑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먼저 바둑 열풍은 일선 기원들과 학원에서 불고 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대결이 시작된 이후 바둑 기원이나 학원에 등록방법이나 바둑 효과 등을 묻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문의전화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학부모,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할 거 없이 오고 있어 지역 바둑계가 모처럼만에 활기를 띄고 있다. A기원에는 한동안 발걸음을 끊었던 수강생들이 다시 찾아 바둑을 둘 정도라고 한다.
장원바둑교실 관계자는 “최근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대결 때문에 바둑에 대한 홍보가 많이 되어 관련 문의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며 “아이를 둔 학부모에서부터 대학생, 아주머니들까지 관심을 보여 당분간 바둑 열풍이 이어질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특히 젊은 엄마들과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들이 바둑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검색을 통해 바둑이 집중력이나 암기력 향상 등 두뇌활동에 효과가 있다는 정보를 확인하면서다.
인터넷 학부모 커뮤니티에는 “바둑 혹시 시켜보신 분”, “바둑 효과 정말 있나요?”, “바둑교실 수강비용 얼마에요?” 등 문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채모(34·여)씨는 “바둑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이세돌과 알파고 대결을 보면서부터 관심이 생겼다”며 “바둑이 아이에게 차분히 생각할 수 있는 자세나 기억력 등을 기를 수 있을 것 같아 기원에 전화도 해보고 엄마들끼리 만나면 바둑 이야기를 자주 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도 바둑 특수를 누리고 있다. 최근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에서 바둑판, 바둑알 등 바둑 용품을 찾는 고객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단체로 구입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학교 앞 문구점들은 구석에 박혀있던 바둑판을 꺼내거나 새로 신청하는 등 바둑 열풍을 따라가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동네 서점과 대형 서점에서 바둑 관련 서적을 찾는 시민들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하지만 바둑 열풍에 맞춰 바둑 관련 사설 불법 베팅사이트 또한 고개를 들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기원 조남선 원장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단순한 대결이 아닌 인간과 인공지능간의 승부인 만큼 일반 시민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것 같다”며 “상대방의 수를 읽고 복기를 하는 바둑은 집중력 향상 등의 효과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어 앞으로도 바둑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